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 차 배터리 출하량 2위, 5위를 차지한 한국 기업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SNE 리서치가 지난 9월 6일에 발표한 2017년 1월에서 7월까지의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을 보면 LG화학이 2.3GWh로 2위, 삼성SDI가 1.2GWh로 5위를 기록하였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을 감안한다면,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이룬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전해진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작년 동 기간과 비교하여 LG화학은 160%, 삼성 SDI는 89%에 달할 정도의 높은 출하량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두 회사가 수주 계약을 체결한 BMW, 폭스바겐, 르노, 쉐보레 등 글로벌 자동차 OEM의 전기 차 판매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배터리 출하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배터리 제조 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앞으로의 배터리산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고전면치 못하는 국내 배터리의 ‘중국 시장 진출’
전 세계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 시장은 여전히 국내 기업들에게 진입 장벽을 높게 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전기 차 배터리 인증에서 LG 화학과 삼성 SDI를 배제한 바 있으며, 올해 1월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차의 보조금 지급을 배제하였다. 그 결과 LG 화학과 삼성 SDI는 중국 전기 차 배터리 시장 내에서 큰 타격을 입었으며, LG화학의 난징 공장, 삼성 SDI의 시안 공장은 올 하반기 들어 한때 가동이 중지되거나 가동률이 10%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이런 횡포에 가까운 일을 벌이는 이유로 사드배치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자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드문제를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 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중국의 전기 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하는데 반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기록한 전기 차 배터리 판매액은 2014년에 12억 3024만 달러, 2015년에 10억 4152만 달러, 2016년에는 10억190만 달러를 기록하여 갈수록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배치 전부터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는 있었지만, 사드배치로 그것이 노골화된 것에 불과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은 중국 시장의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시장이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중국 정부가 전기 차 보조금과 배터리 인증 문제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사태를 좀 더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중국 공장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럽, 미주의 배터리 물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유럽이나 미주의 물량을 굳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고 헝가리와 같은 동구권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 중국으로의 국내 배터리 보급량이 해를 거듭할 수록 쪼그라지고 있다. 이는 사드배치 문제라기 보다는 중국내 배터리산업 보호조치라는 의견이 많아, 중국이 고의적 수단을 펼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자료_GTA>

◆ LG 화학, 삼성 SDI 실적 개선
2017년 2분기 LG 화학의 전지 사업 부분은 6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되었고, 매출도 1조1198억 원을 기록하여 동기 대비 38.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지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LG 화학의 실적 개선 이유로 소형 전지 부분의 사업 확대, ESS 판매의 높은 성장세, GM 등의 전기 차 판매 호조에 따른 자동차용 전지 적자 폭 축소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GM이 기록한 북미 시장에서의 전기 차 판매 호조를 눈여겨 볼만하다. 7월 전기 차 북미 판매량에서 GM의 볼트(Bolt) 모델이 1971대가 팔리며 1위를 차지했고, GM의 볼트(Volt) 모델이 1518대로 4위를 차지하였는데, 상위 5위권 내에 있는 GM의 2개 전기 차 모델이 LG 화학의 배터리를 장착하여 LG 화학의 전지 부분 실적을 개선하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GM의 볼트(Bolt) 모델의 경우 아직 미국 전역에서 시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업계에서는 LG 화학도 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 SDI는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흑자 반등에 성공했는데, 전지 부분의 실적 개선도 이에 일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삼성 SDI의 실적 개선에는 수익성이 좋은 UPS와 휴대폰 배터리 등의 가정용 배터리의 출하 증가와 전기 차 배터리등 대형 전지 부분에 있어서 적자를 줄인 것이 그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삼성 갤럭시 노트 8의 첫 주말 판매량이 27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트 8의 배터리 공급 업체인 삼성 SDI의 실적은 2017년 하반기에 이르러는 더욱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전기 차 배터리 생산과 같은 삼성 SDI 대형 전지 부분에서도, 폭스바겐과 BMW에 제공하는 배터리 출하량이 전기 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 SDI는 점차 적자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향후 전망, 세계 주요국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전망
프랑스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면 등록 금지 방침을 발표하였다. 또한 인도도 2030년부터는 전기 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하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기 차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각국의 방침이 현실화 된다면 세계 전기 차 시장은 급성장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전기 차 배터리 시장도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LG화학, 삼성 SDI와 같은 배터리 생산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2020년에 전기 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 내지 폐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 내의 전기 차 시장 자체는 축소하겠지만, 없어진 보조금만큼 중국의 배터리 생산 기업과 한국 기업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상승도 전망하는 업계 관계자도 존재한다.

한편 KOTRA의 유 기자 대만 타이베이 무역관은 8.15 대정전 사태로 인해서 대만 내의 UPS 등과 같은 전력 저장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중소기업과 개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국내 배터리 생산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에 더불어 전력 저장장치인 ESS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에 국내 업체들의 관심이 요망된다고 그는 전해왔다.

즉 전 세계적으로 전기 차 시장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ESS 시장의 성장으로 향후 배터리 생산 업체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 ‘InterBattery 2017’ 오는 27일부터 코엑스서 열려
배터리 산업과 관련하여 2017. 9. 27(수) ~ 29(금)간에 코엑스 B홀에서 InterBattery 2017이 개최된다. 이 행사는 한국전지산업협회, ㈜코엑스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며 서울시가 후원한다.

LG 화학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참가하여, 충전용 배터리, 캐퍼시터, 소재 및 부품, 제조기기, 검사/측정 장비 등을 전시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참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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