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우위 위해 공격적 투자가 필요, 동시에 기술 유출 방지 대책도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기록하였고, 전기 대비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3.06%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 29.65%, 영업이익은 무려 178.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약 1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가운데 2/3에 이르는 것이고, 영업이익률은 50%에 근접한 것이다. 즉 삼성전자의 실적 대부분을 반도체 사업부가 이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것이다.

반도체 산업 부분의 호황은 삼성전자에 국한된 결과는 아니다. 이런 경향은 경쟁사인 SK 하이닉스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로 감지할 수 있다.

▲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이 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류가 오는 2019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유진투자증권은 17일 SK하이닉스에 대해 올해 3분기에 거둔 영업이익만으로도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이익 규모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을 내 놓았다. 유진투자증권이 전망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 8000억 원, 3조 8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와 420% 증가한 수준으로 3분기 영업 이익만으로도 작년 전체 영업이익을 초과했을 정도로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 덕분에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4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에 거두었던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다시 한 번 갱신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도체를 말하는데 D램(RAM), S램, V램, 롬(ROM) 등이 메모리 반도체에 속한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는 D램과 낸드 플래시 분야를 들 수 있다.

D램은 전기를 넣은 상태에서도 일정 주기마다 동작을 가하지 않으면 기억된 정보가 지워지는 메모리 반도체다. 단시간 내에 주기적으로 재충전시켜 주면 기억이 유지되기 때문에 컴퓨터의 기억소자로 많이 쓰이고 있다. 반면 D램과 대비되는 낸드 플래시는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전원이 끊겨도 오랜 시간동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지난 8월 16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55% 성장해 전체 반도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도 각각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을 보탤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빅데이터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D램 판매가격이 상승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DRAMeXchange에 따르면 2017년 7월을 기준으로 PC용 D램 제품 중 ‘DDR4 4Gb 512Mx8 2133MHz’의 평균 가격은 2016년 말과 비교해 68%가 증가했고. 다른 제품인 ‘DDR4 8Gb 1Gx8 2133MHz’의 가격도 6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 전자와 SK 하이닉스의 2분기 D램 부분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

또한 서버용 D램의 경우에도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1분기와 비교해 36.5% 늘어난 19억 8500만 달러의 매출을, SK 하이닉스도 1분기 대비 28.2% 증가한 13억 7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빅 데이터 시대의 개막으로 서버용 D램의 수요가 늘고 있고, 공급 부족으로 인해 PC, 모바일용 D램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급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렌 젤리넥 IHS마킷 반도체산업 부사장은 지난 10월 17일 ‘2017 반도체 대전 오프닝 키노트’에서 “반도체 가격 싸이클은 3년 정도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2019년 말까지 가격 상승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따라 올해 D램 시장은 60%, 낸드 플래시 시장은 45% 정도의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렌을 제외한 시장 전문가들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에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 SK 하이닉스의 도시바 투자,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증설 제동

반도체 초호황 시대를 맞아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두 회사의 명암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한미일 연합을 구성해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약 4조원(3950억 엔)의 투자를 성공시킨 SK 하이닉스는 이번 투자에서 한계는 있지만 몇 가지 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이번 투자는 SK 하이닉스가 인수회사의 지분 중 15%만 취득할 수 있고, 기밀정보 접근도 제한된다는 면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반독점 심사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지만 4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결정한 것에 비해 투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투자는 중국 자본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는 폭스콘이 30조원을 도시바에 제의하면서 한미일 연합의 20조원보다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중국계 기업인 폭스콘에 도시바가 인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만약 폭스콘에 도시바가 인수됐다면 도시바의 기술이 SK 하이닉스의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기업에 유출될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는 것을 그 논거로 한다.

또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기술 정보 접근은 제한되지만, 장래적인 관점에서 기술 제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SK 하이닉스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전문가도 존재한다.

즉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투자는 지분율이나 단기적인 기술 습득 면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자본의 진입을 방지했고, 중장기적인 기술 제휴는 가능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시안 공장 증설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3년간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려고 했지만, 지난 18일 열린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중국 진출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시안 공장 증설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장관의 발언 취지는 “첨단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면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에 한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삼성의 중국 시안 공장 증설은 반도체 매출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다는 면에서 기업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쌍용 자동차 사태에서 보듯이 기술이 유출되면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과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삼성전자는 SK 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할 때 일본 내 기술 유출 우려를 감안해 일본 측에서 기술 접근 제한 조건을 내건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시안 공장 증설을 하더라도 확실한 기술 유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두 주자 지위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공격적인 투자와 동시에 기술 유출과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도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