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그동안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그 결과 건물이 필요로 하는 설비와 기기들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복잡해진 동시에 건물이 제공하는 편의는 더욱 풍성해졌다. 그러나 점점 늘어가는 시스템과 장비들을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관리 누락 혹은 중복으로 인해 비효율이 증가하게 되었고,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한 비용 절감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한 스마트빌딩의 핵심기술은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BEMS는 센서 및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건물에 분산돼 있는 조명, 냉·난방기, 환기시설 등을 모두 중앙관리센터에 연결한다. 빌딩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사무실의 근무 인원과 쾌적도 등에 따라 에너지 사용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사원증을 찍고 출근한 직원이 자리에 앉으면 해당 직원 위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숫자에 따라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또한 BEMS는 설비들의 효율을 비교 분석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우선 가동시킨다. 인간이 수동으로 설비를 조정하는 것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 미래의 빌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띌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보안솔류션에서부터 에너지절감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완벽하게 제어해 나가는 빌딩의 탄생이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EMS(에너지 관리 솔루션)으로 건물통합제어부터 에너지절감까지 스마트한 제어를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이나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조명·공조기·냉난방기 등의 설비가 이상 징후를 보일 때, BEMS는 즉각 중앙관리센터에 보고해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는 전력이 끊기거나 기계가 작동을 멈춤으로써 업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더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능이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제분석연구실 책임연구원은 “5000개 빌딩에 BEMS를 적용하면 1년에 25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건물 곳곳에 1600여 개의 감지센서를 설치한 SK 사옥은 BEMS를 통한 체계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해 평균 5~15%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EMS 적용 전과 비교했을 때 연간 7.2%의 전력 소비를 줄인 것으로, 1억 1600만 원의 절감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 리서치는 세계 BEMS 시장 규모가 연평균 약 14퍼센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60억 달러(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스마트빌딩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등을 활용하여 냉난방, 전력 공급, 취사까지 모든 에너지 소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건물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연동돼 효율적인 건물 관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형 빌딩으로 주목받고 있다.

◆ 건물의 진화---보안 시스템 강화

수많은 사람이 왕래하고, 유·무형의 정보가 끊임없이 오가는 빌딩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과 재산의 안전이다. 인가받지 않은 외부인의 침입, 기밀 정보의 유출, 화재와 같은 재난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으로, 좀더 철저하게 지켜낼지가 관건이다. 전통적인 빌딩 보안은 별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비하고, 서비스와 유지보수, 관리도 개별적인 업체를 이용하거나 별도 직원을 두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보안을 강화한다는 것은 기껏해야 보안카메라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경비업체 변경 혹은 고용 경비원의 확대를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 빌딩 보안에도 “통합”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단일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기업 전체의 보안 환경을 제어하는 솔루션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 통제 센터에서 보안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이루어지면, 실시간 감시를 통해 건물 내 각종 기능을 일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비용 절감과 함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비용 절감과 간편한 사용, 신속한 대응 시간은 곧 획기적인 보안 강화로 이어지고, 빌딩의 소유주와 입주자, 방문객까지 모든 건물 사용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업무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지만, GS건설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빌딩’에서는 자료 전송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내부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중앙통제센터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자칫 민감한 회사 기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인 에너지관리 및 자동화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기 배전, 냉난방 및 환기장치, 보안 감시 등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복잡하게 연결하는 대신, 네트워크 간 상호 작용을 하나의 유닛으로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 에코스트럭쳐(EcoStruxure)와 이를 제어하는 컨티넘 BMS를 설치했다. 그리고 2007년 미국 보안기업 펠코(Pelco)를 인수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여기에 펠코의 첨단 보안기술을 탑재해 통합보안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접근 컨트롤 시스템, 침입자 감지 장치, 감시 카메라까지 통합 시스템으로 제어하며 직원과 건물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거치는 빌딩은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통합되면서 에너지 절감과 보안 강화를 포함한 빌딩 운용의 최적화에 가까워지고,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통해 업무 생산성도 향상시키면서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지능형 CCTV와 결합한 영상관제시스템에서 빅데이터를 좀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사전 예방부터 사후 대응까지 완벽한 보안망 구축은 물론 다른 분야에 접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현대건설이 지난 2014년에 준공한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소재 연구개발본부 내에 건립중인 '그린 스마트빌딩 실증 연구시설' 조감도(상)와 아래는 실제 건물 모습(하). 현대건설은 건물 내부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에너지 절감도 실현할 수 있는 '그린 스마트'(Green+Smart)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그린 스마트빌딩 실증 연구시설'을 건립했다.

◆ 국내 스마트빌딩의 현주소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빌딩을 찾아보고 싶다면 이동통신업체 3사의 사옥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정보와 기기, 인간을 연결하는 과정이며, 이미 탄탄한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통신사들이야말로 어떤 분야와도 협업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빌딩 역시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로, 에너지나 보안 시스템 외에도 입주자들이나 기타 부대시설 관리 등 결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의 사옥은 그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담아내는 건물인 만큼, 스마트빌딩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동통신업체들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스마트한 빌딩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을지로에 자리 잡은 SK텔레콤 본사 사옥 ‘SK T-Tower’는 지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ICT 산업을 대표하는 사옥이며, 폴더폰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옥 2층에 자리한 ICT 체험형 박물관 ‘티움’은 첨단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홍보관 역할을 해왔는데, 2012년 12월 CNN에서 ‘서울에서 꼭 해야 할 13가지’로 광화문, 인사동과 함께 티움 방문을 선정하기도 했다. 티움은 현재관과 미래관으로 나뉘며, 미래관에는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미래기술이, 현재관에는 LTE 기술, 스마트 헬스, 스마트 러닝 등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가 구현돼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사옥은 장소부터 의미가 남다르다. KT 신사옥이 위치한 광화문은 1885년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시작점인 한성전보총국(국내 첫 전화국)이 개국한 곳이고, LG유플러스의 신사옥이 옛 데이콤 빌딩을 허물고 새로 자리한 용산 한강로는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1983년 국내 첫 데이터 통신 회사인 데이콤이 문을 열었고, 이후 국내 최초 한글 이메일 서비스(1986년), 국내 최초 PC통신 천리안(1986년) 등 모든 인터넷 역사가 시작됐다. 각각 우리나라 통신과 인터넷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튼 것이다.

KT의 ‘KT 광화문빌딩East’는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를 건축한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한국 내 첫 작품으로, 여백의 미를 살리고 개방성이 강조된 도심 속 녹색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25층 옥상 테라스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설치하는 등 전반적으로 친환경을 추구했다. 낮 시간 동안 모듈로 태양광을 축적해 전력을 자가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전기로 얼음을 얼려 낮 시간 냉방에 활용한다.

LG유플러스의 용산 신사옥은 기업 고객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최첨단 IT 솔루션 환경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초대형 모델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2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더블덱 엘리베이터, 출입구에서 사원증을 태그하면 굳이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최단 시간 안에 자신의 사무실 층에 알아서 내려주는 지능형 엘리베이터 ‘스피드 게이트’, 톱니바퀴처럼 굴곡진 건물 외관을 통해 벽면과 창호가 계절에 맞게 태양광을 흡수 또는 차단하는 친환경 에너지절약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한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ILS(Intelligent Lighting Solution) 시스템이 적용됐다. lLS는 각 전등 전압을 미세 조정해 디밍(dimming; 백라이트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를 동시에 동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상 특성에 따라 점멸시키는 방식)함으로써 에너지를 아끼고 사용자에게 최적의 밝기를 보장한다. 환경에 따라 그룹 또는 개별 조명을 자동 조절해 연간 조명 에너지의 50%~80%를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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