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늘 오후 2시에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어제(25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은 받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이라는 중책도 아울러 주어졌다.

사법 개혁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낼 때부터 적극 추진해 오던 과제였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참여정부는 사법 개혁 방안을 잘 마무리하여 입법화하는데 성공했으며 이것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 제도가 선진화 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군(軍) 사법제도 개혁과 대법원 정책 일원화는 남은 과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 과제를 넘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사법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을 꿈꿔온 것”이라며 “민주주의라든지 인권 측면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정부보다 크다고 본다. 대법원장 취임만으로도 사법부가 많이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문 대통령 눈에 든 김명수 대법원장, 어떤 인물일까?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지명할 당시 법조계에서는 ‘파격 인사’로 평가했다. 우선 전임자보다 연수원기수가 13기나 낮다는 점과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대법관 출신이 아닌 대법원장 후보자는 56년 만이다.

그리고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던 박시환 전 대법관보다 더 강한 개혁 성향으로 알려져 사법부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법조계는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 이유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력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 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리법 연구회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에서 대법원장을 맡았던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하자 판사 430여 명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설립한 진보성향의 판사들의 모임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학술단체로 ‘유엔 국제인권법 매뉴얼’ 한국어판을 첫 발간했고, 최근에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독점 문제를 제기하며 8년 만에 전국법권대표회의를 개최하는 등 사법 민주화를 주도하는 단체이다.

◆ 사법개혁을 위한 과제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강한 진보성향을 보여 온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개혁을 위한 첫 행보는 무엇일까? 김 대법원장은 우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보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법원행정처가 현행 사법부 체계 등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연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연구회 소속의 한 판사가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난 뒤 겸임 해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업무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기획 조정실 컴퓨터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파일이 있다.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인데 좋은 취지로 한 것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관련사건을 조사했지만 진상조사위는 의혹 규명의 열쇠로 꼽혔던 사법행정 담당자 등의 컴퓨터에 대해서는 “강제로 확보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출범했고, 사법 블랙리스트에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요구에 대해 거부입장을 밝힌 채 임기를 마무리 한 것이다.

따라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여부는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혀 진실이 규명될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법원의 본래 기능인 재판 업무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상고심 제도’이다. 연간 4만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의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해 김 대법원장은 그간 ‘상고허가제’ 도입의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지적도 있어 김 대법원장 주장처럼 ‘상고허가제’가 도입될 지는 미지수이다. 대신 대법관 증원이나 하급심 전문법원 설치 등의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사법개혁을 위해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의 하나로 ‘전관예우’도 꼽히고 있다. 전관예우란,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받는 특혜로, 공정하지 못한 판결을 내릴 수 있어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김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만드는 핵심요인으로 전관예우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역대 대법원장들이 전관예우를 부정하면서 실상파악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외에도 사법 행정권 남용 방지 대책,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폐지, 지방・고등법원 이원화, 제1심의 단독화, 지역법관제와 전보 인사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법관회의에서는 꼽고 있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다. 6년 동안 문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 기대처럼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사법 독립’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