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남아 현지 입맛 사로잡은 K-편의점…떡볶이 인기
트렌드 빠르게 읽은 한국 편의점…“차별화 전략 세워야”

코로나 팬더믹이 서서히 풀리면서 보복소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남아 등 현지에서는 이러한 보복소비를 CU, GS25 등 한국 편의점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편의점 업계가 때 아닌 호황을 이루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코로나 팬더믹이 서서히 풀리면서 보복소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남아 등 현지에서는 이러한 보복소비를 CU, GS25 등 한국 편의점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편의점 업계가 때 아닌 호황을 이루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_경제의 눈] 국내 유통업체들이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현지인들이 한국산 제품을 찾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증가하자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편의점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GS25는 이미 해외진출을 했다. GS252018년 베트남 호치민에 첫 문을 열어 현재 110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CU도 같은 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처음 진출했고 현재 120개의 점포가 있다.

CU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로 영토를 넓혔다. 특히 CU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낸 1호점은 개점 후 열흘간 11000여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이는 국내 편의점 점당 평균 객수의 3.3배 수준. 개점 당일 오픈런이 생기고 유명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이 방문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업계는 한국식 편의점을 그대로 옮긴 것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젊은 층이 한류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점을 공략해 현지 편의점에서도 한국 음식을 판매한다. 현지에서 CU의 판매 1~5위까지 모두 한국 음식이 차지했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떡볶이. 즉석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떡볶이가 이 매장에서만 열흘간 2500컵이 판매됐다.

CU 측은 말레이시아 젊은 층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데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간접적으로 한류를 체험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남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점도 해외 진출을 순탄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국제문화진흥교류진흥원 ‘2020 해외한류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동남아 4개국 국민이 선정한 자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콘텐츠에서 한국이 49%1위를 기록했다.

이마트24도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개장했다. 5년 내에 말레이시아에 300개의 매장을 연다는 방침이다. 이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 편의점들이 동남·중앙아시아로 세력을 넓히는 이유는 이미 내수시장이 포화된 것도 있지만 현지에서 편의점 시장이 급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젊은 층이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하다.

1990년대 일본 편의점이 한국에 진출했다면, 이제는 한국 편의점에 동남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선 한국 편의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미리 동남아에 진출했던 일본 편의점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K-편의점 현지서 한류 체험공간으로 통해


현재 동남아시아는 편의점 시장 태동기다. 국내에 처음 일본 편의점 체인 업체들이 들어왔을 때 새로운 맛과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현지에서도 그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고 편의점 업계는 설명한다.

한국 편의점업계가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 한류 문화가 형성돼 사업 진출이 용이하고,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 소비 잠재력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65000억 동남아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로 IT(정보통신) 기술에 능숙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며 한류문화가 형성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한국 편의점이 해외에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이유는 마스터프랜차이즈형식을 택한 영향도 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앞서 교촌치킨, CU 등이 해외 진출 시 이용한 방식이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가맹 사업자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 후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해외 진출 한 이마트24이마트24 말레이시아에 브랜드 사용권과 시스템 전수 등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다.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11000달러(2020년 기준), 전체 인구는 3280만 명이다. 편의점 수는 2600~3000개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 만큼 편의점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 받는다.

CU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기업 마이뉴스홀딩스의 자회사인 MYCU리테일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올해 4월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다. 마이뉴스홀딩스는 1996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편의점 브랜드(Mynews.com)을 운영한다. 현재 530개의 점포를 보유한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2위다. 1위는 세븐일레븐(점포 수 2400), 3위는 훼미리마트(200)로 현재 편의점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다. 일본계 편의점이 강세인 말레이시아에서 최근 한국계 편의점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 편의점, ‘치열함속 트렌드 맞춰 경쟁력


한국 편의점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미 국내 편의점은 포화상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47884(2020년 말 기준)에다. 현재 CU14900여개, GS25146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일본(55924)보다 점포수는 적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장점이라면 소비자들은 주택가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쉽게 편의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1인 가구의 증가로 1~2인을 위한 간편한 식재료와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춘 수제맥주까지 웬만한 건 다 있다.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 편의점 업계는 고급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차별화된 고급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편의점은 트렌드를 빠르게 읽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 질 수 있었다. 덕분에 없는 게 없는우리나라 편의점은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서비스와 상품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발달했다. 이러다보니 편의점 종주국이랄 수 있는 일본 업체도 한국 편의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갈 정도다.

우리나라 편의점이 동남·중앙아시아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업계는 국내 편의점 브랜드의 경쟁력은 이미 일본과 비교해 경쟁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본 중앙·동남아시아에서 국내 기업들이 내세울 차별화 전략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진단한다.

나라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다. 아무리 유명한 외국 브랜드라도 우리나라에서 성공과 실패로 각자의 길을 걸어간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서 현지인들의 니즈에 맞는 포인트를 잡아보자. 다른 나라의 편의점을 밟고 올라선다는 경쟁의식만으론 답이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창조해내는 시대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편의점 문화를 만든다면 중앙·동남아시아에서도 편의점 영토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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