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대성 산업부장] 지난 10월 22일 잠실역 주변, 올림픽공원 인근에 위치한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의 통합재건축(이하, 미성‧크로바재건축)을 추진하는 이곳에 두 곳의 시공사가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이 그곳으로 두 건설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곳의 수주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미성‧크로바재건축은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가 각각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두 단지간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조합 간 통합재건축을 추진했고, 그 결과 하나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총 9개동 1230세대의 대형단지로 이뤄진 미성과 단 두 개 동에 세대수도 1/10에 불과한 120세대로 이뤄진 크로바아파트지만 이곳은 대로변에 위치해 미성보다 더 높은 토지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성아파트는 대로변 진입도로가 절실히 필요했고, 크로바아파트는 사업성에서 빠질 수 없는 규모면에서 크게 부족함이 있었기에 이 두 아파트의 통합은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대통합’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지어지는 재건축아파트는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 등 어느 것 하나 뒤로 할 수 없는 아파트여야 한다는 점은 이곳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아파트의 가치를 이루는 것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랜드마크’다. 랜드마크는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목표물이기도 하다. 이는 주위의 경관 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쉬운 것이라야 하는데, N서울타워나 역사성이 있는 서울 숭례문 등이 해당된다할 수 있다. 잠실에서의 두드러진 랜드마크는 절대 ‘롯데월드타워’를 빼놓을 수 없다. 123층이라는 엄청난 위엄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요지부동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사람들의 인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최초의 이미지다. 사진에 보이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최상층 수영장은 세계 모든 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로망과도 같은 곳이다. 이에 이곳 서울에 GS건설과 롯데건설 두곳의 시공사가 한 재건축아파트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곳은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다른 한 곳은 국내 최초의 최상층 인피니티 풀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성‧크로바재건축이 어떻게 좀 더 높은 재산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주변의 여타 아파트와 다른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타까울 수 있지만 이곳이 랜드마크로 불리기에는 상당히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우선 롯데월드타워와 미성‧크로바재건축은 같은 잠실역 생활권 내에 존재한다. 더 자세히 표현하면 그 거리가 불과 200여 미터에 불과해 등지고 서지 않는 한 엄청난 높이의 롯데월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겹더라도 보고 살아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도 말 할 수도 있다. 마치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지겨워하는 것과 같다.

결국 미성‧크로바재건축은 신 건물로 지어지더라도 롯데월드타워 주변에 부속하는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잠실에는 여타의 많은 재건축아파트들이 존재한다. 크게는 잠실주공1,2,3,4단지와 시영아파트 등 5층 규모 저층아파트들이 ‘엘스, 리센츠, 레이크팰리스, 파크리오’ 등으로 재탄생해 저마다 존재감을 보이려 하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그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컨소시엄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네이밍이 사람들, 특히 소비자의 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차별점이 없는 ‘거기서 거기’라는 평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는 점도 있다.

미성‧크로바재건축은 35층 규모의 아파트로 지어진다. 지금의 10층 안팎의 아파트를 볼 때 크게 올라가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리센츠아파트 등이 30층 이상(최고 33층)이라는 점에서 볼 때 크게 다르다 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두 곳의 시공사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수주 전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를 앞세워 ‘자기집 앞마당을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며, GS는 이곳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 인피니티 수영장’을 설치한다는 포부다.

또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라는 랜드마크 옆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것이며, GS는 국내 최초로 최상층부에 그들만의 존재감을 알리는 GS 자이만의 ‘프라이빗’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 하나 물러서지 않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롯데의 말에는 다소 모순이 존재한다. 사실 또 하나의 랜드마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의 랜드마크는 하나여야 하는데 불과 200여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으로 보인다.

랜드마크의 조건은 단순하다. ‘최고, 최대, 최초’ 이 셋 중 하나는 무조건 해당해야 한다. 이점에서 이미 ‘최고’와 ‘최대’의 조건은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최초’ 하나 뿐이다.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미성‧크로바재건축이 그저 그런 아파트로 남는가, 아니면 조합원의 재산가치가 최고조를 상승하는 랜드마크로 남는가 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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