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잊을 만하면 터지는 외교관의 각종 범죄에 한숨이 먼저 나오고 낯이 뜨겁다.

외교관은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활동하는 사람이기에 일탈이나 전횡 등 개인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나라 망신이자 국민 모두의 부끄러움이다.

특히 영사는 외국에 주재하여 자국의 통상을 촉진하고 또 자국민의 보호를 임무로 하는 공무원이다. 영사가 주재국에서 직무를 보는 기관을 영사관인데, 이곳의 수장이 총영사(consul-general)다.

총영사의 주된 임무는 파견국의 이해관계 사항을 관찰하고 보고하며, 그 관할 구역 내의 자국민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일을 총괄한다.

이번에 터진 사건의 주역은 일본 주재 한국 총영사이여서 그 파장은 크다.

▲ 일본 주재 한국 총영사의 직원 폭언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의 인권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그 파장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배경은 일본의 후지산 <그래픽_진우현 기자>

외교부 감사관실은 8일 자신의 비서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일본 주재 현직 총영사 A씨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폭행·상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따라 A 총영사는 이르면 11일 직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각 정신위안부, 독도영유권, 역사왜곡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일본 심장부에서 발생했다는 것에 수치심마저 느끼게 한다.

A 총영사가 그동안 비서에게 한 폭언과 폭행은 상급 외교관의 언행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고 잔인하다는 데 그 충격이 크다. 이 비서는 A 총영사가 직접 면접을 거쳐 2015년 말 뽑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넌 미친 거야. 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아유 미친 × 저걸 진짜 죽여 살려, 두뇌 검사를 해야 돼 너, 너 강아지 훈련시키듯 해줄까?….”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장애인에 빗대 “장애인을 고용한 게 아니라 장애인 학교 같아, 공관이”라고 폭언을 했다. 또 “널 죽이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어”라는 막말도 했다.

A 총영사는 비서에게 볼펜을 던지거나 티슈 박스로 손등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행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서는 “너 정신병 있는 것 같으니 정신병원엘 가보라”는 인격 모독적 발언을 듣고 그길로 정신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6개월간의 가료를 요하는 정신불안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제보를 접수한 외교부 감사관실의 설득 끝에 비서는 “보복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총영사를 처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1년 반 동안 수집해 왔다”며 길이만 20시간에 달하는 40여 건의 폭언 녹음파일과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A 총영사는 폭언 행위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총영사는 최근 한국으로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전자항공권을 메일로 제때 보내지 않는 등 센스가 부족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화가) 쌓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 외에도 현 공관에 재직 중인 행정직원과 이전 A 총영사 비서 또한 “10년 넘게 일하면서도 개념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래?” 등과 같은 막말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인 A 총영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2월 공관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개방형 직위로 공모했던 외교부 부대변인(국장급)을 지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재외공관 ‘갑질’ 집중신고 기간이 최근 종료됐는데, 8월 말까지 4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이번 사건은 집중신고 기간에 접수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 사건 외에 문제가 될 만한 10건 정도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10월 중순쯤 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에티오피아 대사의 성추행 혐의가 드러났고, 다른 외교관은 직원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칠레 주재 대사관 외교관은 성추행을 벌이다 사건현지 TV의 함정취재 망에 잡혀 망신살을 뻗쳤다.

외교관의 추태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전쟁위협 등으로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마당에 일부 외교관들이 각종 범죄나 저지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최근 A 총영사를 포함한 외교관의 비위가 잇따른 상황에서 공관장의 ‘갑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이참에 외교부는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주길 바란다. 또 외교부는 공언한대로 ‘용서 없는 강한 처벌’로 고질적인 기강문란을 꼭 바로잡아 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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