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기조와 저유가에 기반한 화학사들의 호실적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은 10월 셋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전주보다 2.2원 오른 리터당 1천505원으로 12주 연속 올랐고, 경유 가격도 전주 대비 2.5원 상승한 리터당 1천296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런 국제 유가 상승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내 석유 제품의 가격도 일단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지난 10월 14일 중국의 원유 수입 발표에서 보듯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날 발표에서 중국은 9월 하루 원유 수입량의 평균이 900만 배럴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8월까지의 중국이 수입한 하루 원유 수입량의 평균인 850만 배럴을 상회하는 수치로서, 이 발표가 나자 국제 유가는 상승 경향을 보였다. 특히 14일 뉴욕 상품 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0.85달러가 상승한 51.45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 유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또 무엇보다 지금의 유가상승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석유화학분야 산업의 상승여력을 전해주고 있는 모습이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또한 OPEC(원유수출국기구)의 감산 조치를 내년 말까지 추가로 연장할 뜻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2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OPEC 회원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OPEC 비회원 산유국들이 내년 말까지 추가 감산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OPEC 회원국들과 OPEC 비회원 산유국들은 지난해 11월, 6개월의 감산에 합의했고, 다시 내년 3월 말까지 추가 감산을 합의한 바 있었다. 여기에 더해 내년 말까지 산유량을 추가로 감산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이 일부 회원국들을 순방하고 있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도 비OPEC 산유국들과 폭넓게 회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감산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저유가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미국 세일 오일 업계의 사정도 국제 유가 상승에 일조를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에 미국 주요 셰일 유전의 생산성이 정점에 이르렀고, 유정 굴착에 소요되는 기간 단축도 더 이상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는 주요 세일 지대인 텍사스의 이글포드를 비롯해 퍼미언 분지와 애너다코·나이오브래라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 원유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덧붙였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국제유가도 현지시각 18일 기준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0.3%가 오른 52.04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0.47%가 상승한 58.15달러를 기록해 60달러대에 바짝 다가섰다. 추가 상승 요인이 있다면 이른바 세일 밴드라고 불리는 배럴당 40-60달러 구역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로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반면 유가 하락을 점치는 일부 전문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지시각으로 10월 18일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원유 전문가인 닉 커닝엄은 ‘오일프라이 닷컴’에 중국의 전기 자동차 정책으로 유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원유 소비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 자동차가 폭넓게 보급된다면 그로 인해 원유 소비량이 줄어 유가는 폭락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한편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롱뷰 이코노믹스의 CEO인 크리스 워틀링도 CNBC에 출연해 대체에너지의 증가로 유가가 앞으로 6~8년 이내에 배럴당 1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을 내어 놓았다.

유가 상승 전망과 유가 하락 전망이 일견 충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는 단기적 전망과 장기적 전망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 OPEC를 포함한 산유국의 감산, 세일 오일 업계의 한계 등의 요소는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고, 장기적(적어도 5-6년 이상)으로는 중국의 전기 자동차 보급이나 대체 에너지의 개발로 원유 수요량이 축소돼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60달러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유가 상승 전망이,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국내 석유 화학 사업 부문 2017 상반기 실적

LG 화학, SK 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의 국내 화학 회사는 원유를 연료로 가공품을 만드는 사업은 저유가로 인해 이익 폭을 극대화해 회사 전체의 실적은 호전된 반면, 석유 정제 사업 부분은 저유가에 힘입어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올 상반기 매출 12조8688억 원, 영업이익 1조523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6년 만에 깬 것에 더해 상반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2조원을 돌파해 LG화학은 겹경사를 맞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유가로 인한 원가 감소와 화학 배터리 부분에서의 수요 증가로 인해 올린 성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올 7월 27일에 SK 이노베이션은 2017년 회사가 올린 2분기 매출은 10조 5610억 원, 영업이익 4212억 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석유 정제 사업 부분이 단독으로 올린 실적은 매출 7조 3876억 원, 영업이익 12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화학 회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의 가격이 하락해 그를 정제해서 화학제품으로 만드는 분야는 원가절감으로 이익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의 원유를 정제하는 석유 사업 부분은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익의 확대를 이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석유 화학 사업 부문 전망

유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60달러 이하의 저유가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은 국내 석유 화학 사업 부분의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2017년 3분기 매출액이 6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은 742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며 LG 화학이 상반기에 거두었던 좋은 실적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 4471억 원으로 롯데그룹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기여도가 70%를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하였는데, 이 경향은 3분기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 이노베이션이나 한화케미칼의 3분기 실적도 저유가로 상반기 실적과 비슷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국 발 원유 수요량의 확대, 원유 생산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 미국 세일 업계의 확장성에 한계가 온 점으로 인해 유가 상승세가 예상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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