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대형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보고
6월 17일...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경, 경기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근무 중이던 직원 240여 명은 화재 발생 직후 대피했다고 알려졌다.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20분 후 대응 2단계 발령 및 진화를 시작했으며 오전 6시경 대응 1단계로 하향했다. 그렇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으나, 물류센터의 특성상 쌓여 있던 박스 쪽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건물 내부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은 건물 밖으로 대피했고, 잔류 인원을 확인하기 위해 소방관 5명이 지하 2층으로 투입됐다. 불길이 거세짐에 따라 내려진 대피 지시에 4명은 대피를 완료했으나, 선두에서 대원을 이끌던 김동식 구조대장은 탈출하지 못했다. 거센 불길로 인해 김 대장 구조 작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6월 18일...
전날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 층에 확산된 불길로 건물 붕괴 우려가 잇따랐다. 내부에 인화성 물질이 많아 진화가 어려운 것도 한몫했다. 18일 오후 2시에도 화재로 인해 건물 안전진단을 시작하지 못할 정도였다. 3시에는 건물 중앙 일부가 주저앉았다. 실종된 김 대장 수색은 당연히 불가했으며, 구조 작업도 늦어졌다.
화재 발생 36시간 만인 18일 오후 4시에야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부 진입은 여전히 어려웠고, 안전진단은 19일 아침으로 미뤄졌다. 소방당국 측에서는 19일 아침 안전진단 결과 확인 후에 김 대장 수색 작업을 시행하겠다고 언급했다.
6월 19일...
안전진단은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이어졌다. 일부 수색 범위에서 구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위를 한정해 진단했으니만큼 붕괴 가능성이 남아 있었으나 상황의 시급성을 참작한 결정이었다. 오후 12시 30분경 초진이 완료됐고, 대응 1단계로 하향했다.
김 대장의 시신은 실종 약 47시간 만인 19일 오전 10시 50분경 발견됐다. 경기도는 김 대장을 순직 처리하고, 행정안전부에 1계급 특별승진과 녹조근정훈장 추서를 요청했다. 김 대장의 빈소는 하남 마루공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 소방령의 유해는 21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대응...
지난 20일,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대표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故 김동식 소방령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조직내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는 말에 이어 유가족을 평생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유족과 협의 후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강 대표이사는 부상 소방관 지원책 마련을 언급했으며 덕평물류센터 직원 지원책도 발표했다. 상시직 1천 700명은 근무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정상 급여를 받고, 단기직 등 모든 직원에게 전환배치 기회가 제공된다.
한편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17일 화재 발생 당일 사임을 발표한 기업의 창업자가 그렇다. 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의식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탈퇴’ 해시태그와 함께 회원 탈퇴 인증 사진을 게시하며 불매 운동을 벌였다.
이번에도 안전불감증...
기업내 판매 제품의 불매 운동의 원인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3년 전인 지난 2018년 2월의 해당 기업은 지금의 사고와 유사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현장 관계자들이 업무 시간이라는 이유로 직원 대피를 막아 논란이 있었다. 심각한 내부 통제 근로환경과 안전불감증이 지적받은 사건이었다.
위와 같은 문제를 3년 동안 방치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 이번 사고에서도 초기 대응과 안전 관리가 부실했다는 내부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측에서 노동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걷지만 않았더라도 10분 일찍 화재를 신고할 수 있었으리란 지적도 있었다.
해당 기업 대표이사는 근무자 248명 전원 대피 등을 들어 회사의 노력을 보이고 안전 관련 논란에 해명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지적받은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불매로 인한 타격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 아닌 사람을 잃을 줄 알았다면, 외양간을 일찍 고쳤을까.” 의문이 남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