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정지원 이사장은 제 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하며,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쳐 자본시장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이후 2015년 말부터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해 온 인물로 지난 2005년 부산에 본사를 이전한 이후 첫 부산출신 이사장인 셈이다.

◆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0월 24일 마지막 관문에 오른 정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두 사람을 잇달아 면접 심사한 뒤, 정 사장을 최종 후보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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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사장 공모는 최초로 두 번에 걸쳐 후보 지원을 받았으며, 김성진 전 조달청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유력 후보들이 몰려 들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 지난 3일 정지원 전 한국증권금융 대표가 새롭게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한 후 나온 첫 부산 인사라는 점에서 부산지역은 환영하고 있지만 이런 정지원 이사장의 취임이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많아 향후 정 이사장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하지만 이사장 후보 2차 지원에서 정 내정자의 지원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나머지 유력 후보들은 모두 사퇴 했다.

따라서,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면접심사를 실시한 결과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이사장 단독 후보로 선정하고, 10월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결정을 해 사실상 내정 된 후 이사장으로 지난 3일 취임(식)했다.

◆ 정찬우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 불명예 자진퇴임

정찬우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은 2017년 8월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찬우 전 이사장은 대표적 금융권 ‘친박’ 인사로 지난 2016년 10월 취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 전 이사장은 결국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11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됐다.

▲ 정리_김지훈 기자

앞서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지난 6월 15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청와대 인사청탁에 따라 전 하나은행 독일법인장 변칙 승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정 전 이사장을 직권 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 전 이사장의 자진사퇴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지자, 자진사퇴로 인해 죄가 면죄되지 않는다면서 금융적폐 청산과 국정농단 책임을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 정찬우 전 이사장 퇴임으로 남아있는 여러 과제들

지난해 말 불거진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정찬우 전 이사장이 검찰조사를 받게 되면서 자진사퇴하자, 구성원들의 사기는 추락했고, 조직의 경쟁력도 떨어진 상태에서 한국거래소의 해결하지 못한 여러 과제들이 선적되어 있는 상태이다.

① 최대과제는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수년간 거래소의 최대과제는 지주사 전환, 상장(IPO) 등의 내용을 담은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2015년부터 거래소의 핵심 과제로 추진된 사안이지만 번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표류했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유가, 코스닥, 파생 본부 등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상장(IPO)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최경수 전 이사장을 거쳐 정찬우 전 이사장도 취임 때부터 지주사 전환 작업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거래소들은 지난 2000년 중반 이전에 모두 구조개편을 완료하고 글로벌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거래소는 현재 본사는 부산광역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은 서울특별시에. 파생상품시장은 부산광역시에 개설 되어있다. <정리_김지훈 기자>

아시아에서도 홍콩, 싱가포르, 일본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도 지주회사 전환과 IPO 등 구조개편을 마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거래소는 한국과 슬로바키아 정도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과제는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고, IPO 과제는 장기 과제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본부별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② 코스닥 시장 활성화

특히 최근 코스닥 대어들이 잇따라 코스피 이전을 결정하면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이 같은 본부별 경쟁체제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특히 코스피와 코스닥을 경쟁체제로 바꾸고, 어떤 방식이든지 코스닥 시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올해 들어 카카오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데 이어 최근 셀트리온까지 이전 결정을 하는 등 코스닥 ‘대어’들이 잇따라 이탈, 코스닥 시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스닥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제도로는 이전하고자 하는 기업을 사실상 막을 제도적 장치 또는 코스닥 시장에 남아있게 할 유인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리_김지훈 기자>

상당수의 코스닥 기업 관계자들도 이전할 수만 있으면 코스피가 당연히 좋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코스피200 지수 편입 효과로 인한 수급 개선이다.

실제로 코스피 이전 기업들이 이 같은 기대효과 또는 실질적인 수급 효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 안팎에서도 코스닥을 단지 코스피 이전을 위한 사다리 역할로 보는 시각이 많아 코스피와 구분되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부터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③ 낙하산 논란 극복, 조직 내부 통합

또한 수년간 이어진 낙하산 논란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대부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거래소는 지난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지만 증권사,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한 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정지원 신임 이사장 낙하산 논란 여전, 한국거래소 노조 정 내정자 선임 반대

정 내정자 역시 ‘추가 공모’라는 전례 없는 절차를 통해 등장,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30일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차기 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놓고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거래소 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거래소 서울 사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61년간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낙하산 인사에게만 열렸는데 이번에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몫으로 돌아갔다”며 정지원 사장의 이사장 선임을 반대했다.

노조는 “선임 절차도 정지원 사장을 거래소 이사장으로 뽑기 위한 요식에 불과했다"며 "추가 공모와 지원철회가 이어졌고 밀실추천 관행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사장은 전 정권의 낙하산이면서 다른 낙하산을 불러들인 인물로 자본시장 적폐 청산에 부적합하다”며 “보수 정치권이 주도하는 지역 사조직(부금회)에서 활동한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금융위원회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0월19일 금융위원장이 ‘제2의 벤처 붐’을 언급하자마자 정 사장은 거래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코스닥 활성화를 꼽았다”며 “바로 이틀 뒤 금융위 부위원장이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자본시장의 최고 책임자인 거래소 이사장은 정치·관료 권력, 지역주의로부터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관치 척결과 공정인사 확립을 위해 낙하산 이사장 반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낙하산 척결을 내세운 현 정권에서도 결국 낙하산 인사가 낙점된 점에 대해, 내부 출신도 열심히 하면 이사장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조직 전반에 탄력이 사라지고 실망감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 신임이사장 내정에 부산지역은 환영

이와 반대로,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연대는 정지원 한국거래소 내정자에 대해 지난 달 10월 25일 성명을 내고 “2005년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첫 부산 출신 인사의 이사장 선임이며 부산을 잘 아는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 된 것을 환영한다”며 “지역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가 정지원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지난 13년간 한국거래소는 부산금융중심지 발전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많은 부산시민의 기대를 받아왔지만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역할로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며 한국거래소가 명실상부한 부산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처럼 정지원 신임 이사장 내정에 대해 부산지역에서 거는 기대가 큰 반면, 한국거래소 내외부적으로 낙하산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선임 이후, 한국거래소가 그 동안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어, 정 이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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