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 가드 발동 청원…대책 강구 필요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각)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삼성전자·LG전자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하는 세탁기에 대해 덤핑 판매를 이유로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제출했다. ITC는 월풀이 제출한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6월 5일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풀은 삼성, LG 전자를 덤핑 혐의로 제소한 것은 점유율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조사업체 ‘트랙라인’의 조사 결과로는 2017년 1분기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9.7%, LG전자가 16.8%를 기록했다. 반면 월풀은 17.3%를 기록해 전년도 동기 대비로는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월풀은 하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풀의 주장은 삼성과 LG가 덤핑 판정을 피하기 위해 세탁기 생산지를 멕시코에서 중국, 베트남, 태국 등으로 바꾸어 생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사의 오하이오 공장이 경영난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풀은 베트남, 태국에서 생산되는 세탁기와 세탁기 부품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세이프 가드를 발동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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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월풀은 베트남, 태국에서 생산되는 삼성과 LG전자의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서 최대 50%의 관세를 적용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구가 국내 가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국내 가전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 뿐 아니라 베트남의 경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세이프 가드 공청회

현지 시각으로 지난 10월 19일 미국 워싱턴 ITC에서는 이 건에 대해 공청회가 개최됐다. 여기에는 삼성, LG전자 관계자 뿐 아니라 미국 현지 인사,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인사들도 나와 세이프 가드 발동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표시했다.

존 헤링턴 삼성전자의 현지법인 중역은 이날 공청회에서 “세이프 가드 발동으로 삼성전자의 세탁기 수입이 방해를 받는다면, 월풀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 세탁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존 리들 LG전자 현지 법인 마케팅 담당 부분 중역도 이번 세이프 가드 발동 시 피해를 입는 것은 미국이라며 강력하게 세이프 가드 발동에 반대했다.

이번 공청회에는 삼성, LG전자 인사 외에도 미국 현지 인사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밥 롤프’ 테네시 주상공부 장관 등이 나와 세이프 가드 발동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는데 맥마스터 주지사는 “뉴베리 카운티에 공장을 짓기로 예정돼 있는 삼성에게 세이프 가드 발동을 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 우려되므로 세이프 가드 발동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LG전자의 공장이 들어설 테네시 주의 롤프 주상공부 장관도 비슷한 요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인사들은 공청회에 참석해 이번 세이프 가드 발동에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는데 이는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세탁기, 세탁기 부품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청회에 참가한 김희상 외교부 심의관은 “월풀이 주장하는 50%의 고율관세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한해 구제 조치를 채택하도록 한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된다.”고 밝혀 세이프 가드 발동 시 WTO 제소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하게 했다.

◆ 향후 전망, 낙관만은 어려워…

위와 같이 삼성, LG 뿐 아니라 미국 현지 인사, 한국 정부, 동남아 세탁기 산지 정부 요인들까지 총 출동해 세이프 가드 발동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제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NAFTA 재협상, TPP 폐기, 한미 FTA 개정 협상 시도 등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면 무리수라는 평을 받는 정책이라도 주저 없이 밀어붙이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LG전자는 테네시 주에 생산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에 주 정부 차원에서 측면 지원을 하는 것을 들 수 있지만 월풀 또한 오하이오 주의 이익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낙관적인 결과를 전망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만약의 경우 세이프 가드 발동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먼저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세탁기 완제품에만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삼성과 LG가 추진하고 있는 현지 생산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과 LG의 생각이다. 삼성은 2018년 초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생산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고, LG는 2019년에 테네시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세탁기 완제품에 대해서만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현지 공장이 가동되는 1-2년 사이에 세이프 가드 발동에 따른 피해 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 문제는 생산된 부품에도 고율 관세 부과될 때

월풀은 세탁기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세이프 가드 발동을 청원했는데, 삼성, LG가 미국 현지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도 부품의 경우에는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된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 LG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하더라도 부품 가격의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세이프 가드 발동에 따른 대응

삼성과 LG가 2016년에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1조원을 넘는 규모이기 때문에 세이프 가드 발동 시에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이프 가드가 발동되면 삼성, LG는 조속한 현지 생산을 통해 피해액을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부품에도 고율의 관세가 적용될 때이지만 이 또한 현지 생산, 부품 단가의 하락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정부 차원에서는 WTO 제소를 고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WTO의 세이프 가드 협정상 세이프 가드 발동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발동돼야 하는데 50%의 고율의 관세 적용은 본 협정을 어겼다는 주장으로 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 세이프 가드 발동 가능성 등 한국의 국제 무역 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지금, 낙관적인 전망만을 늘어놓는 것 보다 관계 부서와 기업은 서로 협조해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둘 것을 업계 관련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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