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2017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산업은 사정이 좋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해외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8.2% 감소한 219만 7689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입은 타격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187만 6052대 판매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뿐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도 2017년 상반기 현대 자동차는 약세 경향을 보였다. 현대 차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한 34만 4130대를 판매한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6.4% 감소한 2조 595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 또한 5.4%를 나타내며 전년 동기대비 1.2%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사드 보복 여파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35만 6157대를 판매했고, 국내 내수 시장의 판매량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 국내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한 사드보복으로 실적 하향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9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한미FTA재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완성차 업계 뿐 아니라 부품업체의 성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이런 결과로 2017년 기아차의 상반기 매출액은 26조 4223억원, 영업이익 7868억원, 경상이익 1조 2851억원, 당기순이익 1조 1550억원 등으로 집계됐는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5%, 영업이익은 무려 44%나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고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39%, 34.8% 급감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한국GM이나 쌍용자동차에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낫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GM이나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은 좋지 않았다.

한국GM은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7만 270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에 기록한 8만 6779대보다 16%가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작년 한국GM은 말리부 모델의 인기로 사상 최고 판매량인 18만 275대를 기록하기도 하였지만, 후속 모델 불발로 최근 3년 간 누적된 영업적자는 1조 9718억원으로 집계됐다.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5.7% 줄어든 7만 345대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내수 시장에서는 5만 3469대, 해외 시장에서는 1만 6876대에 불과해 2017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 6918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4.8% 감소했고, 당기 순손실 179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며, 이는 2016년 9년 만에 흑자 전환을 기록했던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 자동차, 내수 시장 중심의 판매량 회복세

지난 9월의 자동차 산업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회복기를 거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현대차는 9월에 내수 시장에서 5만 9714대, 해외 시장에서 34만 1281대를 판매하여, 총계 40만 995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내수 판매는 43.7%가 늘었고 해외 판매는 1.3% 줄어든 수치이다.

내수 시장은 제네시스 G70과 소형 SUV 코나의 판매량 호조로 인해 동기 대비 내수 판매량은 급증했지만, 해외 시장의 경우 구체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1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는 지난 10일에 2017년 9월 내수 시장에서 4만 8019대, 해외 시장에서 20만 4235대를 판매하여 총 25만 2254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1%가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2016년 동기에 추석 연휴와 파업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에 수치가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으나, 쏘렌토 등의 SUV 차량 판매가 증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9월 판매량이 내수 시장에서 9465대, 해외 시장에서 3703대를 판매해 합계 1만 31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쌍용 자동차 는 신차 효과에 힘입어 월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내수판매 업계 3위를 달성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GM은 잇따른 철수설에 휘말려 9월 판매량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GM이 지난달 판매량으로 총 4만 264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내수 시장에서 8991대, 해외 시장에서 3만 1273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대비 36.1 % 감소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0.8% 감소한 결과다.

9월 판매 실적으로 볼 때 한국 GM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싸드 보복 등의 불리했던 경영 환경들에게서 점차 회복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자료출처_현대자동차

◆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국내 자동차 산업 분수령될 듯

현대차 기준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충격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 10일 현대 자동차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 자동차의 9월 중국 판매량은 8만 50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60.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월간 판매 규모로는 최대치이고 싸드 배치 후 처음으로 중국 판매량이 회복세에 접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향후 전망이 밝다고 만은 할 수는 없는데,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 2.5%를 2016년에 폐지했다. 이 협정에 따라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반면 한국 자동차 수출 업계의 경쟁자인 일본이나 EU는 2.5%의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은 경쟁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한미 FTA가 폐기되거나, 자동차 부분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한국 자동차 수출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는 2.5%의 관세가 부활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각각 2100억원, 14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는데, 어느 경제 기관이건 한미 FTA 협정에서 자동차 부분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피해액의 차이만 있을 뿐 자동차 업계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한미 FTA의 자동차 부분에 과해지는 관세는 미국만이 폐지한 것이 아니고 한국 또한 관세를 폐지한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해 한미 FTA 발효 전에 관세율을 8% 부과했는데 반해, 2012년 협정 발효 직후 절반으로 낮춘 뒤 2016년 완전히 폐지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협정 발효 후 지난 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은 2만 8361대에서 6만 99대로 4.4배 급증했고, 수입금액도 7억 1700만 달러에서 4.6배인 17억 39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따라서 한미 FTA가 폐기되거나 자동차 부분의 무관세 규정이 폐지된다면, 한국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업계도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이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가시화된 이상 적극적인 협상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가져올 국내 자동차산업의 움직임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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