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관료출신이자 장관급 인사인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정고시 15회로 재무부와 재정경제부를 거쳐 2003년 관세청 청장, 2005년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냈다. 그리고 참여정부 때는 노무현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권의 말기인 2007년 8월부터는 장관급인 금융감독원 원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가, 정권이 바뀐 2008년 3월에는 물러났다. 그리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금융정책 자문을 맡기도 했다.

◆ 3년 만에 다시 관출신 인사로 복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9월 20일 제1차 회의에서는 차기 회장의 후보 추천 기준을 민, 관 구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시 민간인 출신 3명, 관 출신 4명의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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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0월 23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관 출신의 3명의 후보로 압축됐고 26일 열린 제3차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되는 과정을 거쳤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시절 금융정책 자문을 맡았던 김용덕씨가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최근 취임했다. 김용덕 회장은 장관급인 금융감독원 원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다가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난 인물이다. 김용덕 회장의 손보협회 회장의 취임으로 관피아 출신 인사가 다시 금융‧보험업계에 발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손해보험협회는 민간 출신인 장남식 회장(전 LIG손해보험 사장)으로서는 대관업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회장에는 관 출신의 인사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2년간 관 출신이 협회장을 맡아오다 3년간의 민 출신인 장남식 회장을 끝으로 과거의 관 출신 회장 시대로 복귀했다.

◆ 현 정부와 남다른 인연, 김용덕 회장

현 정부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청와대 근무 경력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이던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금융정책을 맡기도 했다.

10년의 힘 위원회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국정운영을 맡았던 전직 장·차관 6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조직으로 김 전 위원장은 금융분야 공약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 정리 김지훈 기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비롯해 실손의료보험 등 각종 보험료 인하, 특수고용직 노동권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이슈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정부와 업계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이끌면서 보험업계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부의 정책기조와 손해보험업계의 이해상충

‣ 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추진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실손의료보험의 가격조정폭을 낮추고 실손보험 상품구조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의 보험정책 기조 속에서 손해보험사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실손보험료가 인하되면 손해보험사들의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미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실손보험료가 낮아지면 적자폭이 더욱 커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자료: 손해보험협회, 금융통계월보 / 정리 김지훈 기자

‣ 보험업계 근로종사자 보호방안
정부가 추진하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방안을 놓고도 손해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한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회사를 위해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사업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보험설계사도 포함된다.

노동계는 이들의 4대보험 가입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가 관련 입법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4대보험 가입이 확정되면 손해보험사들의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김 회장은 이런 과제를 놓고 정부정책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손해보험사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금융권 고위관료 출신이지만 손해보험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다. 보험과 관련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관료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과 인맥이 손해보험사들의 입장을 금융당국에게 잘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아울러 함께 받고 있다.

▲ 자료: 손해보험협회, 금융통계월보 / 정리 김지훈 기자

◆ ‘올드보이’의 귀환 신호탄이 되는가?

이번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자리한 것을 시작으로 관료출신의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현 은행연합회장인 하영구 회장은 11월 30일, 생명보험협회장은 12월 8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따라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도 차기 협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미 은행연합회 회장에도 장관급을 지내 재무관료 출신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가 장관급 인사로 협회장을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다른 금융협회에서도 ‘격’ 맞추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회장에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홍재형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홍 전 부총리는 재무부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다. 금융계에서는 은행연합회 회장에 당초 김 전 총재가 유력했지만 홍 전 부총리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홍 전 부총리는 1938년생으로 80세를 앞두고 있어, 관료출신들의 복귀 논란에 이어. 올드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홍 전 부총리의 경우 최종구 현 금융위원장이 1994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 사무관 시절에 재무부 장관이었다.

◆ ‘퇴임 관료 일터 전락’ 관료출신 인사에 대한 긍정보다 우려 많아

김 회장의 내정 및 다른 금융협회에서도 관료들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힘 있는 관료 출신들이 정부와 민간 영역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민을 대변해야 할 협회장 자리가 퇴임 관료들의 일터로 전락하면서 새로운 민관 유착의 고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또한 옛 인사들이 금융협회장을 맡아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핀테크 시대인데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라며 “이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날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금융협회장에 관료 선배들이 올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업계의 요구를)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런 분들이 협회장으로 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대통령께 직언하라”고 지적했으며, 최 위원장은 “그런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최 위원장의 답변은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관료 선배들에게 금융협회장에 나서지 말라고 제안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금번 김용덕 회장의 취임과 관련하여 많은 우려와 논란이 일고 있어 앞으로 김 회장이 손해보험 업계의 이익대변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과 업계 현안을 잘 조율해 나가 균형을 잘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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