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조선노동당의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보도했다. 또, 오후 3시 30분(평양시간 오후 3시) 발표한 중대보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이날 오전 열렸으며, 이 회의에서 핵실험 단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실험 감행 후 3시간 만에 핵실험 발표를 한 것이고, 지난 7월 잇달아 쏘아올린 ICBM급인 ‘화성-14형’에 장착할 핵탄두용 수소폭탄 시험을 천명한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은 이날 오후 12시 29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서 인공지진 진도 5.7이라는 역대 최대의 규모를 나타내게 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됐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6차 북의 핵실험 폭발력, 역대 최대급

북한은 지난 2006년 첫 핵실험을 마친 뒤 11년간에 걸쳐 그 파괴력을 키워왔다. 1차 핵실험에서 3.9였던 인공지진 규모가 4.5(2차), 4.9(3차), 4.8(3차), 5.0(5차)으로 점점 커졌고, 이번 6차 핵실험에서는 5.7로 역대 핵실험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군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을 50kt(킬로톤・1kt은 TNT 1,000톤의 폭발력)으로 평가했다.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 맨’의 위력은 21kt,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리틀 보이’는 16kt이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번 핵실험의 위력을 우리보다 더 크게 판단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70kt으로,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지진・핵실험 탐지기구 ‘노르사르’는 120kt으로 분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도 이번 핵실험에 따른 지진 규모를 우리가 분석한 5.7보다 높은 6.3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 북한은 왜 6차 핵실험을 강행했을까?

북한이 3일 전격적으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을 두고 그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도발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핵실험이라는 위험한 도발을 한 것은 미국에 대한 핵타격 능력을 갖추면 미국이 평화협상 체결을 위한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우왕좌왕하며 대북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의미 있는 해결법이 나오지 않자, 하루빨리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북한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을 내고 있다.

북한이 7월 29일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에서 중국도 참가해 북한 수산물 수출 금지 등 대북제재 수위를 한층 강화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북한 내의 원유 수입 금지 등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계속 논의되고 있어 빠른 협상을 원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로 한국과 일본이 완벽한 삼각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북한 비핵화를 강력히 강제하는 ‘그림’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이런 노력이 더욱 공고해지기 전에 먼저 미국과 일본을 분열시키고, 그 다음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간극을 만드는 것이 북한의 계산된 작전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계산이 어떠하든 이번 6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어서 북한을 향한 더욱 강경한 제재가 나올 것은 분명하다.

◆ 韓・美・日 강경 대응 예고, 군사적 대응도 불사 할 듯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주변 나라들에게 매우 큰 분노와 염증을 일으킬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불평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심각을 대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핵실험 실시 이후는 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의 보도처럼 북한의 6차 핵실험 발표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성명을 내고 강력 규탄 하면서 고강도로 압박하겠다는 입장이고, 중국도 규탄 성명을 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을 향해 압도적인 규모의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괌을 포함한 미국의 영토, 동맹국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대응은 효과적이면서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전멸(total annihilation)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공격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고 말하며 군사적 옵션에 대한 대응 여지를 암시 했다.

여기에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도 감행할 듯 보인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과의 경제적 단절을 위해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내놓겠다면서 “북한과 무역하거나 사업거래를 하는 누구도 우리와 무역 또는 사업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북한 대외교역의 90%가 중국과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7월 북한의 미국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차단을 추진했지만, 중국・러시아의 저항에 부딪쳐 관철시키지 못한 바 있다.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은 북한의 경제 운영과 국방력 유지에 필수이다.

이렇게 북한을 향한 강력제재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북한은 핵실험 도발을 했기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신규제재 논의의 핵심은 대북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 차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대폭 수정할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레드라인에 다다르자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방안을 강구 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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