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지난 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결국 실형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국정농단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었다.

근대 승마(horse riding)는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유럽으로 확산됐다. 귀족들이 즐기던 승마는 스포츠로 활성화되어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그동안 중단됐던 승마 중목은 1912년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대회부터 다시 경기를 치렀으며,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올림픽대회부터 지금의 마장마술·장애물비월·종합마술 개인 및 단체 종목으로 정비되었다. 이후 국제승마연맹이 공인하는 종목은 지구력·마차·마상체조·레인닝 등이 있다.

▲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는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정유라씨라는 의견이 많다.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씨가 삼성에게 비타나V 등 말을 받았다는 결정적 증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으로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된 것임을 알린다. <편집_뉴스워커 진우현 기자>

삼성은 최 씨의 요구를 받고 2015년 11월 7억원짜리 ‘살바토르’를 구입해 딸 정 씨에게 줬다. 이 말의 소유주는 정 씨가 아닌 ‘삼성’으로 등록됐다.

국제승마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씨는 2014년부터 ‘로얄레드’, ‘피프티 센트 6’, ‘살바토르’, ‘비타나 V’, ‘라우싱 1233’ 등 총 5마리의 말을 타고 각종 국내외 대회에 출전했다.

삼성은 2016년 2월 ‘비타나V’와 ‘라오싱’ 등 말 2마리를 모두 25억 원을 들여 사준다. 2014년부터 정 씨가 탔던 말 5마리 중 3마리를 삼성이 사준 것으로 이번 공판(公判)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 등을 적용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의 전직 임원들도 3~4년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했다”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와 횡령·재산도피·위증 등 다섯 가지 혐의 모두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로 판단했다.

그동안 국정농단과 관련, 최순실 씨와 이 부회장이 모로쇠로 부인하고 있는 동안 승마 지원에 특혜가 없었다는 삼성 측의 논리를 무너뜨린 것은 실질적 수혜자인 정 씨의 증언이었다.

선고 초반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청탁이 오간 직접 증거가 없다고 말해 법정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삼성이 정 씨의 승마 훈련과 영재센터 지원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말 소유권은 넘겨달라는 최순실 씨의 요구를 삼성 측이 들어줬다’며 뇌물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가 이런 심증을 굳힌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2일 법정에 깜짝 출석했던 정유라 씨의 증언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정유라는 지난 7월 12일 이 부회장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기습 출석해 “엄마가 ‘말을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말 교환 전날 엄마가 코펜하겐에서 박상진 황성수 등 삼성 임원과 만났다”고 말했다. 말 교환을 몰랐다는 삼성 측 주장이 거짓이란 뜻이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국정농단사건의 깊숙한 고리에 결국 ‘말 한 마리’가 열쇠 역할을 한 셈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재벌 등 정경유착이 불러온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가슴이 막막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작 말 한 마리에 놀아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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