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로봇이라는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K.차페크가 ‘로섬의 인조인간’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로봇은 체코어의 ‘robota(일하다.)’라는 단어에서 나온 신조어로, 현재는 로봇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반 명사화 되어 있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로봇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광범위하지만, 그 중에서도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는 로봇을 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쓰임이 많다. 자동차나 컴퓨터와 같은 제품을 조립하는 단순 노동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인간이 산업 로봇의 효율성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산업 로봇이 인간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산업용 로봇 분야처럼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각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연구와 투자를 하는 분야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분야를 들 수 있다. 현재는 연구 단계에 불과하지만 조립 업무나 단순 노동에 투입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의료, 건설, 심지어 군사 부문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영역은 광범위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 로봇산업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중공업과 한화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국내 로봇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어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 등에 접목할 다양하고 다변화된 로봇산업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 역량 증가와 중국 시장을 주목

국내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보틱스, 한화 테크윈 정도를 꼽을 수 있고, 최근 두산이 2017 로봇월드에 협동로봇 신제품 4종을 출시하면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현대 로보틱스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산업용 로봇 생산 기업이며, 세계 7위의 생산량으로 일본의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KUKA) 등 글로벌 산업용 로봇생산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현대 로보틱스는 2017년 4월 현대 중공업의 1개 사업 분야에서 독립, 독자 기업으로서 첫걸음을 내딛었는데, 업계에서는 현대 중공업의 조선 사업 분야의 적자 부담에서 해방된 현대 로보틱스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후발주자인 두산은 4종의 협동로봇을 출시 예정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두산 로보틱스 관계자는 “안전 펜스 안에서 인간 작업자와 격리돼 작업하는 기존 산업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별도 펜스 등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협동 로봇은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가능하고, 작고 가벼워 이동이 쉬우므로 생산라인 배치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며 자사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즉 현대 로보틱스는 현대 중공업에서 독립, 조선 분야의 적자 부담을 덜게 되었고, 두산은 2017 로보월드에서 신제품을 출시하여 산업용 로봇 산업 부분에서 국내 기업의 역량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KOTRA의 문은혜 중국 난징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 소비국으로 전 세계 로봇산업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내 로봇 판매량은 2010년 1만5000대에서 2015년 7만5000대로, 2016년 약 9만 대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문 무역관은 중국내 로봇 판매량은 2017년 10만 대를 돌파한 후 2020년에는 15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알려왔다. 특히 중국 로봇시장은 현재 중국 기업의 핵심기술 부족으로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4%에 불과해 90% 이상을 수입산 로봇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시장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보고했다.

문 무역관은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장쑤성(江苏省)을 꼽았다.

그 이유로 장쑤성은 2015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액 1위를 차지했으며, 2016년 장쑤성 자동차 생산량은 130만 대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곳이라서 산업용 로봇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들었다.

문 무역관은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정책에 근거해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산업에서의 로봇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중국 내 로봇산업 또한 크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문 무역관은 알려왔다.

▲ 2015 중국 지역별 자동차 판매액 순위, 자료원: SOHU 뉴스

◆ 새로운 분야의 시장 개척 도모

KOTRA의 최 종우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그의 보고서에서, 산업용 로봇의 전통적인 판매 분야인 제조업 분야에서 탈피하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줄고 있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져 농업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의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최대의 딸기 재배업체인 드리스콜의 ‘소렌 비요른(Soren Bjorn)’ 회장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지난 2005년 이후 줄어들고 있고, 특히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불법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렌은 농업 분야에 로봇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노동력의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미국 농장주들에게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인 ‘프레시 하베스트(Fresh Harvest)’는 그의 인터뷰에서 “연간 15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미국 농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까지 5년간 13% 상승함에 따라 로봇은 필수 옵션이 돼간다.”고 말했다.

최 무역관은 이런 미국 농업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력 부족 현상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농업용 로봇이나 기기를 수출하는 업체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고했다.

◆업계의 요청...연구 개발 비용 공제 비율 상향과 국민의 관심 고취

업계는 산업용 로봇 시장을 포함한 로봇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 부분에 있어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발전 속도가 위협적이라며, 중국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력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R&D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는데,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R&D 공제 부분의 축소가 포함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에 따르면 당기분은 해당 기업이 한 해 쓴 R&D 비용에 대해 1∼3% 세액공제를 받는 방식이고 증가분은 전년 대비 R&D 증가액의 30%만큼 세액에서 빼주는 방식인데, 개정안에서 현행 공제 방식을 고수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증가분의 공제 비율을 상향해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주문하였다.

한편 다른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조기부터 로봇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획일적인 로봇 교육을 실시하기 보다는 로봇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에 따르면, 과거 EBS에 로봇파워라는 프로그램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개하고 로봇 대전과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여, 프로그램이 로봇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올리는데 일조를 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은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에서도 로봇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어져 국민들이 로봇을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이것이 우수한 로봇 개발 인재를 확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로봇파워 프로그램과 같은 로봇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이나 로봇 축구, 로봇 대전과 같은 로봇 콘테스트 프로그램을 정부와 기업이 지원함으로서, 미래 로봇 꿈나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산업용 로봇 시장을 포함한 로봇 시장의 성장세는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동의하는 바였으나, 한국 기업이 로봇 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 업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자들은 말을 마쳤다.

◆ ‘2017 로보월드’ 킨텍스에서 열려 ‘큰 호응’

로봇의 역사와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2017 로보월드가 지난 9월 13일부터 9월 16일까지 4일간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주관, 25개국 230개사가 참가하며 500개 이상의 관련 부스가 설치돼 로봇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명되기도 했으며, 특히 이번 행사에는 로봇뿐 아니라 드론, 3D프린팅, 가상현실(VR) 관련 기업들도 참여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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