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국내에서 펫(Pet)이란 단어의 의미가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애완동물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주인과 물건의 관계로 정의하여 동물은 주인의 즐거움을 위해 키워진다는 의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반려동물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반려인과 반려동물로 규정하여 주종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의 의미로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도 반려동물에 관한 프로가 급증하는 추세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SBS의 ‘TV 동물농장’을 들 수 있다. TV 동물농장은 지난 2001년에 첫 전파를 탄 이후 현재까지 무려 16년 간 방영되고 있는 장수프로그램이다. 특히 단순히 오락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견, 유기묘의 실태, 강아지를 생산하는 공장 등을 고발하면서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최근의 핫(Hot)한 프로그램으로는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들 수 있겠다. 2015년부터 방영된 이 프로는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전문가가 나와 반려인과 반려견이 겪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포맷으로 방영되고 있다. 반려견 뿐 아니라 반려인의 행동까지 교정을 해준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외에도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MBC ‘하하랜드’, TV조선 ‘개먼드라마 파트라슈’과 같은 방송들이 방영되고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얼마나 핫(Hot)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펫에서 애완동물로 다시 가족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뀐 지금의 펫 시장은 거대 산업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펫 산업의 성장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이 국내, 국외 펫 산업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7 국내 펫코노미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인구가 1000만을 돌파한 국내 펫 산업의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최대 5조8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펫 산업의 무서운 성장세는 미국과 같은 전통 선진국 보다는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강대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펫 문화나 인식이 성숙된 전통 선진국보다는 반려동물의 개념이 물건에서 가족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신흥강대국에서 이런 추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반려동물의 장난감, 의료 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이 늘게 되는 것은 논리적인 결과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KOTRA의 김영석 중국 선전 무역관에 의하면 2016년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1220억 위안(한화 약 20조 7천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률은 최저 25%, 최고 58%에 달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목욕용품, 울타리, 목줄, 리드줄, 의류, 밥그릇, 하우스, 배변용품 등의 제품군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중국에서 반려동물을 하나의 물건이라기보다는 가족의 개념으로 여기고 반려동물에 대한 삶의 질에 신경을 쓰고 있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KOTRA의 최효식 인도 방갈로르 무역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의 반려동물 시장도 중국의 것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반려동물 산업은 2012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2017년까지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CAGR)은 24.1%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7년 매출액은 198억 4400만 루피(한화 약 3400억 원) 로 전년대비 20.5%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무역관은 반려동물 산업에서 주의를 기울일만한 점으로 ‘제품, 서비스의 프리미엄화’를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인들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고려하여 고급 사료와 헬스 케어 제품군을 찾으면서 이 분야 시장에 대한 성장세가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 펫 산업 종사자의 갈등 심화

국내에서는 소규모 기업 형태를 벗어난 펫 전문 기업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펫 산업은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성장하는 펫 산업에 대기업들이 하나 둘 진출할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이마트의 ‘몰리스 펫’의 서비스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데 반려동물 용품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호텔과 미용 서비스, 분양도 함께 제공하면서 사업 영역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역시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나 사료, 교육, 장례 서비스를 아우르는 펫 비즈니스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시장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롯데마트 30여개 점포에서는 ‘펫 가든’을 운영하여 펫 산업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16일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이 모인 반려동물협회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롯데는 생계형 사업군인 펫 산업 진출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의 경우 펫 산업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과 동반한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팀을 꾸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기업과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은 서로 모여 협의를 하고,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두 주체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펫 산업 진입을 고려할 때 유의 사항

펫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펫 관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핑크빛 전망만을 가지고 펫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관한 산업은 수의사 자격증이 요구되기 때문에,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반려동물 용품점이나 간식 매장을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펫 시장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경쟁자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려동물 용품점이나 간식 매장의 경우 온라인 매장이나 대형 할인 마트와 직접적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매장이나 대형 할인 마트의 저가 공세를 이길 전략이 없다면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애견 카페나 애견 펍과 같은 분야도 타 경쟁 업체와 차별화될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펫 산업에 진입하기 전에 타 경쟁 업체와 차별화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에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즉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 펫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가볍게 시장 진입을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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