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양(16)이 남성 10여 명과 성매매를 한 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모바일 채팅앱을 통해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졌으며 A양에게 에이즈를 옮긴 사람도 반대로 옮았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어 추적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공중보건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것. 추가 감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에이즈 관리의 구멍이 드러나게 됐다.

이러한 A양과 비슷한 또래인 10~20대 에이즈 감염자가 10년 새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갈수록 빨라지고 청소년 성매매도 줄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 충남 서산‧태안)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에이즈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감소 추세지만 한국은 반대로 증가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전 세계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200만명으로 2000년(310만명)보다 35% 줄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1062명으로 2000년(219명)보다 늘어났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은 기존 에이즈 환자가 워낙 많았던데다 치료 약이 보급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측면이 있다"면서 "그래도 우리나라는 에이즈 유입 초반에 관리를 잘해서 환자가 급증하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국내 감염자는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10대 감염자는 2006년 13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증가했다. 20대도 같은 기간 158명에서 360명으로 배 이상이 됐다. 전체 감염자 중 10대 비율은 2000년 0.7%에 그쳤지만 지난해 3.3%로 커졌다. 20대도 22.3%에서 33.8%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성 의원은 “사생활 보호란 이유로 역학조사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며 “생명 보다 소중한 것이 없는 만큼 에이즈 등 추가 감염자를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린 연령대의 에이즈 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는 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청소년 성교육이 '성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에 비해 성 경험을 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있지만 성 지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 이뤄지는 청소년 성교육은 대부분 콘돔 사용 등 임신하지 않는 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에이즈 등 각종 성 매개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나 학교가 청소년의 성관계를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