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적재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적재물의 결박 문제도 아울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 뉴스워커 그래픽1팀

고속도로 적재화물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낙하물 사고는 총 117건으로, 201840, 201940, 2020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17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철강 코일 추락에 의한 인명 사고를 막아 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최대 20톤의 무게가 나가는 철강 코일이 트레일러 적재함에서 떨어지는 경우, 특히 철강 코일이 원형인 경우에 발생하는 사고의 수위가 파괴적이므로 특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때 적재물 결박의 문제도 있지만, 통상 단순 쇠사슬로 철강 코일을 결박하는 정도로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한편, 적재화물 추락 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처벌의 특례)에서 명시하는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포함돼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인명 피해가 없을 시 벌점 15점에 과태료 처분으로 그치는 상황이다.

또한 자동차관리법 제80(벌칙)에 따르면 승인을 받지 않은 자동차를 튜닝하거나, 승인을 받은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를 튜닝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화물차량에 판스프링을 부착하는 경우도 불법 개조에 해당한다.

이처럼 부주의 혹은 안전사고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고속도로 적재화물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뉴스워커> 취재진은 관련 사고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사고와 관련해 현직 화물차량 운전사와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고속도로의 무법자’, 화물차량 적재물


 

충북 보은군 당진영덕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충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514일 오후 350분께 충북 보은군 당진영덕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에 실린 핫코일(철강 코일)이 떨어져 일가족이 탄 승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핫코일은 자동차 및 가전 제조, 건설현장 등에 쓰이는 강판으로, 무게는 최소 5톤 이상이다.

이 사고로 6세 여아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고, 운전석에 있던 숨진 여아의 엄마는 중상을 입었다. 조수석과 우측 뒷좌석에 있던 다른 가족 2명은 사고 당시 몸을 피해 화를 입지 않았다.

사고의 원인은 화물차 적재함에 핫코일이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아 낙하한 데 있었다. 화물차가 차선 변경을 하면서 떨어진 핫코일이 옆 차로에 정차 중이던 피해 차량을 덮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서울 동작대교 쇠파이프 관통 사고(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또한 지난 2019712일 오전 11시께 서울 동작대교를 주행하던 승용차 뒷유리창에 수십개의 쇠파이프가 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목격자에 의하면 뒤 따라오던 트럭이 멈춰 서면서, 실려 있던 쇠파이프 무더기가 앞으로 날아가듯 차량 유리창에 박힌 것이다.

승용차의 뒷유리창을 뚫어 버린 쇠파이프들은 앞유리창까지 차체를 그대로 관통했다. 사고의 원인은 적재화물 고정 불량이었다. 서행 중이던 피해 차량을 뒤늦게 발견한 트럭 운전사가 급정거하면서,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던 쇠파이프 무더기가 앞쪽으로 쏠리며 승용차를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쇠파이프들이 차량 조수석 쪽을 덮쳐 운전자가 다치진 않았지만, 날아온 방향이 달랐다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례였다.

판스프링 사고(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6월에는 화물차량 불법 개조에 따른 낙하물 사고도 일어났다. 사고의 원인은 판스프링에 있었다. 차체 밑에 판스프링을 설치하면 바퀴에 가해지는 충격이 완충되는데, 판스프링은 보통 더 많은 짐을 적재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이러한 판스프링이 화물차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승용차 앞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철로 된 판스프링의 파괴력이 차량 유리창을 관통한 사례였다.

판스프링을 차체 외부에 꽂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화물 적재물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주행 중에 판스프링이 튀어나와 다른 차량에 꽂히는 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

이처럼 화물차량의 적재물 및 판스프링 떨어짐 사고는 대형 사고, 특히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쉽고, 사고 발생 시 처벌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직 화물차량 운전사의


화물차량 운전사 30A씨는 고속도로 적재화물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잘못된 적재, 확인 미흡, 거친 운전을 지목했다.

A씨는 핫코일 같이 무게가 굉장한 적재물의 경우 차량에 실을 때 신중해야 한다. 균형에 맞도록 적절한 위치에 적재물을 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무게 중심이 쏠려 운송 중에 차량이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핫코일을 운송할 경우 차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밟지 않는단 생각으로 조심하면서 서행하게 되는데, 돌발상황 시 대처가 힘들다는 것.

이어 A씨는 규정대로 알맞게 적재물을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물이 제대로 적재됐는지 운송을 담당하는 운전사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운전을 거칠게 하는 것도 문제다. 여기서 거친 운전이라 함은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를 의미한다면서 화물차량은 90km 이상 속도를 내면 안 되고, 안전거리도 150~200m 확보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판스프링 사고에 대해서도 관리 소홀의 문제를 지적했다. 판스프링은 적재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하거나, 더 많은 짐을 싣기 위한 용도로, 보통 운전사가 개인적으로 제작해 사용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시중에 팔거나, 차량 구입 시 딸려 나오는 부품은 아니라는 것.

A씨는 차체에 꽂혀 있던 판스프링이 주행 중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더 많다면서 운송지에 다다라 적재물을 내릴 때 판스프링도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대로 차체에 두고서 다시 주행할 경우 판스프링이 도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고 했다.

도로 바닥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다른 차량이 밟으면 튀어 오르게 되는데, 그때 튀어 오른 판스프링이 또 다른 차량을 덮치는 방식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 판스프링을 밟은 차량 바퀴에 펑크가 나는 정도라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A씨는 말했다.

또한 A씨는 하지만 화물차 유지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현재 운반비가 너무 저렴한 실정이다면서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무리하게 주행하거나, 운송 규정을 어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화물차량 운전사들의 거친 운전이 도로 위 불특정 다수 운전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규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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