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소방관(消防官·firefighter)은 화재를 예방·진압하고,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출동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또 화재 예방 활동으로 학교, 병원, 시장 등의 건축물 소방시설의 안전 점검을 하거나 건물 주변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순찰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출동하여 불을 진압하며, 소방용수 시설을 관리하여 소화 용수를 효과적으로 공급한다.

교통사고, 건물 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구조대의 인명구조 활동, 위급한 환자와 장애인의 병원이송 활동, 각종 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 등의 활동을 한다.

두산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소방관에 대한 제도는 조선시대의 공조(工曹)에 속한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전문적인 소방관 제도와는 다르다.

▲ 사진_영화 '타워' 중에서, 글 '소방관의 기도' 그래픽_진우현 기자

전문적인 소방관이 설치된 것은 1920년 소방서가 설치되면서 부터이고, 이때 소방서에 배치된 소방수(消防手)가 전문적인 소방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수립 후 1949년 11월 공무원임용령에 따라 소방감(消防監)·소방사(消防士)·소방원(消防員)을 두었다가, 1969년 경찰공무원법의 제정으로 소방관을 소방총경·소방경정·소방경감·소방경위·소방사·소방장·소방원으로 구분하였다.

지금의 소방관은 119 전화 한통으로 현관문이나 자동차문도 열어주고, 심지어 멧돼지 사냥도 나가는 실정이다.

현재 소방관은 매년 300명 넘게 부상당하고 한 해 평균 10명이상 순직한다고 한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시 6명이 현장에서 순직한 일도 있었다. 그동안 부상당한 소방관만 해도 4000여명이 넘는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소방관의 계속되는 자비 변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씁쓸하게 한다.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이 구조나 진화작업을 하다 뜻하지 않은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사비를 털어 변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전남의 한 민가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벌집을 제거하려고 가스 토치를 썼다가 불꽃이 옮겨 붙는 바람에 일어난 산불화재가 있었다.

그 후 주민의 거듭된 변상 요구에 소방관은 결국 자비로 1천만 원을 물어준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 당시에 보험이 안 됐고, 직원들도 십시일반 하고 출동 소방관은 적금까지 깨 가면서 이 돈을 배상했다.

본인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119 구급환자 이송 도중 행인을 치어 다치게 한 소방관은 개인 운전자 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했고, 빌라에 난 불을 끄다가 낡은 방범창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자 사비를 털어 물어준 소방관도 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소방관이 자비로 변상한 액수만 1천732만 원. 지방자치체별로 보험을 들어놓긴 했지만, 보상 규정이 까다로운 데다 특히 30만 원 이하는 보험 처리가 되질 않는다.

여긴에는 보험 처리를 하려다가 자칫 본인 과실로 처리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는 게 소방업계의 귀띔이다.

불을 끄다 일어난 피해를 사비를 털어 물어줘야 하는 현실이 소방관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공무 중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면책 법안이 정치권의 정쟁으로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라니 할 말이 없다.

미국의 소방관은 사회적으로 ‘영웅’ 대접과 걸 맞는 처우를 받는다.

2001년 911 테러시 뉴욕소방대원들이 보여준 활약상은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욕테러 화재빌딩에서 347명의 소방관이 숨졌다. 이 당시 부시 대통령은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구조에 열렬한 감사를 보냈다.

미국 소방관의 경우 화재 진압시 불법주차된 차량의 창문을 깨고 소방차로 자동차를 밀어붙여 이동시키는 과감한 행동까지 할 수 있다.

과감한 행동이 가능한 건 법적으로 보장된 ‘소방관 면책 조항’ 덕분인데 주(州)에 따라서 세부 규정만 다를 뿐 소방 활동 중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 끄다 생긴 피해를 지자체 예비비에서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심의 방법 등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때문에 지난 3년간 지자체가 예비비로 변상한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결국 유명무실한 법 규정과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야 하는 탓에 소방관들의 자비 변상이 계속되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들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화재에 각종사건사고에 구조 활동을 하는 등 살인적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정치권이 알아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법적으로 보장된 ‘소방관 면책 조항’이 우리도 빨리 도입돼야 그나마 ‘영웅’ 대접은 아니더라도 ‘사비 부담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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