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가장 큰 피해 볼 것
-일본 수산물 검사 등 강화 필요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바보야, 문제는 농도야!!!!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결정하자 ‘니혼게이자이 신문’, ‘산케이 신문’ 등 다수의 일본 언론들이 일본의 ‘경제산업성’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의 월성 원전도 20조 Bq이 넘는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보도는 비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것처럼 한국의 월성 원전이나 캐나다의 원전 등 모든 원전은 일상적인 운전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만을 가지고 ‘후쿠시마 오염수’와 ‘월성을 포함한 원전 방출수’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행위는, 만약 의도를 가지고 했다면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악의적인 행위다.

일본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문제는 농도다.”라고 반박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산케이 신문은 ‘삼중수소가 방출된 총량’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이 일반적인 원전의 방출수와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그러나 심각하게 문제되는 것은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이 아니라 농도다.

본격적인 반박에 앞서 원자력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소금물을 예로 들며 설명하겠다.

소금 10kg에 물 1000kg을 섞은 소금물 A와 소금 1kg에 물 1kg을 섞은 소금물 B 중 어느 소금물이 더 짠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B소금물(농도 50%)이 A소금물(농도 약1%)보다 더 짜다고 대답할 것이다.

단순히 소금 10kg이 소금 1kg보다 많다고 해서 A소금물이 더 짜다고 할 사람은 극소수다.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도 소금물의 농도처럼 이해하면 쉽다.

좁은 공간에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있으면 위험하지만, 넓은 공간에 저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면 완벽하게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우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낮다.

이러한 배경 아래 후쿠시마 오염수의 배출과 월성 원전의 방출의 위험성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총량이 아닌 농도를 비교하는 것이 과학적이다.

지난 월성 3호기 삼중수소 검출 사건에서 한국 원자력학계는 월성 원전이 방출하는 최종적인 삼중수소 농도는 13Bq/L 정도라고 언급했다.

한국 규제 기준에 따르면 4만Bq/L 이하의 삼중수소만 배출하면 되지만 한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방사성 물질만을 방출하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10Bq/L 수준의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다르다.

대략 일본 정부의 목표치는 삼중수소 방출 기준인 6만Bq/L의 1/40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6만Bq/L의 1/40은 ‘1500Bq/L’이므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1500Bq/L 이하이면 해양으로 방출하겠다는 뜻이 된다.

즉 월성 원전에서 13Bq/L 수준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것과 후쿠시마에서 1500Bq/L 수준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것이 과연 위험성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적어도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한국의 월성 원전보다 100배 이상 고농도의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야


단위 Bq/L, 출처: TEPCO
단위 Bq/L, 출처: TEPCO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출에서 삼중수소만 문제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면 해당 주장의 설득력은 약하다.

‘TEPCO(도쿄전력)’이 공개한 2020년 12월 31일 기준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의 방사성 물질 농도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탱크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를 몇 배 초과하고 있지만, 일부 탱크에서는 ‘Cs-137(세슘)’, ‘Sr-90(스트론튬)’ 같은 치명적 방사성 물질의 농도 또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J1 Area C1 그룹에서는 세슘-137이 ‘8.29E+02Bq/L’ 검출되었는데 이는 829Bq/L의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뜻이다.

인용한 표에서 8.29E+02는 8.29 X 10^2라는 뜻으로 E 다음에 표시된 숫자만큼 10의 제곱을 앞의 숫자에 곱하면 된다.

일본 국내에서 세슘-137을 규제하는 기준은 90Bq/L로 829Bq/L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규제 기준의 9배를 초과하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의미다.

세슘-137은 30년의 반감기와 약 110일의 생물학적 반감기가 있다고 알려진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한편 J1 Area D1 그룹에서는 스트론튬-90이 무려 43만 3000 Bq/L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일본 규제 기준인 30Bq/L의 1만 4천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스트론튬-90 또한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반감기도 28.7년으로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취급된다.

즉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에는 삼중수소 외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도 존재하고 있으며, 핵연료를 냉각하는 것에 사용되는 등 하루 140톤 정도 새로운 오염수가 생겨나므로 삼중수소만의 문제로 국한하기 어렵다.

한편 다른 나라의 원전 수준으로 희석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출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후쿠시마 인근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한 논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후쿠시마 오염수에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도 포함되어 있는 이상, 오염수 방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방사성 물질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해류와 브라운 운동 등에 의한 확산으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낮아지겠지만, 1500Bq/L 농도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30년 동안 계속해서 방출할 경우 인근 주민과 수산물에 대한 영향이 0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는 오염수의 방출에 의한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적어도 후쿠시마에서 인접한 일본 동해와 태평양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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