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공직사회 갑질 신고 후속조치 약해”
‘공공부문 갑질 근절 대책’…“지자체 근절 대책 수립 미비”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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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공무원도 직장 내 괴롭힘에서 안전한 건 아니었다. 공직 사회 갑질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 공공분야에서도 갑질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자주 발생하지만 신고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17년 차 현직 소방관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대구의 한 소방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A씨는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소방당국은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소방관을 다른 소방서로 발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쯤 직장 상사 B씨로부터 지금부터 업무하지 마, 넌 안 되겠어등의 비하의 말을 들었다는 게 소방당국 조사 결과다.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동료들에게도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물의를 일으킨 직원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인사 조치했다갑질 행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고, 자체 익명 신고시스템을 도입해 정기적인 갑질 설문조사 시행 등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전국소방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5일 대구시와 대구소방본부를 방문해 소방기관 내에서도 갑질 방지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전원 엄중문책·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공직사회도 갑질로 물들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자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지만 신고율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11~2021430일 서울시 등 17개 광역 지자체가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23(종결 119, 처리 중 4)이었다. 종결된 119건 중 괴롭힘으로 인정받은 사건은 30(25.2%)이었고, 48(40.3%)은 기각(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피해 사례 중엔 신고 이후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오히려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의 한 계약직 직원은 3년간 정규직 상사에게 폭언·인격 모독·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참다못해 결국 괴롭힘 내용을 기관에 신고했는데 조사관은 되레 별것 아닌 일로 유난을 떤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고 뒤 그의 고통은 더 커졌다.

직장갑질119올해(6월 기준) 접수된 공공기관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제보 메일 87건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시행 3년 지나도 갑질 여전


직장갑질119가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직장 갑질이 상당히 심각하고, 신고 이후 조치 의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2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2019716일부터 시행됐다.

실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하며 직장 내 괴롭힘문제가 부각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716일 이후 올해 531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2387) 중 지자체의 갑질 신고는 123(5%)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이는 갑질 금지 조례나 규칙이 제정되지 않는 등 피해자 예방 조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례와 규칙을 모두 갖춘 곳은 서울·울산·경기·전북·경남 등 5곳뿐이었다. 조례·규칙 제정을 비롯해 근절 대책, 예방 교육 등을 기준으로 종합평가한 결과 13곳의 광역지자체가 낙제점을 받았다.

직장 갑질119는 조례·지침 제정과 더불어 근절 대책 수립 여부 신고센터 운영 전담직원 배치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시행 등 총 7가지 항목을 조사해 각 지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조치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대책 기준에 따라 모든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것의 없었다.


낙인 찍힐까갑질 신고 꺼려존중하는 자세 필요해


지자체 등 공무원들의 직장 갑질 신고가 민간 기업에 비해 저조한 건 신고한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과 부적응자로 낙오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또 신고 후에 오는 불이익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공직사회에서도 갑질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무원 행동강령에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항목이 있다. 이를 어기면 국민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으며 해당 공무원을 징계할 수 있다.

몇 해 전 부산시가 진행한 한 조사가 눈길을 끈다. 당시 부산시 공무원들은 부하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리더로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간부 공무원을 존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의 인격적인 대우와 편향되지 않은 모습을 높이 샀다.

특히 나라의 녹(祿)을 받는 공무원들이라면 윤리의식은 물론 그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야한다. 관련 정책과 실적 위주, 보여주기 식으로는 갑질과 막말을 막을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일은 힘들어도 할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힘들면 견디기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직장 내에서 직급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업무지시의 일환인지, 갑질인지 그 경계선이 모호할 때 직급이 낮은 입장에서는 힘듦을 겪는다.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직장이지만 정작 동료들을 모두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사람을 단 번에 알 수는 없다. 서로 다 알지도 못하면서 색안경을 쓰고 있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회사에 일을 하러온다. 회사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지만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이 어떻게 하면 잘 해결 될지에 초점을 맞추면 열심히 일하는 동료가 고마워 보이지 않을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됐다. 직장 생활에서도 동료와의 심리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해 보자. 그리고 그 사이에는 존중이 자리했으면 한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소속감과 몰입을 요구하려면 구성원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는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말을 할 때도 눈치를 보고 한 두 번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소통부재는 그 부정적 여파가 크다. 서로 소통해야 조직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 갈 수 있다. 그런 수평적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소중하듯 타인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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