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7일과 8일, 1박 2일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이 기간에 어떤 대북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따라 한반도 긴장 완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미 양측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다양한 외교적 전략을 담고 있다.

◆ 북,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의 주목적은 역시 ‘대북 문제 해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불법적 미사일 발사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우리의 목표는 압박 노력을 통해 북한이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우리는 과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으며, 북한 정권의 위협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때 제가 지금 말씀 드렸던 정책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북한이 조건없이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 다양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국을 국빈방한한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대북 문제 해결’로 알려져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의 불법적 미사일 발사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우리의 목표는 압박 노력을 통해 북한이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존 설리번 장관은 “우리는 과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으며, 북한 정권의 위협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때 제가 지금 말씀 드렸던 정책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25년 만의 미 대통령 국빈 방문

첫 번째 외교 전략은 ‘국빈’으로 방한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9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만이다. 외빈에 따라 국빈방문, 공식방문, 실무방문, 사적방문으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높은 예우가 국빈방문이다. 국빈방문은 대통령 임기 중 나라별로 1회에 한해 허용될 정도로 그 진행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형태인데, 청와대는 25년 만에 이례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 손님으로 예우한다는 의미’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최고 예우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은 일종의 외교전략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강력한 연결선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 국면과 같은 정세 급변에 대비한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방미를 선택했다. 이때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방미를 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우호관계를 확인한 것부터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의 주체는 미국이 돼야한다는 생각과 핵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대화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와 신뢰쌓기에 외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었던 것이다. 이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형태로 방한하는 것도 그간의 보였던 인식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 방문으로 초청한 것은 한미관계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의지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초청에 응한 것 또한 한미 관계가 튼튼하다는 점을 보이고 싶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미 대통령 국회 연설 통해 ‘한미 동맹 강조’

두 번째 외교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국빈방문은 양국간 상호논의를 거쳐 국회 연설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나라 국회 연설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7번째이자 24년만이다. 24년 만에 국회 연설인 만큼 미국 측에서도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이번 한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국 중) 한국에서만 국회 연설을 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며 아주 특별한 방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 연설은) 양국의 지속적인 동맹관계와 우정을 축하하고,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DMZ 시찰 않키로

세 번째 외교전략은 비무장지대(DMZ)는 시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은 방한 시 이곳에 들러서 한미동맹과 대북 결의를 위해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그간 방한 시 DMZ를 방문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방한 일정에 DMZ 시찰이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의 고위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관련 브리핑을 통해 DMZ 시찰을 배제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DMZ 시찰을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DMZ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자위원장 사이의 ‘말의 전쟁’을 더욱 고조 시킬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DMZ 방문이 북한과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한국 정부와 미 국무부의 우려 속에 트럼프 대통령을 DMZ에 보내야 할지를 놓고 입장이 갈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양측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 北, 도발할까?

북한이 지난달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화성-12형’을 일본 상공을 거쳐 태평양으로 쏜 뒤 한 달 넘게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도발을 감행할지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정기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화가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하고 있다. 그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대화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현재 도발 하지 않는 것은 기술적 보완을 위한 측면이 크다고 보지만 외교적 변수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때 북한에 적극적인 대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북한은 결국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북핵 해결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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