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불개미

7일 오후 부산 남구 감만동 부산항 감만부두에서는 추석 연휴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3개의 출입구를 드나드는 컨테이너 차량들에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고압 호스를 들고 약품을 뿌렸다. '외래 붉은 불개미'를 방제하려는 조치였다.

“국민 여러분의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 추석 연휴에 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0일 동안의 추석 황금연휴 중간인 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휴 중간에 6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급히 모아 회의를 열게 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아니라 바로 크기 5mm의 작은 개미떼였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살인 개미’로 불리는 붉은불개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크기가 약 3~6㎜인 붉은 불개미는 지난달 28일 처음 이곳에서 발견됐다. 검역본부는 이튿날 개미 1000마리를 더 찾아내 모두 죽이고 주변 흙을 불태웠다. 외래 불개미의 독침에 쏘이면 가려움증·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숨질 수 있다. 북미에선 한 해 평균 8만명 이상이 외래 붉은 불개미에 쏘이고, 100여명이 사망한다.

검역본부가 지난 일주일 동안 감만부두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추가로 나온 외래 불개미는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루에 알을 1000개까지 낳을 수 있는 여왕개미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왕개미는 알을 낳기 시작하면 날개를 떼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불개미는 대표적인 악성 침입 외래 곤충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침입 외래종’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크기는 작지만 워낙 공격적인 성격을 지녀 상륙하는 나라마다 이미 살고 있는 개미들을 몰아내고 우점종이 되곤 한다. 1930년대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를 벗어나 미국에 상륙했고, 호주(2001년) 대만(2004년) 중국(2005년) 등 태평양 무역국 항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 개미는 가축을 물어 눈을 멀게 하는가 하면, 가정집에 침입해 사람을 쏘아 쇼크로 숨지게 하기도 한다. 북아메리카에서는 한 해 평균 100명이 붉은불개미에 쏘여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A&M대는 이 개미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를 매년 6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로 추산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검역 본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여왕개미 찾기에 힘을 쏟았다. 조사 검역관들은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매일 오전 8시쯤부터 오후 6시쯤까지 감만부두 곳곳을 뒤졌다. 감만부두를 87개 구역으로 나누고 10~20여명의 검역관을 동원해 지난 5일까지 1차 육안 조사를 했다. 163개의 덫을 놓아 유인 채집 조사를 하고 방제 작업도 했다. 지난 6일부터는 사흘간의 일정으로 2차 조사에 들어갔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여왕개미는 죽었을 가능성이 크며, 외래 붉은 불개미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감만부두로 들어온 컨테이너의 수입국 및 선적 화물 내역을 역추적해 원산지를 파악하고 외래 붉은 불개미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당국은 외래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장소가 전자제품 등 공산품을 주로 다루는 감만부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외래 불개미, 소나무 재선충 등 벌레류에 대한 검사와 방제는 주로 농수축산물, 식품 등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공산품을 처리하는 컨테이너 부두는 사실상 검역의 사각지대인 셈이라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붉은불개미 피해 예방을 위해 야외 활동을 할 때 긴 옷과 장갑을 착용하고, 곤충기피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검역본부는 오는 9일 곤충 전문가, 환경부 관계자 등과 감만부두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한 번 더 할 계획이다. 3차 조사에서도 외래 붉은 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개미 발견 장소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 이동 금지, 감만부두 출입 차량 방역 등의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검역본부는 붉은 불개미를 발견하면 신고(전화 054-912-0612)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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