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_최태원 SK그룹 회장<그래픽_진우현 기자>

[뉴스워커_이필우 기자] 최근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8.4%를 어떻게 취득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의를 SK㈜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공문을 통해 던졌다.

이는 지난 8월 17일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는 ㈜LG가 보유하던 LG실트론(현재 SK실트론 주식회사로 사명 변경) 지분 51% (34,181,410주, 처분단가 18,139원/주)를 현금취득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는 공시를 했다.

또한, SK실트론 잔여지분 49% 중 KTB PE가 보유하고 있던 19.6%를 SK㈜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보유하던 29.4%를 최태원 회장 개인이 인수하기로 하는 TRS(총수익스왑) 계약을 각각 맺어(각 1,691억원 및 2,535억원어치/ TRS만기는 거래일로부터 5년 후), SK㈜와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사실상 100% 보유하게 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제조를 주 사업내용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상장 실패 후 영업실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작년 12월 기준 매출액 8,264억원, 영업이익 332억원 등 실적 개선을 이뤘고, 올해 상반기에도 그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문제점은 향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SK실트론을 왜 SK㈜가 100% 인수하지 않고 SK㈜의 이사인 최태원 회장에게 29.4%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했냐는 것이다.

현행 상법 397조의2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특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약 20%를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SK㈜는 사업지주회사이며,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로 단순히 주식을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회사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SK실트론의 주식은 지주회사인 SK㈜ 또는 사업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 문제와 관련하여 SK 측은 “이사회에서 사업기회 유용에 저촉되는지 검토했는데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SK실트론의 지분 전량을 지주회사인 SK㈜가 매입하지 않고 일부를 최태원 회장에게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회사기회유용 외에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의 회사로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 (상장회사는 30%) 이상인 경우 거래금액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 인수는 TRS 계약을 통한 것이지만, TRS 거래는 기본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자본이득(손실)을 부담하는 성격이 있고, 또 최태원 회장은 콜옵션 행사 조건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유에 준하는 보유로 볼 수 있다. 즉, 최태원 회장은 현재 비상장회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0% 이상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다.

그런데 SK실트론이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상장을 하게 될 경우 최태원 회장은 지분 29.4%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조속한 상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입장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회피하면서 상당한 상장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상장 추진의 이유가 따로 있는 셈이다.

이렇듯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는 명백한 불법인지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사익편취 규제 등 입법취지를 무색케 하는 거래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의견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SK㈜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SK㈜가 SK실트론 지분 전부를 취득하지 않고 29.4%를 최태원 회장에게 취득하도록 한 이유, 그리고 이 결정이 SK㈜ 이사회에서 논의되었는지 여부 및 판단의 근거 또,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SK㈜ 등 계열사의 도움을 받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으며, 동시에 SK하이닉스 이사회에도 공문을 보내 이사회에서 SK실트론 인수를 논의한 바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경제개혁연대는 SK㈜와 SK하이닉스의 회신 여부 및 그 내용에 따라 추가적인 대응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측의 해명이 있었다. SK㈜로서는 이미 실트론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잔여지분을 확보할 재원을 다른 사업기회에 투입할 수 있기에 잔여 지분 확보의 필요성이 낮다고 항변했다. 실트론에 대한 해외 업체들의 지분 참여 시도가 있었고, 국내 지분 매각에 난항을 겪었던 상황에서 최 회장이 책임있는 오너로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보호와 육성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SK 측은 최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대상에서 회피하기 위해 TRS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한 것 아닌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투자참여 방식(담보대출, TRS 등) 중에 TRS 방식을 활용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총수 지분이 20%가 안 되더라도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처벌을 받게 돼있는 상황에서 만약 일감몰아주기를 회피하기 위함이라면 실트론 지분 공개입찰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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