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 회장의 도박에 가까웠던 결정 그리고 뚝심이 재평가 되다.

[뉴스워커_신대성, 염정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즈음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발전에 대한 비중을 지금의 3~4% 수준에서 오는 2030년에는 그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대통령의 발표는 대선 전 문 대통령이 주장한 탈원전, 탈석탄 공약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을 신재생에너지로 메우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표라 할 수 있다.

한데, 신재생에너지 그 중심에 있는 태양광사업은 국내 대표 기업 한화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김승연 회장이 2011년 10월 9일 창립기념일 연설에서 “태양광과 같은 미래 먹거리 사업은 단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하며, 그룹의 중추적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터다.

▲ 문재인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 공약이 한화의 태양광사업의 흑자전환과 맞아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승연 회장이 성공적인 공약사업을 이끌어가는데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한화는 다음 해인 2012년 4월 파산한 독일 기업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태양광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태양광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단계였다.

당시 독일 태양광 기업인 큐셀도 그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한화가 인수 당시 큐셀은 누적 영업적자가 4600억 원을 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고, 전 세계적인 태양광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공장 가동률도 20%밖에 되지 않아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회사였다.

이런 어려운 분위기는 국내 대기업들 속에서도 동일하게 감지되었다.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해 당시 삼성, LG, 현대중공업 등의 대기업들은 차례로 태양광사업 부문을 포기, 축소하였다. 특히 웅진은 태양광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그룹 전체가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웅진 그룹 자체가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큐셀을 인수함으로서 태양광 산업 생산 능력의 증대를 꾀한 한화의 의사결정은, 다소 무리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 사진_한화 홍보 영상 중 캡쳐

◆ 멈추지 않은 한화

하지만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1.1GW 수준으로 증설했고, 2014년에는 모듈 생산 능력을 2.3GW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였다. 그 결과 2016년에는 6.8GW 수준의 생산능력에 도달했고, 셀 기준으로 세계 1위 모듈 기준으로는 세계 5위의 생산 능력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무모함에 가까운 결정은 최근에 와서야 재평가되고 있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화 케미칼의 태양광사업 부문은 지난해 4분기 3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또한 한화 케미칼의 태양광 부문은 국제 가격 하락 속에서도 생산량 증가로 인한 매출 증가로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2017년 상반기에는 매출 8724억 원, 영업이익 153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흑자 세를 유지했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 큐셀로 눈을 돌려보면, 한화의 결정이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진다. 2015년 2분기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화 큐셀은 2017년 1분기에 영업이익 2830만 달러를 기록하여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할 정도로 약진세를 보였다. GCL과 캐나디안솔라, 트리나 등의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가 이 기간에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사진 한화 홈페이지

◆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선전하는 이유 ‘기술력과 수직계열화’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선전하는 이유로 먼저 기술력을 들 수 있다. 한화는 2017년 상반기에만 5개의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업계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 큐셀은 지난 3월 독일 EuPD리서치에서 주는 ‘톱 브랜드 태양광 2017’ 모듈 부문상을 수상한 데 이어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SNEC PV 파워 엑스포’에서 테라와트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한화 큐셀은 6월 초 독일 PV 매거진에서 스틸 프레임 모듈을 출품하여 ‘톱 이노베이션 어워드’와 ‘어래이 체인징 테크놀로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5월 말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태양광 전시회 ‘인터솔라 2017’에서 같은 제품으로 ‘인터솔라 어워드’를 수상하여 상반기에만 5개의 상을 수상했다.

한편 한화 큐셀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전시회인 ‘SPI(Solar Power International) 2017’에 참가해서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이 전시회에서 한화 큐셀은 하프셀 기반의 퀀텀 단결정 모듈인 Q.PEAK DUO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 Q.PEAK DUO시리즈는 기존 모듈 대비 최대 20% 출력이 향상돼 395Wp(와트 피크)까지 발전할 수 있는 고출력 모듈이며 25년 후에 출력의 85%(업계평균 82~83%)까지 보증할 정도로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즉 한화의 태양광 기술은 단순히 생산 능력에서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 부분에서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한화의 수직계열화 전략을 들 수 있겠다.

태양광 모듈 산업은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공정에서부터, 잉곳, 웨이퍼를 생산하여 셀을 만들고, 그를 조립하여 모듈을 생산하는 것으로 단계가 나눠진다. 그런데 한화는 이 모든 공정을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한화에서는 한화 케미칼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며, 한화 큐셀이 한화 케미칼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으로 잉곳, 웨이퍼를 생산하여 셀과 모듈을 최종 생산하는 방식으로 외부 도움 없이 그룹 내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직계열화는 그룹 전체의 운영에 도움을 준다.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저렴할 경우에는 한화 큐셀이 한화 케미칼의 안정적인 수요원으로 기능을 발휘, 한화 케미칼은 판매 물량의 확보가 큐셀은 모듈 원가의 하락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고가일 경우에는 한화 케미칼이 한화 큐셀의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기능을 발휘, 한화 케미칼은 판매 물량을 확보하고 큐셀은 안정적인 폴리실리콘의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즉 한화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태양광 산업이 치킨 게임 형국으로 변해도 그 충격을 일정부분 그룹 내에서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사진 한화 홈페이지

◆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화

최근 저유가와 업체 간 경쟁의 심화로 침체되어 있는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는 올해에도 몇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먼저 한화 큐셀은 올해 초, 터키 건설업체인 칼리온 에너지와 협력해, 터키 코니아주 카라프나르 구역에 짓는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발전 규모 1GW 급의 이 태양광 발전소는 터키 내에서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에너지장관은 기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업으로 1GW급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되는데, 투자금액은 13억 달러(약 1조5천억 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화 큐셀은 올해 6월 미국 괌 전력청이 주관하는 발전 용량 60MW급의 발전소와 65MWh의 ESS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8년 7월에 착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총 공사규모가 1억 5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들과 더불어 한화 큐셀은 태양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미주 시장을 겨냥하여 영업을 전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태양광 업계의 신흥 시장으로 주목할 만한데, 멕시코는 일일 평균 일조량이 18MJ/㎡ 이상이며, 일사량은 일일 6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멕시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적극적인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4년 35%, 2050년 50%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영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태양광 무상 지원 사업 ‘해피 선 사인과 분산 형 발전 전략

한화의 태양광 산업은 영리추구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 그룹은 지난 9월 7일 무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지원하는 ‘해피 선 샤인’ 캠페인 지원 대상 37곳을 신규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였다. 해피 선 샤인 프로그램은 한화 그룹이 태양광발전 부분을 사회 공헌 분야로 확대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2011년부터 총 217개 복지시설 등에 152KWh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피 선 샤인 프로그램 관계자는 프로그램 지원 대상으로 전국의 종합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기관을 선정했으며, 사회적 기업 등 공익성을 갖춘 개인 및 시설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특히 참전유공자 주택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군부대 인근 마을의 복지시설 또한 보훈차원에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신규로 선정된 37곳의 총 발전용량은 252KWh로 일반 주택 8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용량에 해당하는데, 태양광 발전이 설치될 시설의 관리자는 올해 겨울은 아이들이 난방비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충 방안에 대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충 방안의 하나로 태양광을 선정하고 대규모 발전 방식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정책에 더해서, 분산 형 발전 방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산 형 발전 방식은 전력의 최종 수요자 근처에 발전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태양광의 장점을 살려, 소규모 발전 시설을 주택이나 기업 등에 널리 보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의 주장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발전 방식이 성장한다면, 태양광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져서, 결국은 태양광 산업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분산 형 발전 방식의 지원을 촉구하였다.

즉 그의 주장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의 확충에 더하여, 분산 형 발전 방식으로 태양광발전을 지원한다면 태양광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어 결국은 태양광 발전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민간 태양광 주택 시장의 성장 속도로 볼 때 태양광 발전 기업들도 대규모 발전과 더불어 소규모 발전 기술의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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