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매 후 되파는 리셀(resell)로 ‘시세차익’
가치vs욕망, 외국에서 한국 명품 가격 높기도 해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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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코로나19로 지난해 세계 명품 매출이 19%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일을 밀어내고 명품 시장규모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처음으로 국내 매출 실적을 공개한 샤넬, 에르메스 등 10대 명품 브랜드 매출만 4조원에 이른다.

특히 이런 배경에는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명품 구매에 적극적인 점도 견인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명품 브랜드가 호황을 맞은 이유는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몇 해 전부터 유행처럼 인파가 몰리던 해외여행이 차단되자 여행 경비를 명품 구매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이유는 MZ세대가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플렉스(flex)문화와 리셀(Re-sell, 재판매)이 신종 재테크로 인기를 얻으며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 ‘희귀템(희소성과 소장가치가 높은 제품)’은 구하기만 하면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품은 재판매로 몸값이 올라가는 좋은 리셀 아이템이다. MZ세대는 그것을 손에 넣고자 경쟁하며 구매하고 또 다시 리셀시장에 판매하는 주류로 떠올랐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인상 때마다 환율변동 등을 이유로 들지만 한국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업계의 정설이다. 가격을 높여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판매적략인 셈이다. 외국 명품 업계에서 볼 때는 한국이야말로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고객”으로 불린다. 명품 가격상승에 눈치를 보기 보다는, 오히려 가격인상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리셀’이 새로운 시장이라며 재판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꿈꿀 수 있어 좋은 투자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세대인 필자가 볼 땐 상품 가격을 쓸데없이 올리는 모습이면서 또 외국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생각할까봐 우려스럽다.


가치와 경험 중시하는 MZ세대 명품 리셀 ‘투자’로 여겨


명품 리셀 시장의 호가(呼價)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미리 구입해 놓은 희소한 제품 또는 명품을 되팔면서 차익을 얻는 개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스니커즈(운동화)도 재판매가 활발하다. 가수 지드래곤과 함께 협업한 한 브랜드의 운동화는 출시 가격은 22만원이었지만 최근 리셀시장에서 60배에 달하는 1300만원에 거래가 됐다.

유독 ‘없어서 못 파는’ 샤넬은 4월 중 가격을 또 올릴 계획이다. 백화점 매장 앞에 이른 새벽부터 수 백 명이 줄을 선다. 평일 오전 시간대에도 번호표를 뽑고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값이 오르기 전에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는 인파들이다. 그나마 문을 열자마자 와야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새벽잠도 마다 않고 줄 서는 그들의 열성이 대단해 보인다. 그렇게 줄을 서도 인기 제품을 못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의 실적은 시장규모 1위 미국(전년동기대비 22.3%↓)과 3위 일본, 4위 프랑스, 5위 영국, 6위 이탈리아는 모두 매출이 하락했다. 대부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전 세계 명품 매출이 19%감소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0.1%의 매출 감소는 비교적 실적이 좋다는 해석이다.

명품이 명품인 이유는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즉 보장된 고품질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회사가 그것을 보증까지 하기 때문에 이후 명성이나 가치도 올라갔다. 실제 값싼 제품보다 불량 비율이 적고 원형유지도 잘 된다. 그런 명품을 가지고 사고 팔고를 반복하면서 이익을 얻는 리셀시장.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제품에도 열광하는 MZ세대는 내 삶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마인드도 한 몫 했다. 이들은 소비할 때도 가격을 신경쓰기 보다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있다. 또 개인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데 영향을 끼친 세대인 만큼 물건을 사면서도 되팔 때를 생각해 처음부터 이름 있는 명품을 선택한다는 이들도 있다. 다만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이 소비 행태에서는 돈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


“‘불안한 세대’ 긴 안목으로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어 가야”


우리는 지금 불안과 공허함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엔 ‘싱글족’을 이기적이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20~3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부모 아래서 부족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이지만 코로나19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사다리가 걷힌 세대’라고도 혹자는 말한다. 누군가에게 상속받은 게 없다면 내 집 마련하나 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월급만으론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지난해에는 주식관련 기사가 많이 보였고 올해엔 비트코인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비트코인을 해도 불안하고 안 해도 불안하다는 게 그들이다. 요즘 세대답게 SNS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익률이나 차트, 비트코인 수익률을 사진 찍어 ‘인증’하며 “달까지 가자(to the moon)”고 외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 안양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일본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3년 정도 사용했지만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구매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중고거래앱 인 당근마켓에서 판매를 했다. 그랬던 그가 얼마 전에는 “‘롤렉스 시계’를 살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서 조금 사용하다가 되팔고 싶은데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스크레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면 백화점 가격보다 언제든 비싸게 되팔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요즘은 그게 트렌드’라는 A씨의 설명을 듣고 리셀시장의 풍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자로 잘 살고 싶은 욕망과 욕심이 있다, 하지만 명품을 입었다고 진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묻고 싶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돈의 의미는 각자가 부여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가 살아 움직이듯 돈도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 같은 것이다. 에너지는 존재할 뿐 손에 잡히지 않듯 돈도 잡으려 하면 할수록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거란 생각도 든다.

‘불로소득’이란 단어는 말만 들어도 달콤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리셀도 좋고 투자도 좋다. 그것이 합법적이라면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저런 투자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아쉽다. 개인이 명품을 사서 되파는 것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또 명품가격을 계속 올리는 악영향도 있다.

단기적인 이익이나 기쁨보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명품에 열광하기 보다 그 전에 자신이 먼저 명품이 될 생각을 하면 어떨까. 명품이 희소하듯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나뿐이다. 나를 갈고 닦아 명품이 된다면 10년 후엔 스스로의 몸값이 유명 명품보다 더 값어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품어보면 좋겠다. 리셀로 얻은 시세차익보다 훨씬 장기적인 만족감과 인생의 보람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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