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바이오시장에 대처 위해 관련 규제 심층적 토의 필요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혁신 정책 대토론회’에서 향후 10년 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점유율 5%를 점유하고 12만개의 신규 바이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9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혁신 정책 대토론회’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설에서 “10년 내 글로벌 바이오 시장 점유율 5%를 차지하고, 12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여,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우뚝 세우겠다.”고 밝힌 것이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윤정 서울대 교수는 “문제는 규제인데, 기존 규제를 푸는 것도 필요하지만 첨단 분야의 경우, 사업화에 규제 가이드라인조차 없기 때문에 마치 안개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전담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과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는 규제 정리 외에도 정부가 종합적인 육성, 지원 정책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가위) 그리고 줄기세포

현재 바이오산업에서 주목받는 분야로 유전자 가위분야와 줄기세포 분야를 들 수 있다. 유전자 가위란,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는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를 의미하고 이는 유전자 교정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혈우병과 같은 유전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병의 경우에는,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으로 발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투여하거나, 수술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없다. 세포 내의 유전자나 염색체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포 내의 유전자나 염색체에서 이상이 있는 부분을 절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병 치료에 있어서 근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7월 23일 서울대의 김진수 교수팀이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여 혈우병 세포를 교정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교정된 세포를 생쥐에게 이식한 결과 출혈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2015년 4월, 중국의 한 연구팀은 인간 수정란(배아)에서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여 정상 유전자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불임클리닉에서 제공받은 86개의 수정란에 유전자 교정을 가하였고, 48시간 뒤 71개 수정란이 생존하였으며 이 가운데 28개는 정상 유전자로 전환되었다고 했다.

한편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바뀔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이 줄기 세포는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심장, 근육 등 다양한 조직 세포로 바뀔 수 있으므로 줄기 세포를 이용하여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준 타카하시 교토대학 교수팀이 2017년 8월 31일 Natur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파킨슨병과 유사한 병을 앓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식했더니, 증상이 개선됐고 부작용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타카하시 교수팀은 파킨슨병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여 발생하는 뇌신경 질환이므로, 역분화 줄기세포가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역분화 줄기세포를 투입한 것이었다.

그 결과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치료 효과 평가 점수가 10.4점에서 최대 53.6점까지 상승할 정도로 파킨슨병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교수팀은 발표했다. 또한 역분화 줄기세포 이식 후 2년 뒤 줄기세포 치료 효능이 떨어지거나, 면역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 교수팀의 설명이었다.

이와 별개로 2015년 원숭이에 대한 실험을 성공시킨 중국 연구진도, 올해 초부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의 효능 및 안전성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해외에서의 줄기세포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즉 과거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유전병 영역에서, 유전자 자체의 교정이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그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바이오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 미국 시장을 통하여 바라보는 바이오 시장의 미래

KOTRA의 임소현 미국 뉴욕무역관은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Allergan)이 2017년 3월 크리스퍼 전문기업 에디타스(Editas Medicine)와 희귀하고 심각한 안구질환 치료를 위한 실험적 생명공학 치료법 사용을 위해 9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전했다.

또한 임 무역관은 11억 달러 정도로 회사 가치를 평가 받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23앤드미(23andMe)가 2017년 4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셀리악병을 포함한 10가지 질병에 대한 유전자 테스트 기기를 의사의 처방전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FDA 허가를 취득하여 그 시장을 넓히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조사기관 NK Wood에 따르면, 글로벌 크리스퍼 시장 규모는 2016년에 이미 3억6100만 달러 규모에 도달하였고, 2017~2025년에는 연평균 36.79% 성장하려 2025년에 59억6600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바이오 시장은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시장 단독만으로도 2025년경에는 6조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만큼 급성장세를 보일 것 같다고 임 무역관은 전해왔다.

◆ 규제 완화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일본, 중국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전력 질주를 하는 반면, 우리는 출발선 상에서 규제에 발목을 잡혀 있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업계가 어떤 고충을 말하고 있는지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먼저 바이오 스타트 업에 관련한 규제를 살펴보면 지난 8월 1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화상전문의료기관 베스티안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Young Innovators Talk')에서 쓰리빌리언의 금 창원 대표가 주장한 것을 살펴보겠다.

금 대표는 “B2C 유전자 검사 시장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에서야 비로소 B2C 유전자 검사가 법적으로 가능해졌는데 이마저도 제한적이다.”고 말하며 한국 내에서의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 50조 3항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서는 다음 각 호를 제외한 경우에는 질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것과 관계가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유전자 검사 기관 즉 쓰리빌리언과 같은 사설 유전자 검사 회사에서는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는, 직접 소비자의 의뢰를 받아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법 제 50조 3항에 의료기관의 협조를 받지 않고도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제외 규정이 있지만, 그 부분이 지나치게 협소하여 새로운 부분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려고 하면 법에 의해 제지를 받게 된다. 즉 바이오 스타트업 산업으로서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법에 의해 제지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 금 대표의 주장이다.

앞서 언급했던 자산 가치 11억 달러의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23앤드미에게 의료기관의 개입 없이 바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해준 미국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이는 미국은 할 수 없는 부분만을 규정하여 그 부분만 금지하는데 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부분만을 규정하고 그 외는 전부 금지하는 규제 방식 즉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때문에 기인한 것이다.

한편 최근에 일어난 일을 보면 이런 한국의 규제 정리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2017년 8월 2일자 네이처(nature)지에 김 진수 교수팀과 다른 연구팀의 공동 연구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에서 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의 효율성, 정확성, 안전성을 증명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으로 김 교수팀과 공동 연구팀은 심장병을 포함한 1만 가지가 넘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 논문을 김 교수 팀의 성과보다 공동 연구팀의 성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제공하고, 데이터 분석까지 했는데도, 김 교수팀의 성과보다 공동 연구팀의 성과로 조명되는 이유는 바로 “한국에서는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가 불법”이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법체계상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공동 연구팀이 배아 유전자 교정을 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제공하고 데이터 분석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의 조명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바이오산업에 관한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는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입장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의미다.

유전자는 말 그대로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이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유전자 교정이 일어날 경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조차 과학자들은 말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종간의 경계를 허물 경우 새로운 질병이 탄생하여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의 논거는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규제가 인류 생명을 보호하는데 꼭 필요한 규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토론회에 참석하여 규제의 옥석을 가릴 규제 전담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박 윤정 서울대 교수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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