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추석이 다가온다. 음력 팔월 보름날, 추석에는 만월이 뜬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보름의 만월은 수확 직전 곡물의 알이 꽉 찬 모습을 상징한다 하여 대단히 중시되어 왔다. 과거와 같은 농경사회는 아니라 할지라도, 농사의 풍작과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추석은 여전히 대명절이다. 게다가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를 선물해 주는 감사한 연휴 아닌가.

이번 기획에서는 추석을 맞이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모습과, 알아두면 유익한 각종 정보들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2017년의 추석은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연휴기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우리 곁에는 절반에 가깝다는 것을 알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10월 2일, 임시 공휴일 확정

올해 추석은 공휴일인 개천절 바로 다음날인 10월 4일(수요일)로, 원래의 추석 연휴는 4~6일(금요일, 대체공휴일)이다. 즉, 10월 2일(월요일)을 제외하고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휴일이고, 바로 주말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의결하여 연휴 하루 전인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됨에 따라, 그 전 주말인 9월 30일(토요일)부터 10월 9일(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최장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맞게 됐다.

문 대통령은 “연휴가 길어지면서 피해를 보거나 오히려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재해 피해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보험금 지급 등도 차질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올해 가뭄과 폭염으로 채소류 작황이 좋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 등으로 생활물가 불안이 특히 심각한 만큼 추석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에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 열흘간의 연휴, 제대로 쉬는 사람은? 대기업 직원 뿐...중소기업은 별개

공식적으로는 최장 열흘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지만, 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업종에 따른 차이=한국노총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조합원 1250명을 상대로 실시해 12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에 ‘근무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965명(76.2%)로 조사됐고, ‘근무한다’는 응답은 297명(23.8%)였다.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직업 특성상 교대근무를 해야 해서’라는 응답이 184명(62%)으로 가장 많았다.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상 휴일이 아니라서’라는 응답이 43명(14.5%)으로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운수업 노동자의 75.4%, 의료 노동자의 58.6%가 임시공휴일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운수업 노동자들의 평균 휴무일수는 4.5일에 불과해, 응답자들의 평균 휴무일수(8일)보다 월등히 낮았다. 연휴 기간에 급격히 늘어나는 운송 수요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운수업과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최대노동시간(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금융·공공·사무직 종사자는 93.9%가 임시공휴일에 쉬고, 평균 휴무일은 9.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할 점은, 응답자 가운데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가 49.4%로 절반에 달했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금융·공공기관 노조가 대다수인 한국노총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노총은 “연휴기간 중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근무시간 사이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며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59조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운수업과 보건업 외, 전자, 철강, 석유화학, 제철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황금연휴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24시간 내내 공장을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 대부분 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순번을 정해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일하는 근로자 역시 황금연휴는 다른 사람 이야기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추석 당일·전후와 의무 휴업일만 제외하고 연휴기간 내내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열흘간의 연휴 동안 대목을 기대하고 있어, 대형마트는 하루, 백화점은 단 이틀만 문을 닫는 등 매장별 초단기 휴무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1천231명을 대상으로 올 추석 연휴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임시공휴일인 2일과 대체공휴일인 6일을 모두 쉬는 직장인은 52.9%에 불과했다. ‘2일과 6일 모두 쉬지 않는다’는 응답도 25.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추석 연휴기간에도 출근하는 직장인의 비율도 33.9%에 달했으며, 출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다수인 77.0%가 ‘당직, 업무특성, 회사 휴일방침 등’ 비자발적 이유를 꼽았다. 반면 ‘일이 많아서 출근할 것’이라는 자발적인 이유는 23.0%였다.

특히 대기업 직장인의 72.5%는 ‘2, 6일을 모두 쉰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 직장인은 두 날짜 모두 쉬는 경우가 48.0%에 그쳤다. ‘2일과 6일 모두 쉬지 않는다’는 응답 역시, 대기업 직장인 13.8%, 중소기업 직장인은 이보다 약 두 배가 높은 27.8%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부분의 대기업은 사무직의 경우 당직근무 등 비상대기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열흘 연휴를 준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일환으로, 공동 연차와 권장휴무를 사용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직원들은 황금연휴로 인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47% 이상으로,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대로 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연휴 휴무 계획이 없는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납품기일 준수’(33.3%)와 ‘일시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매출액의 큰 타격’(29.2%)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임시공휴일 제도는 강제성이 없고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휴일로 인한 매출 손실에 부담을 느껴 쉬지 않는 민간기업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직원은 대기업보다 적은 임금 뿐만 아니라 휴식 등에서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대기업이나 공무원만 실감할 수 있는 황금연휴가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함께 즐기는 연휴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캠페인이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긴 연휴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열흘 간의 연휴가 모두에게 황금인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 등은 기나긴 연휴 소식에 한숨이 늘었다. 특히 그날그날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일용직 근로자는 대부분의 건설 현장이 쉬는 동안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자영업자들의 황금연휴에 대한 반응은 상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젊은 층이 몰리는 강남·홍대 등 유흥가 상권에 위치한 자영업은 ‘특수’를 기대하는 반면, 직장인을 상대하는 도심가 자영업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가 쉬는 데다 근처 주민들마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옥연휴’를 우려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반갑지 않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 1643명을 대상으로 '알바생의 추석계획'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1.3%가 연휴에도 알바를 한다고 답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정모(24)씨는 "임시공휴일에도 일할 수 있겠냐고 점주가 물어봤다"며 "내키진 않지만 안 한다고 하면 아예 그만 두라고 할까봐 일단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마음 편히 연휴를 즐길 수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연휴 동안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친척들을 만나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대학생 윤모(25)씨는 "연휴엔 도서관이 문을 닫 스터디 카페로 취준생들이 몰릴 것 같아 3주 전에 미리 예약해 뒀다"며 "2일에도 문 여는 곳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얘기했다. 윤씨는 또 "연휴에는 부모님, 친척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은데스트레스가 폭발할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 연휴를 기대하는 업종, 여행 항공 숙박 유통 등

◇ 여행/항공/숙박=최장 10일간의 연휴 효과를 가장 즉각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은 여행‧관광 관련 업계다. 장거리 노선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평소 가격보다 2~3배 높은 여행 상품도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10월 9일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사람은 7만9000여명으로, 지난해 추석연휴보다 105%나 폭증했다. 아직 연휴가 한 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실제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항공사들도 정신없이 바쁘다. 추가로 여객기를 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인 경우가 많고,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에도 평소 가격의 3~4배에 이른다.

숙박업계 역시 황금연휴 특수에 잔뜩 들떠 있다. 최근 명절 트렌드로 자리잡은 ‘디턴족’(명절을 고향에서 보낸 뒤 관광지 등에서 남은 휴일을 보내고 귀경하는 사람들)과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긴 연휴 동안 가족 단위 여행객도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호텔 업계의 경우 최근 ‘호캉스(호텔 바캉스)’ 트렌드에 따라 연휴 기간을 겨냥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업체 역시 쿠폰 및 할인 등 풍성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 유통=유통업계는 임시공휴일로 인한 파급효과를 가장 많이 받을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날 임시공휴일 특수를 누렸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유통기업들의 매출은 2015년 동기간과 비교해 △롯데백화점 64.6% △현대백화점 △41.5% △신세계백화점 31.1% △이마트 46.9% △롯데마트 22.6% 증가했다. 가족단위 고객이 증가해 의류와 잡화류, 아동용품 등을 골고루 구매한 덕을 본 것이다. 특히 이번 연휴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진행될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대대적 세일 기간과도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대대적인 판촉 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해 고객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위기에 몰린 면세점도 황금 연휴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번 연휴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 해외여행이 예상되고 있어 내국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