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미국과 북한 최고지도자 간 ‘말 폭탄’ 전쟁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조롱하고 나섰다.

자신을 ‘늙다리’ ‘불망나니’ 등으로 비난한 김 위원장에게 ‘꼬맹이’라고 조롱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한 데 이어 22일(현지시간) 앨라배마 주(州)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유세에서는 ‘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어린 사람을 얕잡아 보는듯한 ‘리틀’(little)이라는 단어를 ‘로켓맨’ 앞에 붙여 김 위원장에 대한 조롱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것은 마치 치킨게임과도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는 위험한 형국이다. 사진은 영화 분노의 질주의 한장면. 그래픽_진우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미치광이들이 사방에 로켓을 발사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사실 그는(김정은) 오래 전 클린턴, 오바마 정부 때 처리됐었어야 한다. 내가 맡아 하겠다. 정말 그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까지 거론했다.

이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성격의 고강도 대북 금융·물류 봉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동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대외무역·운송 활동과 해외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방문했던 선박과 비행기는 물론, 북한 기항 선박의 화물을 옮겨 실은 선박에 대해서도 180일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가장 강력한 독자 대북제재로 북한 자금줄을 옥죌 최고의 압박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은행들은 분명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무역을 도우면 그들은 (우리와) 교역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직접 성명서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로 지칭하는가 하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深重)히 고려할 것”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따위의 ‘말 폭탄’을 쏟아 부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그것이 ‘태평양상에서 하는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리 외무상은 또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이 우리 지도부 세력에 대한 참수나 군사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장을 완성해 미국과의 ‘벼랑 끝 대결’을 밀어붙여 보겠다는 속내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말 폭탄을 주고받는 사이 한반도의 긴장 지수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북-미 ‘강(强) 대 강’ 대결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 앞바다에 초대형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정밀폭격 같은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북한이 남한을 도발하면 한반도는 전쟁의 불바다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앞두고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칫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같은 목소리 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하는 것은 고립 심화와 제재 압박 강화를 부를 뿐이며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재촉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북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무모한 ‘치킨게임’에 몰두할 게 아니라 핵·미사일 도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하루 속히 나오길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대북 제재 공조를 다지면서 한반도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시기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