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특별기획] 4차 산업혁명과 공간의 진화4 ‘스마트시티’ 上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뉴스워커_특별기획] 4차 산업혁명과 공간의 진화4 ‘스마트시티’ 上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 신지영 기자
  • 승인 2017.09.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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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WEF(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의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향후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이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에는 큰 격차가 발생한다”고 예측하면서, “이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어느 도시가 더 똑똑한 도시가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슈밥의 지적처럼, 미래의 핵심 경쟁력은 스마트시티에서 나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도시’다. 각종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대부분의 경제·사회적 질서가 새로워질 전망인데, 도시야말로 이 모든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들을 현실에 접목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하나의 큰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도시의 인프라를 좀더 고도화시키는 것, 개별적으로 설치하고 관리되는시설물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인프라 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를 확대시킬 수 있는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 오래되고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모두 스마트시티 사업에 포함된다. 스마트시티 구축은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국가 발전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스마트시티, 국가 차원의 추진 필요성

스마트시티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IoT)된 사회이다. 또한 도로와 자동차를 포함하는 교통, 환경, 에너지, 교육, 행정 등 도시의 모든 분야별 서비스가 연결된 사회이다. 즉, 도시 내 모든 인프라와 데이터를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집결체이며,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이 꽃피우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적용된 인프라를 도시에 설치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각 인프라가 생성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분야별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청은 더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은 범죄 발생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치안을 더 강화하고, 소방기관은 화재에 대한 대응 속도와 응급 조치 정확도 등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혼잡 구간의 이용자들을 다른 도로로 유도하여 체증을 줄이고, 대기 환경 수준에 따라 지역별 오염 물질 배출량을 차등화하고, 기온·풍량·습도 등에 따라 냉난방 시스템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등의 기능을 하는 인프라를 갖추면 에너지 절약은 물론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 인프라 구축은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시민 전체가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환경이나 교육과 같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추진하기에 적합한 사업이다. 정부의 투자를 통해 IoT,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등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발전은 물론, IT, 금융, 헬스케어, 제조, 유통, 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의 영향이 미치는 각 분야의 기업이 성장하며, 그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를 지능형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유지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 및 의사결정 참여 확대 등으로 다양한 갈등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도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은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2020년에는 국제 스마트시티 건설 시장이 약 125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를 벗어날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시티를 국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유비쿼터스 시티의 실패, 그리고 새로운 출발

사실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도 선도적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3년부터 초기형 스마트시티인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 City, U-City)를 구축하고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을 해외에 수출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유시티를 정부 핵심 어젠다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과거 시도했던 유비쿼터스 시티와 현재 말하는 스마트시티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란 뜻의 라틴어로서,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유비쿼터스 시티는 첨단 IT 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 서비스를 도시공간에 융합하여 원스톱 행정서비스, 자동화한 교통 · 방범 · 방재시스템, 주거공간의 홈 네트워크화 등 각종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미래형 도시를 말한다. 개념적으로 스마트시티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념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으나 설계의 방향과 그동안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제 구현 여부, 그에 따른 영향력 정도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유시티가 단순히 ICT와 건축물의 조합, 기술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면, 스마트시티는 신기술을 적용해 도시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기술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신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새롭게 나타나게 될 문제는 무엇인가? 등 기술이 실제 영향을 끼치게 될 ‘시민의 삶’에 초점을 두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설계한다. 또한 기존의 유시티는 사물인터넷과 모바일이 핵심기술이며, 정보의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에 비해 스마트폰의 보급을 바탕으로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갖춰진 스마트시티는 정보 공유 외에도 그 정보를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인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한동안 TV 뉴스와 신문 지면을 장식하며 떠들썩했던 ‘유비쿼터스’라는 단어는 이제 어디서도 찾아 보기 힘든 구시대적 단어로 전락했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시티의 실패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와 있는데, 대체적으로 세 가지 원인을 든다. 첫째, 사람이 아닌 기술에 집착한 프로젝트였다는 점이다. 신기술로 인해 우리 생활이 더 나아질 점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둘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이 말하는 융합과 연결의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이다 보니 도시 구성요소 간 연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특정 기업들의 기술들을 테스트하는데 머물렀다. 셋째, 스마트폰도 보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도시가 기술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었고, 당연히 시민들의 피드백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스마트시티에 대한 공감대 없이 지방자치단체 간 성공모델 경쟁이 되었고, 지자체들은 소프트웨어 투자와 같은 실질적 고민은 미뤄둔 채 홍보관 등 전시성 사업에만 투자했다. 그 결과, 한국은 오히려 글로벌 선두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해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약 20개에서 현재 수백여 개에 이를 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0년부터 계획을 구체화해 환경보호, 수자원 관리, 폐기물 관리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으며, 2014년 말에야 스마트시티 구축을 시작한 싱가포르는 불과 1년 반 사이에 우수 사례로 세계적 인정을 받게 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세계 선도형 스마트시티 구축사업’을 지정하고, '한국형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스마트시티 활성화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관련 법안 정비가 지연됨에 따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갈수록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회는 2008년 만들었던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유시티법)을 올해 3월에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스마트시티법)로 전면 개정해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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