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이광구 은행장은 1979년 처음 한국상업은행으로 입행하여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딘 후, 우리은행 홍콩지점 지점장, 개인영업전략부 부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2014년 말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이광구 행장은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매사가 진중해 ‘충청도 양반’이라는 별호를 달고 다닐 정도다. 평소 조용히 실력을 쌓아가는 스타일로 근면성실하고 묵묵히 맡은 임무를 추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충청도 양반이라 불리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숙원사업들을 줄줄이 성공시키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결국 국정원 채용비리라는 문제를 낳게 되었고, 현재 그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이광구 행장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으로 첫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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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2014년 12월 5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면접을 갖고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행추위는 이날 “이 내정자가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최대 현안인 민영화와 우리은행 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장 추천 이유를 밝혔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내정 당시 ‘서금회’ 논란

이광구 은행장은 후보시절 당시,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회원이라는 점 때문에 사전 내정설에 따른 ‘신 관치금융’ 논란이 있었다.

이 행장은 행추위가 열리기 전부터 이미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로부터 차기 행장자리를 낙점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었고,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 및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권의 ‘비선 라인’에 의한 금융사 인사 관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또 이에 대한 관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당시 서강금융인회 회원인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에 이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계속됐다.

◆ 우리은행의 숙원사업 성공시켜…논란을 뒤로하고, 결과로 보여준 이광구 은행장

이 행장은 2014년 12월 2년 내 민영화 카드를 꺼내 들며 3년이었던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줄여 취임했고, 우리은행이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이후로 숙원사업이 된 민영화 사업의 성공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의 실적을 점차 끌어올렸으며, 해외투자자 모집을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이 행장은 2016년 상반기에 유럽, 미국, 일본에서 3차례 해외IR을 실시했다. 지난해 2월 1차 IR에서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의 연기금 등 31개 기관 투자자를 만났다. 5월에는 미국 뉴욕, 보스턴, 워싱턴, 필라델피아 기관 투자자 10곳, 6월에는 일본 연기금 대형자산운용사 6곳을 방문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이러한 이 행장의 투자자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IMM PE가 지분 6%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기보유 0.3%)를, 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동양생명·키움증권·유진자산운용은 각각 4%를 투자했다. 총과점주주의 지분 합계는 29.7%에 달하며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이 행장의 노력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체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향후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이 끝나는 대로 지주사 전환이 앞당겨지고, 이를 통해 비은행계열사를 강화하면서 기업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이광구 은행장 연임 확정, 민영화 이후 초대 행장

우리은행은 지난 1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이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이로써 이광구 은행장은 민영화 첫 행장으로 내정이 됐으며, 앞으로 임기는 2년이 더 추가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실적 개선을 통해 숙원 사업이었던 민영화에 기여한 바가 지대하여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또한, 이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루어낸 민영화와 실적을 업적과 경영능력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해, 이 행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 오히려 전 정권서 감찰받아…국정원이 이광구 은행장의 ‘친박’ 꼬리표를 떼주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친박’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로 전 박근혜 정권 실세와 친분이 두텁다는 얘기가 2014년 은행장 후보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10월 16일 공개한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 보고’ 자료를 보면 정반대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 행장이 친박 실세로 수혜를 보기는커녕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의 감찰 대상으로 오르는 등 핍박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개혁위는 이 행장에 대한 국정원 감찰에 대해 “최순실 등이 이 행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비리 행위 적발 등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이 박 전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어서 친박으로 분류는 됐지만 오히려 정권 핵심으로부터 사퇴 압박 등 갖은 핍박을 받은 것이 국정원에 의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료가 발표되자, 주변의 정치적 소음에도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맡은바 임무를 수행했던 이 행장의 자세가 다시금 주목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 국정원 직원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자녀 등 VIP 채용비리 의혹…하루도 못 간 국정원 관련 채용비리

하지만 지난 10월 16일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을 공개하면서 국정원 직원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의 자녀 등 VIP 리스트를 꾸려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천 현황에는 입사 지원자의 관련 정보, 추천인, 출신학교 등이 명시됐다. 국정원 관련 지원자의 경우 관련 정보에 국정원 백○○ 자녀라고 쓰여 있고 추천인에는 ○○○ 그룹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출신학교와 성별, 나이도 기재돼 있다. 결과는 채용 합격이었다. 심 의원은 “금융감독원 조사는 물론 철저한 조사 후에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우리은행 채용 비리는 일파만파로 불거졌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이 이런 정도라면 다른 은행들엔 (채용 비리가) 없을까 하는 의심을 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최 금감원장은 “우리은행에 자체감찰을 지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현장조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은행과 관련된 채용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심은 이 행장이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쏠리고 있다.

◆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들의 갈등…인사청탁 리스트 유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간의 완력싸움?

현재 우리은행의 인사청탁 리스트와 관련해, 이러한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우리은행 측은 한일은행 출신의 전직 임원이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이 1998년 합쳐 만들어졌다. 흡수합병이 아니라 은행 대 은행의 대등한 통합이었기 때문에 합병 이후 인사를 놓고 갈등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은행장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광구 은행장 이후로 이러한 관례가 깨지면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간의 갈등이 깊어졌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말이다.

◆ 본질은 채용비리

하지만, 결국 우리은행의 집안싸움 이던, 어떠한 갈등이 존재하여 누가 리스트를 유출했던 간에, 가장 큰 문제는 국정원 및 우리은행 전·현직 등 VIP의 자녀들에 대한 채용비리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채용비리에 대해 이광구 은행장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이 국정원에 의해 ‘친박’의 꼬리표를 뗄 수 있었지만, 이번 채용비리의 오명을 씻지 못한다면, 취업난에 헤매는 젊은이들을 비롯해, 사회적으로도 이광구 행장에 대해 부정적인 꼬리표를 새롭게 달아 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민영화 사업에 대한 마무리와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과 이행장이 이번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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