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차례상

홍동백서, 조율이시, 좌포우혜…. 추석 등 명절날 차례상 차리는 예법으로 들어는 봤지만, 쉽지는 않다. 최근 들어 우리 민족의 전통적 풍습이 아니라 근대 들어 퍼진 일부 지방·가문의 풍속에 불과하고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그렇다 해도 전해지는 관습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법. 특히 막 결혼해 분가(分家) 혹은 성가(成家)했거나 부모님 세대가 최근 돌아가신 가정에서 처음 차례나 제사를 준비할 때 막막하기 그지없다.

 

▲전통 차례상 차리는 법

하지만 찬찬히 살펴 보면 그리 어렵지 만은 않다.

먼저 밥과 국, 수저, 술잔은 지방(신위) 수, 즉 모시는 조상님 숫자만큼 준비한다. 밥은 뚜껑을 덮고, 국은 대체로 맑은 국을 쓴다. 숭늉은 물에 밥을 조금 풀어둔다. 나머지 음식들은 신위 수와 상관없이 준비하면 된다. 술은 정종이나 전통소주 등 맑은 술로, 식초와 간장은 종지에 담아서 차린다. 떡은 시루떡, 탕은 어탕, 육탕, 계탕 등을 준비한다. 부침개는 고기 전, 생선 전, 구이는 조기, 쇠고기, 닭, 포는 어포, 육포 등을 준비한다. 어포는 그릇에 담을 때 등을 위로 가게 한다. 김치는 나박김치, 나물은 3색 나물, 과일은 짝수로 담는다. 모든 제사 음식에는 마늘, 후추, 고춧가루, 파 등 향신료를 쓰지 않고 간장ㆍ소금만 쓴다.

차리는 법도 따로 있다.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 제사지내는 사람이 선 곳을 남쪽, 제사상을 보고 섰을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으로 본다. 상 맨 안쪽에 병풍을 세운 후 신위를 붙이거나 병풍이 없다면 신위를 세워 둔다.

맨 앞 1열에는 식사류인 밥ㆍ국을 놓고 그 앞에는 술잔을 놓는다. 2열에는 구이ㆍ전, 3열에는 탕 종류, 4열에는 나물, 김치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을 올린다. 상 앞에 향로, 모사 그릇, 퇴주 그릇 등을 준비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리는 이렇다. 산 사람들이 먹기 위한 일반적인 상차림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수품인 밥과 수저, 술잔을 앞에 놓고 더 많이 자주 손이 가는 음식 순으로 줄을 세워 진열하면 된다. 과일과 과자는 후식 개념이니 맨 끝에 놓는 것이다. 조상님이 생전 좋아하셨던 피자나 통닭 등 생경한 음식을 놓는 경우에도 이같은 일반적 상차림 방식대로 놓으면 된다.

참고로 상을 차릴 때 쓰는 격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색의 과실은 동쪽 흰색의 과실은 서쪽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 :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동두서미(東頭西尾) : 생선의 머리를 동쪽, 꼬리는 서쪽 ▲동조서율(東棗西栗) :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 등이다. 

제사에 쓰는 밥은 '메', 국은 '갱', 숭늉은 '숙수', 구이는 '적', 부침개는 '전', 찌개는 '탕'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지방 쓰는 법

지방은 원래 집집마다 사당을 두고 모시던 조상님의 위패(位牌)를 대신하는 것이다. 즉 신주(神主)가 없을 때 임시로 쓰는 위패다. 지방의 오른쪽에는 여성, 왼쪽에는 남성을 쓴다. 지방에는 제주와의 관계, 직위,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신위(神位)라고 쓰면 된다.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 조부모는 '조고(祖考)', '조비(祖?), 증조부모는 '증조고(曾祖考)', '증조비(曾祖?)', 고조부모는 '고조고(高祖考)', '고조비(高祖?)'라고 해 앞에 현(顯)을 쓰면 된다.

직위의 경우 남자 조상은 벼슬의 이름을 쓰거나 없으면 '학생'(學生)을 쓴다. 여자 조상은 남편의 직위에 따라 정경부인(貞敬夫人), 정부인(貞夫人), 숙부인(淑夫人) 등의 호칭을 쓴다. 남편의 벼슬이 없으면 '유인'(孺人)이라고 쓴다. 고인의 이름은 남성은 모두 부군(府君), 여성은 본관과 성씨(예 : 김해 김씨)만 쓴다. 단 자식이나 동생은 이름을 쓴다.

 

▲ 차례 지내는 순서 

향을 피운 후 잔에 술을 부어 모사 그릇에 3번 나누어 붓고 두 번 절을 한다. 그 다음에 제주가 상에 직접 잔을 따른다. 수저를 정돈한 후 잠시 동안 공손히 시립한 후 수저를 거두고 뚜껑을 덮은 다음 절을 두 번 한다. 이후 지방과 축문을 불사르거나 신주를 다시 모시면 끝이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운전을 하기 위해선 '음복'(飮福ㆍ제삿상에 놓았던 술을 나눠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제수를 준비한 여성들을 위해 설거지는 남자들이 책임지는 센스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