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지난달 24일 현대미포조선은 노사 간에 순환 유급 휴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휴직은 유휴 인력이 발생하는 부서와 직종에 한해 올해 10월 16일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생산직 2천680여 명이 10월 16일부터 2018년 6월 24일까지 인당 5주씩 유급휴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고, 사무 기술직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7월부터 군산 도크를, 이보다 앞선 올해 3월에는 울산 본사 5도크, 작년 6월 울산 본사 4도크의 가동을 각각 중단했을 정도로 일감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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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부터 사무직 근로자 4천여 명을 대상으로 급여 10% 반납 및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생산직 근로자 6천여 명을 대상으로는 급여 10% 반납 및 특근 제한 조치를 시행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중공업이 아직까지 순환 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사간 협의를 통해 순환휴직 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국내 조선 3사 모두 순환 휴직을 시행 중이거나 고려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량 휴직 사태의 원인으로 일감 부족을 꼽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수주 참사로 불리기까지 했던 지난해 수주량 부족이 올해의 일감 부족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국내 조선산업이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올해 다시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근로자들의 순환휴직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올해 수주량 회복 추세 ‘조선3사 모두 수주고 호전’

하지만 대량 휴직 사태에서 눈을 돌려, 조선 3사가 올해 체결한 수주 계약 물량을 보면 일감이 없어서 휴직을 시행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 무색해진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21일 공시를 통해 유럽 선사로부터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체결 계약 대금은 9천266억 원으로 미화로 환산하면 8억1711만 달러에 달할 정도의 대형 계약이다.

이날 공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계약 금액과 수주량을 공개했지만 선사 측의 요청으로 발주처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플래시를 비롯한 외신은 대우조선해양에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한 발주처는 스위스의 MSC로 알려졌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로 인해 한국 조선업계는 2년 만에 1만 8천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 선 수주에 성공하게 되었을 정도로 큰 계약을 수주한 것이다.

또한 지난 7월 3일 삼성중공업은 북미의 AET와 셔틀 탱커선 2척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2천724억 원으로 계약 기간은 2020년 1월 20일까지다. 또 8월 25일에는 캐나다 티케이와 셔틀 탱커 2척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3천92억원이다.

현대중공업도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42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계약을 체결해 올해 목표 수주액 75억 달러에서 33억 달러만을 남겨 놓고 있다.

특히 9월 5일 영국의 조선 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13만CGT(9척)을 수주해 3개월 만에 다시 월간 수주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올해 8월까지 누적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천273만CGT(489척)으로 전년 동기 903만CGT(404척) 보다 370만CGT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가별 수주실적은 중국 422만CGT(195척), 한국 348만CGT(104척), 일본 109만CGT(58척) 순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즉 일감이 부족해 순환 휴직을 시행, 협의 중에 있는 상황과는 다소 괴리된 수주 실적의 향상을 국내 조선 3사는 보이고 있는 셈이다.

◆ 조선업의 향후 전망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전 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는데, 한국 조선업의 수주량은 6월 28일을 기준으로 256만CGT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전 세계 발주량의 34%를 차지함으로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증가한 이유로는 국제 유가가 오름세로 전환하고 있고 국제 경기가 점차 회복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서부 텍사스유 기준으로 2016년 2월 12일에 배럴당 26.21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에 점차 가격을 회복해 9월 22일 기준(현지 시각)으로 배럴당 50.55달러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석유시추선이나 유조선의 선박 발주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클락슨 리서치에 의하면 2017년 상반기 유조선 발주량이 1550만DWT(127척)으로 전체 발주량의 65.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20만DWT(51척)에 그쳤던 2016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폭증했을 뿐 아니라 상반기 발주량만으로도 작년 발주량(1110만DWT, 179척)을 넘어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EU의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2016년의 3.1%에 비해 0.4%p오른 3.5%p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물동량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화물선 발주량도 소폭 상승했다.

따라서 향후 조선업의 전망은 국제 유가와 국제 경기의 예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제 유가에 대해서 최근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서 16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이 맞다면 원유 수요 증가로 인한 유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OPEC가 7월 감산 이행률을 116.8%로 초과달성했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원유 생산의 감소로 향후 국제 유가는 소폭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OECD는 2018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로 0.1%p를 상향함으로서 향후의 국제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IMF도 2018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는데 지역별로는 유럽과 일본, 중국의 경기 회복을 점치며 내년에도 안정적인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고려한다면 2018년의 경우 국제 유가와 국제 경기의 안정세 내지는 소폭 상승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국내 조선 산업도 수주면에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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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 조선3사 수주고는 오르는데, 근로자는 순환휴직?

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도크를 비우고 순환 휴직을 단행한다고 말하는데, 수주실적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은 조선산업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괴리감을 느낄 정도로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수주는 말 그대로 조선소와 발주처가 선박 인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즉 조선소가 선박을 건조해 완성한 다음 발주처에게 선박을 인도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선박을 건조하는 공정은 크게 기술진들이 사무실에서 선박의 구조나 설비들을 기획하는 설계 공정과 현장직들이 도크에서 선박의 설계대로 제작을 하는 제작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선박의 설계 공정은 선박의 용도, 종류에 따라 그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1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수주가 성공한다고 해도 1년 내외의 기간 동안은 선박을 설계하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도크와 같은 현장에서 제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주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현재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설계 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도크에서 제작을 할 일감이 부족해 순환 휴직을 실시한다는 조선소 측의 설명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휴직이 실시되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한데, 특히 조선 3사중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지난 2월 28일 조선 3사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으로 추가 지정됐고, 무급휴직 근로자 지원금의 지급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확정됐지만 실제로 조선 3사의 근로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가 무급휴직 전 1년 이내에 3개월 이상 유급휴업이나 훈련을 받아야 했던 것을 1개월 이상 유급휴업, 훈련으로 완화했으며, 휴업인정 기준도 전체 피보험자의 총 근로시간을 기준시점 대비 20% 초과 단축에서 10% 초과 단축으로 완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무급휴직기간도 최소 90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금 역시 직원 당 하루 최대 4만6천원에서 6만원으로 상향해 조선 3사의 휴직 근로자에 대해 지원을 표명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은 1달간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무급 휴직 전 1년 이내에 1개월 이상 유급 휴업 내지는 유급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 3사에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는 전 정부의 발표는 효력 없는 구호에 그쳤을 뿐이고, 대우 조선 현장 근로자들은 아무런 지원 없이 1달간의 무급 휴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조선업의 휴직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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