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과 여론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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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


최근 퇴직연금의 디폴트 옵션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서 ‘디폴트 옵션’은 말 그대로 ‘디폴트’인 ‘옵션’이다. 기존 퇴직연금이 낮은 수익률로 원금 보전 또는 손해의 감소에 주력하는 반면 자동 투자 제도인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면 DC(개인책임)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게 된다.

지난 23일 오후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앞에서 언급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할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법안은 국회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여론 조사...


지난 21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한국 갤럽에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1월 13일부터 1월 28일까지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 400명과 사용자 200명, 총 600명을 대상으로 DC 가입자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실태조사와 DC 퇴직연금 운용 지시 경험 조사를 시행했다.

디폴트 옵션 도입 찬반 여론 조사의 경우 찬성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78%, 반대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22%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퇴직연금 운용 지시 경험의 경우 63.5%가 1년간 운용 지시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26.5%가 연 1~2회, 8.5%가 연 3~4회 지시했다. 단 1.5%만이 연 5회 이상 운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용을 지시하지 않은 응답자에게 그 이유도 조사했다. 가장 많은 49.5%가 ‘금융 지식이 부족해서’를 이유로 꼽았다. 뒤를 따르는 34.5%는 ‘금융회사에서 알아서 운용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를 이유로 들었다.


찬성...


디폴트 옵션의 도입 찬성 여론이 우세한 이유를 꼽자면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1.77%로 상당히 낮은 편인 것을 들 수 있겠다. 5.39%였던 국민연금과 5.08%였던 사학연금의 수익률보다도 한참 아래인 것을 알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의 대다수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어지는 저금리로 인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폴트 옵션 성공 사례인 미국과 호주의 경우 연 7%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저조한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반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봤을 구절이다. 디폴트 옵션은 펀드 형태를 띠는 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 현재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하고 가입자에게 매년 지정 여부를 문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이 개정될 경우 말 그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실적 배당형 전환이 ‘디폴트’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원금에 손실이 있을 시 가입자가 투자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인데 이를 두고 금융 회사에 과도한 면책 사유를 준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 경우 디폴트 옵션 도입에 앞서 적격 상품의 타당성과 신뢰성 등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제도 도입을 반대한다.


현 위치...


지난달인 3월 17일, 야당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폴트 옵션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회 환노위 내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상당히 갈리고 있고 그에 따라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은 잠정 보류됐다.

오는 28에는 국회에서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 문제를 두고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부 및 금융업권 담당 임원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두고 국회에서 전문가 간담회가 이뤄지는 것 자체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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