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신지영 기자] 기업의 목표가 이윤 추구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을 거듭하고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단순한 이윤 추구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재화와 용역의 생산·공급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직원에게는 보수를 제공하고 주주에게는 이익을 배당하는 이윤추구조직을 넘어서, 이제는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시민 등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일정한 책임도 기업의 목표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 근거와 목적에 대해 과거에는 기업 자체만을 두고 별도로 판단하였다면, 최근에는 기업 역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다른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존속, 유지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공존을 위한 책임의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사회나 국가 전체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크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국가 차원이 아닌, 세계적 차원으로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활동은 갈수록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경제, 사회, 정치까지 전방위적으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기업의 사회 공헌을 주제로, 사회적 책임 관련 내용 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사회 공헌은 사회적 책임의 하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 공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터 살펴야 한다.

특집 '사회공헌'은 총 6회로 나뉘어 보도한다. 사회공헌이라는 방대한 량을 소화하기위해 다소 길 수도 있는 점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취재를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편집자 주>

▲ 특집, 사회공헌 '나눔'을 진행한다. 최근들어 사회공헌은 기업의 의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의 가치를 위한 공헌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집 '나눔'을 진행하면서 그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려 한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주·종업원·소비자·지역사회·협력업체 등 수많은 사회 구성원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게 되며, 그 과정에서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처럼 그 설립과 존속을 사회에 의존하고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게는 사회에 대하여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이 부과되는데,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 한다.
CSR은 단순하게는 ‘기업이 주변의 지역사회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은 의미를 포괄한다. 생산 및 영업을 통한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의미하며, 환경 보전과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발전, 사회 공헌 등을 모두 담고 있다.
CSR에 대한 논의가 급증하면서 국제기구들도 저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렸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이 자발적 방식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자사의 기업 활동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에 통합시키는 개념’이라고 함으로써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이와 달리 UN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서는 ‘기업들이 사회의 요구사항과 목표에 어떻게 대응하고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하여 수동적인 의미로 정의했다. 국제노동기구 세계위원회(ILO)는 ‘기업이 법적 의무를 뛰어넘어 자발적으로 전개하는 이니셔티브이며, 기업이 자사 활동이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수 있는 방식’, 국제사용자기구(IOE)는 ‘법 준수를 뛰어넘는 다양한 사회, 경제, 환경 분야에서의 기업의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밖에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기업협의회(WBCSD)는 ‘직원, 가족, 지역사회 및 사회전체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기업의 의지’라고 말한다.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하는 국제적 비영리단체인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고 사람, 공동체, 그리고 자연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위의 개념들을 종합하면 CSR란 ‘기업이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으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 영역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환경적 관심사들을 분석하고 수용하여 기업의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 당사자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은 여러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 등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회의 하부 체계로서 단독으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사회적 목적을 실현시키고 구성원들의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내용

CSR에 대해 이처럼 다양한 정의가 있는 이유는, 포함하는 분야가 넓을 뿐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또는 시대 상황적 주요 이슈가 무엇인가에 따라 중요하게 강조되는 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아치 캐럴 교수의 구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캐럴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 등 4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사회의 기업에 대한 요구인 경제적 책임(Economic Responsibility)이다. 이는 기업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윤극대화이며, 이를 위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책임을 진다. 영업활동, 비용의 최소화, 건전한 전략과 의사결정, 고용창출 등이 포함된다.

둘째, 법적 책임(Legal Responsibility)은 관련법과 규정의 준수, 환경, 소비자, 근로자, 부패 등과 관련되 법률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준법정신, 회계의 투명성, 성실한 세금 납부 등을 내용으로 한다. 

셋째, 윤리적 책임(Ethic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기업운영상의 윤리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환경ᆞ윤리 경영, 제품 안전, 소수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포함한다. 

넷째, 사회의 기업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담긴 자선적 책임(Philanthropic Responsibility)이다. 자선적 채임은 사회적 기부행위, 약물남용 방지 프로그램, 보육시설 운영, 사회복지시설 운영 등 사회의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할 책임을 말한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자선적 책임의 내용으로 포함된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산을 위한 국제적 노력 

CSR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과 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늘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세계적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으며, 그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각종 기구와 단체들이 설립되고, 사회적 책임을 측정하는 국제 기준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시도들은 자본주의의 폐단과 지나친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 등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UN,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 OECD, GRI (Global Reporting Initiative)등의 국제기구들이 환경, 노동, 사회공헌, 소비자 보호, 윤리경영 등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지침이나 기준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UN은 1999년 코피아난(Kofi Anan) UN 사무총장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UN Global Compact(글로벌 콤팩트)'를 제창했다. 2000년에 발족되어 인권, 노동기준, 환경으로 3개의 분야에 9개 원칙으로 시작하였으나, 2004년에는 반부패 분야를 추가하여 총 4개의 분야에 10개의 원칙을 만들었다. UN Global Compact의 목적은 기업의 행위나 활동을 규제하는 수단이 아닌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영역에서 기업들의 공적 책임(Public Accountability)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원칙을 제공하는 것이다. UN 글로벌 컴팩트에 가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원칙 준수를 약속하고, 주기적인 CSR 활동과 보고서 발행을 실천해야 한다.

CSR 관련 기구 및 조직
-‘기업의 사회적 준수 발의체(BSCI: Business Social  Compliance Initiative)’
2000년대 초 공급망에서의 제조 환경의 개선, 특히 후진국의 영세 하청업체의 근로 조건 개선을 목적을 두고 유럽에서 생겨난 비영리 조직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부품 등을 공급받는 대기업 등의 사회적 책임 준수를 독려하고, 공통 감시시스템 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BSR :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
1992년에 설립된 BSR은 CSR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기업 전략에 반영하는 방법을 지원하고, 관련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비영리 기업 협회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세계적으로 천여 개의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 속의 기업(BITC : Business In The Community)’
1982년 영국에서 설립된 BITC는 찰스 황태자가 총재를 맡고 있을 정도로 영국의 대표적인 CSR 지원 조직이다. BITC의 기업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및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조직의 대내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CSR아시아(CSR Asia)
2004년 설립되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돕기 위한 정보,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이윤 추구 대신 발생된 이윤을 지역사회 및 경영활동에 재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국제 기업과 사회 협회(IABS :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Business and Society)’
IABS는 기업과 사회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와 교육활동을 하는 학회이다. 대표적인 연구 주제로는 CSR의 성과, CSR의 경향, 기업 윤리, 환경 경영 등이 있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 Business & Society’ 라는 학술잡지에 발표하고 있다.

CSR 관련 인증 및 지수
-‘기업의 책임 지수 (CRI:Corporate Responsibility Index)’
BITC에서 2002년 개발한 CRI 지수는 기업들의 CSR 진척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써 국제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시장, 직장, 지역사회, 환경의 네 분야에 대해 기업이 주는 영향을 측정하고 목표치와의 차이를 파악하여 개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미니 400 사회지수 (DSI400 : Domini 400 Social Index)’
도미니 400사회지수는 사회책임투자 기업인 ‘킨더-리덴버그-도미니’ 에서 1990년 개발한 최초의 사회책임투자 지수이다. DSI400은 기업의 재무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 무기업체 등은 배제하고 CSR, 윤리경영 활동 등을 잘 수행한 기업은 우대하는 방식이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 (DJSL : 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DJSI는 1999년에 만들어진 사회책임투자지수로 기업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여 산업별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을 선정하여 지수에 편입시킨다.

-국제표준화기구의 ‘ISO 26000’
ISO 26000 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하고 있는 CSR에 관한 국제 표준으로 2010년 11월 발효되었다. 사회적 책임을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의 7가지 차원으로 구성하고 이와 관련된 37개의 주요쟁점 사항을 발표하였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 시민 단체 등 여러 조직들의 CSR 활동을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며 관련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는 등의 실천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향후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나 제품 구매의 가이드라인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적 경쟁력 지수(RCI : Responsible Competitiveness Index)’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책임혁신을 주창하는 ‘어카운터빌리티’ 라는 비영리 기관에서 개발한 RCI 지수는 국가별로 기업의 책임성, 기술수준, 공공제도, 거시경제 등의 네 가지 지수를 평균한 후 국민소득 수준과 비교하여 51개 국가의 책임성을 측정한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진화
세계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기업들이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동 착취와 폐유 방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이윤을 창출한 그들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왔고, 과거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기부금을 내놓는 등의 단순한 자선사업에 머물렀던 형태를 벗어나 최근에는 기업 활동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 등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형태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예컨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를 통해 지구와 인간의 지속 가능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 쓰레기 매립지에 친환경 본사 건물을 세웠다. 이후 오염지의 지하 침출수를 빼내고, 메탄가스를 화력발전 연료로 재활용해 주변 지역의 1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였다. 1987년에는 국립 서커스학교를 설립하여 청소년 대상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가 1984년부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생태환경의 보존을 위한 국공유림 나무 심기, 숲 가꾸기, 자연환경체험교육서비스, 숲 생태전문가 양성 등을 펼친 것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제 기업에 있어 사회적 책임 실천은 필수이며 적극적인 수용이 최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거나 인식 차이로 인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책임의 실행은 장기적으로 경영 및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사회가 동반 성장해야만 기업의 성장 역시 함께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