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의 빈국 아이티에 파견됐던 유엔 평화유지군이 치안 불안 우려 속에 13년 만에 철수한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아이티 평화유지군(MINUSTAH) 철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유엔 아이티 평화유지군(MINUSTAH)은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본부에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단식을 열고 유엔 깃발을 내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2370명 규모인 아이티 평화유지군은 오는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아이티를 떠난다. 
 
MINUSTAH가 완전히 철수한 이후에는 치안과 현지 경찰훈련을 위해 2년 일정으로 1천275명 규모의 유엔 경찰병력(MINUJUSTH)이 파견된다. 경찰들과 함께 민간인 350명도 파견돼 사법체제 개혁을 지원한다.

2013년 7월 부임한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산드라 아너 MINUSTAH 단장은 "유엔이 아이티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다만, 평화유지 임무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지난 2004년 당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후 정국 안정을 위해 다국적 평화유지군과 경찰력을 파견했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견이 아이티의 치안 확립과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많은 현지인은 자주권을 모욕하는 조치라는 인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04년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 축출 이후 정국 안정을 위해 파견되었고, 지난 2010년 1월 강진 이후 치안 유지와 경찰 등의 공권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네팔에서 파견된 평화유지군 기지에서 콜레라가 발생해 아이티인 9500여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감염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유엔은 수년간 책임을 회피하다 지난해 이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스리랑카 출신 평화유지군 130여 명이 2004~2007년 아이티에서 12~15세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서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유엔군이 저지른 성범죄와 성적 착취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유지군 분담금 삭감을 천명한 이후 전 세계 16국의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평화유지군 병력을 18%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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