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한림대 성심병원이 9월 재단의 연례체육대회에서 간호사들에게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댄스를 출 것을 강요한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간호사들은 배꼽이 보이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걸 그룹 댄스를 추고 있다. 누가 이 영상을 보고 ‘야한 춤을 추고 있는’ 이들을 환자들을 관리하는 ‘백의천사’ 간호사로 보겠는가.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나 규정된 간호기술에 따라 치료를 하며, 의사 부재 시에는 비상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 백의천사여야 할 간호사들이 한 눈에 봐도 선정적인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춤을 강요 받는 사회.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라 말할 수 있는가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한데 최근 한림대 성심병원의 재단 연례체육대회에서 간호사들이 야한 옷을 휘감고 춤을 추게 됐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자 파문이 일고 있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또 체온·맥박·혈압 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기록하고 환자나 가족들에게 치료, 질병 예방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간호사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 활동한다.

그런데 성심병원 간호사들에게 이 같은 본연의 임무를 병원 측으로부터 ‘박탈’당한 채 병원행사를 위해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간호사들은 가슴과 엉덩이가 드러난 민망한 차림으로 재단의 이사장과 고위 간부들 앞에서 춤을 춰야 했다. 억지로 무대에서 춤을 췄던 어느 간호사는 “기쁨조나 다름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병원 측은 댄스단을 모집하면서 간호사의 키와 몸무게, 얼굴 등을 ‘면접’해 골라냈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병원 측은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외수당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간호사 갑질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간근무를 강요하고 임신하지 못하도록 임신 순번제까지 강요했다니 할 말이 없다.

이는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와 노동권이탈이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이다.  특히 나라의 법정자격을 가지고 의사의 진료를 도우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을 ‘선정적인 댄서’로 전락시킨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한림대 성심병원 5개를 운영하는 일송학원의 전·현직 간호사들의 부당 노동행위 제보를 407건이나 받았다.
병원 측은 임금 체불에 대한 경영진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지난 9월과 10월 임직원들에게 탄원서를 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성심병원의 폭로는 사회적 약자로서 침묵하던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더는 참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조직 위계로 저질러지는 갑질이 어디 성심병원에만 있겠는가.

병원 측은 이른바 ‘간호사 선정 춤 강요’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14일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좋은 행사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장기자랑에서 보여준 심한 노출이나 여러 모습이 선정적으로 비춰졌다”며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먼저 재단 책임자로서 부족함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이 뒤늦게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다고 하지만 만시지탄이다.

일부이지만 대형 종합병원이 이 지경인데 업무 환경이 더 열악한 병원의 사정은 불을 보듯 뻔  하지 않겠는가.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간호사협회가 회원 인권보호를 위해 인권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간호사협회는 “내년에 가동할 ‘간호사인권센터’를 통해 간호사 특유의 태움(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용어) 문화를 비롯해 임신순번제·성희롱 문제 등 인권침해 사례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의료인에 대한 부당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나 간호사 등 내부 보건의료인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등 부당행위를 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처벌해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종사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내년에 인권센터를 설립해 가동, 들어온 인권침해 신고사례나 직접 접수한 민원사항은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백의천사’가 ‘기쁨조’로 변신 한 모습을 대하는 환자의 마음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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