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한 대형마트의 생리대, 일회용 생리대 매대를 그냥 지나쳐 ‘템포’ 매대를 유심히 보는 고객들이 있었다. 국내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외국산 ‘템포’ 매대는 일시품절 현상을 보였다. 국내 생리대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된 격이다.]

최근 몇 회에 걸쳐 뉴스워커는 생리대 파문 사태를 집중 취재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독자의 제보가 이어졌고, 그 제보 가운데 유독 ‘릴리안 생리대’ 환불조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독자 즉 소비자의 불만은 계속됐고, 그 사안을 뉴스워커는 조금이라도 소비자에게 힘을 싣고자 보도에 집중한 바 있다.
한데 지금의 사태가 과연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 한 곳만의 문제인양 호도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언급됐다. 이에 뉴스워커는 생리대 파문을 보다 객관적인 시작으로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소극적이나마 환불절차를 갖고 있는 깨끗한나라 그리고 이 마저 하지 않고 있는 몇몇 생리대 생산 기업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다시 한 번 다가갈 필요가 있다.<편집자 주> 

▲ 9월 19일 한 대형마트의 생리대, 일회용 생리대 매대를 그냥 지나쳐 ‘템포’ 매대를 유심히 보는 고객들이 있었다. 국내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외국산 ‘템포’ 매대는 일시품절 현상을 보였다. 국내 생리대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된 격이다.<사진_김태연 기자>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8월 28일부터 릴리안 생리대 환불이 시작된 이후 환불 절차는 19일에 걸쳐 진행돼 9월 15일 24:00에 마감됐다. 릴리안 생리대 환불 절차의 경우 접수된 내용에 따라 순차적 환불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릴리안 생리대 환불 홈페이지의 경우 “릴리안 고객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환불접수를 9월 15일자로 마감했습니다. 더 이상의 추가접수는 진행하지 않고 있사오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생리대 환불 절차와 대처가 미온적이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한편,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제기 된 제조사 중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만이 환불 대처에 나서고 있어 분노가 대처를 유일하게 진행한 애꿎은 기업에만 집중되는 것에도 지적이 일고 있다.

◆ 생리대 환불, ‘너무 짧았다’ 비판 VS 유해물질 ‘검출X’ 기에 무조건적 비판 지양

릴리안 생리대 환불 절차는 8월 28일부터 진행돼 9월 15일까지 마감됐다.
하지만 환불절차 기간이 15일로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불만을 초래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벤트도 아닌데 별도의 환불기한을 정해놓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릴리안 생리대 환불 조치는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 본사 접수로만 시행됐다.
이 경우 소비자 환불 접수는 ‘전화 환불 접수’, ‘홈페이지 접수’를 통한 두 가지 접수 방법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홈페이지 접수를 여건상 시행하지 못한 한 여성 소비자의 경우 “전화를 받지 않으니 환불조차 접수 하지 못했다. 기간도 너무나 짧다고 생각된다. 홈페이지에 나온 접수 절차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문의를 하고 진행하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니 접수를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전전긍긍 하다 보니 어느새 환불 마감 공지가 떠있어 당황했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지. 9월 15일자로 생리대 환불 절차는 마감돼 추가 접수는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 ‘치약 유해물질 사태’ 환불 대처와 생리대 환불 절차 대처가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교적 동일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 대처가 다소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발생한 치약 가습기 유해물질 환불 사태의 경우, 메디안 치약 등 11종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회수 조치가 즉각적으로 내려졌다.

또한 소비자의 경우 판매처에서 원가 기준이 아닌 구매가 기준으로 환불이 비교적 즉각적으로 가능했다는 평이다.
환불처의 경우 각 대형마트, 소형점포 등을 대상으로 이어졌다. 환불 기간은 10월부터 11월까지 1~2개월 사이로 추정돼 비교적 회수기간이 각 판매처마다 유동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미 오랜 기간 사용한 제품이라도 대부분 판매처 대처에 따라 받아준 경우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가습기 유해물질 치약 환불 사태의 경우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 유해물질 ‘검출’이 떴기에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 회수 조치가 권고됐다. 현재 릴리안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의 정확한 여부는 다가오는 올 9월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로 밝혀질 예정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환불 대처에 적극적인 기업은 ‘릴리안’이었다는 것에 여론 물결이 다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 생리대 환불 원가 기준… ‘너무하다’ 원가 책정에 실망한 소비자들

생리대 환불 기준의 경우, 낱개 기준인 100~400원 사이로 책정돼 환불 가격 책정에 소비자 불만이 초래됐다.
또한 개봉 및 사용을 하지 않은 생리대 완제품 또한 릴리안에서 제시한 환불단가 기준으로 책정돼 문제가 제기됐다.

릴리안 공식 환불 접수 절차 페이지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들이 통상 사용하는 중형 생리대의 경우 1팩 (16개입)은 환불금액이 2,800원 선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SNS 및 포털사이트 등에서 “이미 환불대처에 실망했다. 포기한 것에도 가까워 박스째 버리거나 청소를 할 때 사용 한다”등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 지난 15일까지 진행된 환불 진행 당시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 홈페이지의 제품별 환불 금액 안내 기준, 원가 기준 환불 금액 계산 방식이 게재돼 있다

생리대 환불을 진행했던 한 소비자의 말에 따르면 “순수한 면의 경우에는 중형 완제품만 4,500원~5,000원 가량이다. 이미 사용한 제품을 환불하는 것은 원가 기준에 다소 납득이 갔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새 제품을 원가 기준으로 환불 책정을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릴리안 환불 소동에 대해 한 전문가는 “유통기한이 있는 소비재 특성을 감안해 100%환불 대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적합한 대처와 안내가 요구됐어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 ‘환불’…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

18일 오전 뉴스워커에서 제보된 사례에 따르면 한 독자는 “환불 조치를 위해 수십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벨만 수십여 차례 울릴 뿐 전혀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또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전화가 ‘뚜뚜뚜’ 하고 끊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18일,19일에 걸쳐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 고객센터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긴 음성 안내 메시지만이 나올 뿐이었다. “물량 증가로 인해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전 상담원이 통화중이기에 잠시 후에 다시 걸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전화 회선이 연결되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적 통화를 시도 했지만 소비자 제보와 마찬가지로 “뚜뚜뚜”하는 연결 신호 단절음만이 들려왔다.

한 소비자 의견에 따르면 “통화가 돼야 환불을 신청하는데, 하루 종일 전화를 붙들고 있어도 통화가 되질 않으니 15일까지 통화를 시도하지 못 해 환불 접수를 하지 못 한 사람은 어떻게 하란 것인지 너무 당황스럽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환불 불만 의견은 SNS 및 포털사이트에서 계속 공유됐다. “환불 절차가 헷갈려 10차례(제보자 표현)가 넘게 전화를 했지만 반복적인 기계음만 나왔다. 통화가 안 돼 환불을 못 받아 사용할 수조차 없는 생리대는 버려야만 한다”며 분통을 표했다.

환불 절차 여건상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맞벌이 부부 및 1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여건 상황에서 박스로 포장된 제품을 택배 기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골자다.

◆ 유해물질 검출 제조사 중 ‘릴리안’만 소통했다…사태 과열에 비판도

일요신문의 단독 기사에 따르면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는 지난 5일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실험내용으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깨끗한나라 측은 다른 제조사에도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제기됐지만 마치 자사 제품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노출돼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 고소의 이유를 전했다.
실제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제기된 제조사는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국내 제조사 5곳 이상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환불대처를 전개한 릴리안에만 특별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의견에 따르면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만 일종의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사건의 본질이 ‘유해물질’에 가야 하는데 엉뚱하게 기업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리대 유해물질 의혹이 가장 높은 수치로 제기된 제조사는 유한킴벌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사태가 릴리안에만 조명되고 있는 것은 과열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릴리안 제조사는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제기된 후 지난 28일 릴리안 홈페이지 공지를 게재해 환불절차를 전개한 바 있다. 생산과 유통 또한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제기된 다른 국내 제조사들은 환불 대처와 소통에 반응이 없고 유통 또한 여전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생리대 사태는 소비자들의 자포자기와 분노가 공존된 형태로 나타난다.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의 항의는 오갈 데 없는 아우성으로 번져 해소는커녕 호소할 곳도 없는 상태다.

국내 생리대 사태 대처에 행정체계와 재계 모두가 적극적 자세였다면 여성 소비자들의 분통은 가중돼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따르고 있다.
시장 주체는 소비자인데도 불구, 무책임한 시스템은 고객을 ‘을’로 보면서도 현대판 ‘진상’을 만들고 있다. 뒤돌아보는 자세, 진정성 있는 소통만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으며,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독자들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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