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산하 병원 전 원장,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

바티칸 법원이 거액의 병원 기부금을 교황청 최고위 관리를 지낸 추기경의 호화 아파트의 개보수에 쓴 전 교황청 어린이 병원 원장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교황청 법정은 12일 밤비노 제수 병원의 기금을 전용한 혐의로 법정에 선 이 병원 전 원장 주세페 프로피티에 대한 평결에서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프로피티 전 원장과 해당 병원 전 재무 담당이사 마시모 스피나는 2013∼2014년 병원 기금 42만2000유로(약 5억6400만원)을 타리치시오 베르토네(82) 추기경이 은퇴 후 거주하고 있는 바티칸 경내 대형 아파트 개보수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며 기소됐다.

검찰은 당초 프로피티 전 원장에게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횡령보다 약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스피나 전 재무 담당이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재위 시절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을 지낸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지 8개월 만인 2013년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베르토네 추기경이 국무원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인 2008년에 밤비노 제수 병원장으로 임명된 프로피티 전 원장은 병원 기금을 베르토네 추기경의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쓴 것은 이 아파트를 병원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 등에 사용하기 위한 투자 명목의 지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이번 사건과 관련, 직접 법정에 서지는 않았으나 재판 과정에서 교황청 규정에 따라 외부 입찰을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의 친구의 업체에 아파트 보수를 맡긴 탈법적 정황이 드러나며 도마 위에 올랐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아파트 보수 업체에 자신의 돈을 직접 지급했을 뿐 아니라 프로피티 전 원장 등에게 자신의 아파트 개보수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 기소를 면했다.

교황청의 로베르토 자노티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교황청 자산 취급과 관련한 불투명성과 부실 경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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