▲ 국내에서 잘 알려졌고, GS건설이 입지해 있는 스마트빌딩 그랑서울/

[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크게 둘로 나누면, 아마도 집과 일터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도시 거주자들은 특정 건물로 출근을 하고, 그 안에서 각자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거나 서비스를 교환한다.

그렇다면 건물이 똑똑해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건물은 일터인 만큼, 기능의 향상은 생산성과 직결된다. 건물은 입주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입주자를 포함한 수많은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보안 역시 철저해야 한다. 또한 소유주가 보다 적은 비용으로 모든 시스템과 시설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나아가 환경적인 문제도 고려해서 에너지 효율까지 높여야만, 비로소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거 공간이 개인의 일상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한 비서로 나아가고 있다면, 업무 공간은 건물 전체의 통합 관리를 통해 모든 자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 인텔리전트 빌딩, 정보화 빌딩, 스마트 빌딩

스마트 빌딩(smart building)은 건축, 통신, 사무 자동화, 빌딩 자동화 등의 4가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첨단 서비스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성, 효율성, 쾌적성, 기능성, 신뢰성, 안전성을 추구한 빌딩을 말한다. AT&T는 ‘일정 기간의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원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고, 입주자의 사무 능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무 환경을 조성한 빌딩’으로 정의하고 있다.

▲ 대림산업이 건립해 입주한 스마트빌딩 디타워

이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1984년) 시작되었고, 인텔리전트 빌딩(IB, intelligent Building), 브레인 빌딩, 정보화 빌딩, 지능화 빌딩 등이 모두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텔리전트빌딩의 제1호는 1983년에 완공한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의 시티플레이스 빌딩이며, 우리나라는 1991년 6월 한국통신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건설한 전자교환 소프트웨어 연구센터 빌딩을 꼽는다. 서울에 있는 그랑서울, 광화문 디타워, 삼성그룹 본사, SK텔레콤 티타워, 제2롯데월드 빌딩 등도 모두 스마트 빌딩이라고 할 수 있다.

◆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변화

건설업계는 매우 보수적이고 변화가 더딘 분야지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빌딩의 설계·건설·사용·운영에까지 근본적인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발전이 건물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기기들을 추가하는 것으로 가능했다면, 앞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모든 기기들과 소통해야 하는 시대에는 설계와 시공 단계부터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 ICT를 적용하게 된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BIM(빌딩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도입이다. BIM은 2차원의 평면적 설계도면 정보를 3차원 입체 설계도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결합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시스템을 통해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설의 전 과정에 대해 시뮬레이션과 테스트가 가능하다.

어떤 건축 자재를 선택해야 비용도 적게 들고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을까, 난방비는 어느 정도로 편성할 것인가, 추가적인 출입구가 필요한가, 사고 시 대피 시나리오는 어떻게 짜야 가장 효과적인가 등, 기존에는 건물이 완공되고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질문들의 해답을 BIM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다.

▲ SK텔레콤이 입지한 티타워

빅데이터를 활용한 BIM은 가상 세계에서 세부적인 변수까지 미리 확인·수정하고 실제 시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될 오류와 사고 요인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BIM을 통해 설계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시공오차 최소화, 체계적 유지관리 등 건설업계의 다양한 고민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 건축계획,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유지·관리, 에너지 등 건설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적용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건물이 완공된 이후 유지·관리하는 단계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통합’이다. 건물에 있는 건축·통신·사무·보안 장치와 관련 데이터를 모두 한곳에서 통합하고 조작, 관리하는 것이다. 건물 내 모든 에너지 사용 기기(조명·냉난방설비·환기설비 등)에 계측장치를 설치하여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CCTV나 화재경보, 도청방지 필름 등 건물 보안 역시 통합관제 시스템에서 총괄 관리하고 지휘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최근 건물 시공사와 통신업체, 건물관리업체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앞으로 안전, 물 관리, 에너지·환경, 교통, 통신, 공간정보 등처럼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까지 범위가 확장돼 궁극적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빌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보안에 관해서는 목차를 바꿔 다음 시간에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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