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방안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도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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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어린이집 교직원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유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의심’이었다.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누명에 대한 처벌 방안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시한 ‘보육교사의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보육교사 근무상의 유해·위험요인을 명시하고 있다. 그 조건에 장시간 근로, 부자연스러운 작업자세 등도 포함돼 있지만, 감정노동 및 언어적·신체적 폭력 사항도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육교사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장시간 근무하고, 동시에 원아의 학부모를 다수 상대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이어 가야 한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표현해야 하는 감정 사이의 괴리를 느끼며 감정노동이 수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원아들의 상태에 따라 학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의 민원이 시시때때로 제기되고, 이때 반말 혹은 욕설, 폭력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호자가 보육실 내 CCTV를 적합하지 않은 절차 아래 확인을 요구하거나, 업무 감시를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노동 및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노출돼 있는 어린이집 교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들이 몇 년 새 잇따라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뉴스워커> 취재진은 어린이집 교직원의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살펴보고, 그들이 처한 작업환경을 조명하고자 한다.


경기 김포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극단적 선택


2018년 10월13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 소재 아파트단지 현관입구에서 30대 보육교사 A씨가 피를 흘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속적으로 아동학대자로 오해 받고, 온라인상에 신상정보까지 유포된 상황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다. 투신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A씨는 11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가을나들이 행사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갔다가 아동학대 의심 여론에 시달렸다. 발단은 김포 맘카페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었다.

자신을 이모라고 밝힌 여성은 그 가을행사에서 보육교사 A씨가 자신의 조카에 학대 행위를 했다는 글을 작성했다. 내용에 의하면 A씨가 일어서서 돗자리에 묻은 흙을 털어 낼 때 아이가 A씨에 안기려 다가왔다. 하지만 A씨는 이내 아이를 밀쳤고 그 바람에 아이가 넘어졌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이 모든 내용을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보육교사 A씨는 아이 학부모와 면담을 통해 오해가 풀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신을 이모라고 주장한 여성은 비슷한 내용의 글을 맘카페에 재차 게시하고, 급기야 12일 해당 어린이집에 찾아가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교사에 의하면 이 여성은 A씨에 물을 뿌리고, 무릎을 꿇리기도 했다.

이후 여성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이 여성에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입건했지만, 검찰은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실명을 드러내지 않은 등 비방 목적을 인정할 증거 부족’을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알려졌다.


세종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극단적 선택


2020년 6월 세종시 소재 어린이집 30대 보육교사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아의 학부모와 조부모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동생이라고 밝힌 남성이 관련 청원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 남성에 의하면 2018년 8월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B씨는 학부모와 그 조부모에 “역겹다”, “시집 가서 너 같은 X 낳아” 등의 폭언을 듣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다. B씨에 아동학대 누명을 씌워 자행한 일들이었다.

학부모와 조부모가 B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어린이집 보육실 내 CCTV 열람을 요구한 것이 괴롭힘의 시초였다. 해당 CCTV를 확인했으나, 학대 의심 상황은 포착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가 교사를 때리는 장면만 확인됐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B씨에 누명을 씌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동학대 혐의로 B씨를 신고하기도 했고,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 및 폭행을 하기도 했다. 또한 B씨가 아동학대자라는 허위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유포하기도 했으며, 시청에 매주 민원을 제기해 끊임없이 현장 조사를 받도록 했다.

결국 보육교사 B씨는 근무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동생은 그들이 B씨를 ‘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혔다’고 전했다.

학부모와 조부모는 업무방해, 공동폭행, 모욕 등의 죄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에 불복한 그들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에 사건이 접수된 지 이틀 만에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경기 동탄지역 어린이집 원장의 극단적 선택


지난 5일 경기 화성시 한 저수지 인근에서 40대 어린이집 원장 C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서 C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동탄 맘카페에 게재된 글이 이러한 파국을 몰았다.

9일 ‘어린이집 학대 신고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동탄 맘카페에 올라왔다. 게시자는 보름 가량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 둘을 맡긴 학부모라고 서두에 밝히고, 원내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한 내용을 작성했다.

이 여성에 의하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지 얼마 안 돼 손톱으로 긁힌 자국이 아이 몸에서 발견됐다. 원장에 주의를 요청하는 연락을 했으나, 또다시 아이가 생채기를 입은 채로 하원했다.

이후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는 말을 하는 등에 여성은 정황이 의심스럽다며 원내 CCTV 열람을 요구했고, 학대 장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원장이 넘어지는 아이를 방치하고, 선반에 오르는 아이의 발과 다리에 딱밤을 때렸다는 것이 여성의 주장이었다.

해당 글은 삽시간에 퍼졌고, C씨는 지역 맘카페 등지에서 뭇매를 맞았다. 여성은 원장 C씨를 아동학대 의혹으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다른 학부모들의 SNS를 찾아내 또 다른 학대 의심 사례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C씨는 “아이가 자꾸 위험한 곳에 오르려 해 제지하려고 발을 톡톡 두드린 것이다.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지, 결코 학대 행위가 아니었다”고 응수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여성의 자녀도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C씨는 숨진 당일 오전 여성을 찾아가 게시글을 내려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 당하고 모욕감만 느낀 채 돌아섰다고 전해졌다.

C씨의 사망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여성은 문제가 된 글을 삭제한 뒤 카페를 탈퇴했다.


현직 보육교사의 ‘말’


현직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30대 김 모씨는 현 근무환경에 대해 교사를 ‘잠재적 아동학대자’로 보는 시선을 먼저 언급했다. 아이가 조금만 다쳐도, 학대 의심만 돼도 학부모 등 보호자가 CCTV 열람 요청을 시시때때로 하며, 이와 관련해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을 맘카페에 올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지도 않고, 뚜렷한 정황도 없이 의심만으로 아동학대 누명을 쓰는 것은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과거 직장 내 CCTV 설치 문제에 인권침해 논란이 한참 대두됐을 때 오히려 이를 반기는 보육교사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CCTV가 오히려 아동학대 의심을 면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CCTV자료로도 보육교사를 향한 학대 의심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 내내 CCTV에 노출되는 것은 참을 수 있다”면서 “물론 보육업무는 아동 중심으로 이뤄진다. 아동 중심의 보육인 것이지, 교사의 존재가 뒷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보육활동은 교사와 아동이 함께 이뤄 나가는 것이지, 교사가 잘못이 없어도 강제로 사과해야 하거나, 학부모가 교사 개인에 무단으로 연락을 취해 결국 퇴사하게 만드는 상황 등이 합당한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물론 좋은 학부모들, 좋은 근무환경도 많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육하는 교사들에게 믿고 맡겨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이와 관련한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맘카페 등지에서 손가락으로 보육교사를 죽이는 마녀사냥,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무고죄, 업무방해죄 처벌이 가능하도록 방안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위 사례들은 아동학대 의혹을 받은 어린이집 교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들이다.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를 향한 ‘근거 없는 의심’을 거두는 일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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