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최근 불거진 살충제 계란에 이은 생리대 안전성 파동으로 인해 지금의 국내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화학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런 경향은 화장품 업계도 비켜가질 못했는데, 소비자들의 화학 물질에 대한 공포가 다소 과장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근거가 없다고도 볼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화장품도 화학 물질에 대한 위험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살펴볼 사례는 ‘박가분’사태라고 불리는 1930년대에 일어난 사건이다. 박가분은 1930년대에 여성들이 즐겨 바르던 분 제품인데, 하루 1만 갑이 넘게 팔려나갈 정도로 당시 박가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하지만 박가분을 즐겨 사용하던 여성들의 신체에 이상이 생겨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게 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여성들은 피부가 푸르게 괴사하고 심할 경우 정신 착란을 일으킬 정도였는데 특히 박가분을 애용했던 유흥업계 여성 중심으로 이런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 최근 국내에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사태가 많았다. 살충제 계란부터 생리대파동까지 우리 국민이 믿고 구매하며 안심하고 사용하는 제품은 요원한 것 만 같다. 화장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 박가분 사태에서 가까이에는 존슨앤존슨사의 파우더 사태까지 우리 국민은 여전히 화학성분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자연주의 화장품 시장이다. 향후 이 시장은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이런 증상은 박가분이 납이라는 중금속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당시의 천연 미용재료였던 분꽃가루, 활석 등은 피부에 잘 부착되지 않아 화장이 어렵거나 효과를 잘 볼 수 없었던 반면에 납의 경우에는 피부에 잘 부착되어 화장이 쉽고 화장 효과를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박가분은 납을 주성분으로 하여 제조되었던 것이었다.

결국 미용을 위해 바른 화장품으로 인해 여성들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게 되었고, 그 결과 박가분은 자진폐업을 함으로서 사태를 일단락 시킬 수 있었다.

즉 화장품의 미백 효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는 점은 박가분 사태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신경에 주는 일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화장품의 안전성 검사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2009년 4월, KBS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은 석면 성분이 포함된 탈크를 원료로 사용한 베이비 파우더의 위험성에 대해 고발하였다.

석면은 베이비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호흡기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이는 폐에 악성 중피종, 암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석면파우더를 쓴 유아들을 장기관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는 물질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약 60개국 이상에서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호주는 2003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미국은 1986년을 기준으로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영국, 프랑스도 금지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석면의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이전에 이미 석면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었지만, 이 규정은 건축법상에서 포괄적으로 석면을 규제한 것이었기에 베이비파우더라는 제품을 관리하는 기준으로는 적용되지 않았다.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2009년 한국에서는 버젓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즉 현재에는 과거에 비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줄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석면 탈크를 사용한 베이비 파우더 사태를 볼 때 그 기준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연 화장품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비합리적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천연원료도 알레르기 반응…자연 화장품이라고 맹신은 금물

그러나 최근 화학 물질로 인한 부작용이 공포 수준으로 확산되어, 자연 화장품은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자연 성분이라고 피부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위에 새우나 오이 같은 자연 식재료에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자연 성분이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특정 허브나 자연 원료는 개인에 따라 피부 알레르기나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자신이 특정 과일 성분이나 허브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함유성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즉 자연 화장품이 화학 물질 화장품보다 위험성이 적다고 볼 수는 있지만 개인적 특성에 따라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이라고 해서 따져 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한 구매 패턴이라고 볼 수 없다.

◆ 화학물질 거부반응이 가져온 소비자 반응…자연 화장품 시장 어떻게 성장했나

이런 현상으로 소비자들이 화학 물질보다는 자연 물질로 만든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자, 화장품 업계에서도 천연 물질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 제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시크릿키’라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는 러시아에서 최근 11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하여, 러시아 진출 국내 화장품 브랜드 15개 회사 중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시크릿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자사의 약진 원인으로 24K 골드와 금은화 추출물이 함유되어 있는 골드라쿠니 라인, 자연에서 얻은 달팽이 점액 추출물을 함유한 스네일 라인이 러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에코케이션은 저자극 자연주의 브랜드 ‘퓨어 퓨레(Pureforet)’를 런칭하고 동남아 시장 등 해외 시장의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퓨어 퓨레는 기존의 화장품들과 달리 성분의 80% 이상을 식물성 추출물만으로 제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저자극성으로 유명해서 원래 타겟 마케팅 층이었던 10대 외에도 2030대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에서 독립한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더 페이스 샾’은 연간 매출액 6000억 원이상으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네이처 리퍼블릭’ 등의 후발 주자 또한 맹추격을 하여 자연주의를 표방한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자연 화장품의 향후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인데 주목해야할 해외 시장으로는 인도 시장을 꼽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KOTRA의 오현승 인도 뭄바이무역관에 따르면 인도는 종교적·문화적 요인들로 인해 동물성 유지가 사용된 화장품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이는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나 특정 동물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슬람교의 영향 때문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도인들은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의 영향으로 화학 물질보다 식물성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화장품과 일본 제품을 비교했을 때 두 제품 모두 소비자들에게도 고급제품의 이미지를 가질 정도로 품질이 좋지만 가격 면에서 한국 제품이 더 경쟁력이 있기에 향후 인도 시장 개척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오 무역관은 전했다.

화학 물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은 지양해야하지만, 자연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늘어가고 있는 이상 자연주의 화장품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필요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오는 12일 ‘제9회 대한민국 뷰티박람회’ 열려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고양 킨텍스 전시홀 3,4,5에서 제9회 대한민국 뷰티박람회가 개최된다. 관람 시간은 10시에서 17시까지이며 온라인 사전 등록 시 입장료를 무료로 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참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 하겠다.

본 행사는 킨텍스와 코트라가 주관하며,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화장품협회가 후원한다. B2B 행사 뿐 아니라 B2C 행사도 기획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어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참가해도 화장품 산업과 신제품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