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16일로 예정돼 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1주일 연기 됐다. 이는 전날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 때문이다. 교욱부는 수능 연기로 인해 성적 통지는 12월 6일에서 12일로 연기하고 대학별 논술・면접 등 대입전형 일정들도 자연스럽게 일주일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경북 포항시 북구 북구청에서 9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원에서 불과 43km 떨어진 곳으로 진원 깊이는 9km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포항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돼 지진을 느꼈다는 지진 감지신고만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총 8,300여건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경주의 경우 15km 깊이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9km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해 체감이 극대화됐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 15일 경북 포항의 진도 5.0 이상의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능 연기를 결정한 것은 문 대통령이 포항 지진 현장을 방문한 관계부처 장관의 보고를 수용해 이뤄진 결정으로 알려졌다.<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수능 연기는 왜?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교육부는 15일 저녁 8시 20분 수능 1주일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는 문 대통령이 포항 지진 현장을 방문한 관계부처 장관을 보고를 수용해 이뤄진 결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7박 8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포항 지진 소식을 2차례 보고 받고, 서울 도착 즉시 청와대에서 지진 관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49까지 열린 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여진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예상 상황을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가 머리를 맞대고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 이상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특히 수능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되, 수험생들의 심리적 안정까지도 배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때만 해도 시험관리 전체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능은 그대로 치른다는 입장이었다. 문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능강행 입장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책임자들이 현장을 내려가서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포항 현지를 찾았고, 학교 피해가 커 수능 치를 환경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 급박하게 상황이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부겸 장관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협의를 거쳐 문 대통령에 보고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전격 수용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교육청과 경상북도교육청도 별도로 현장 상황을 판단해 교육부에 연기 요청을 한데다 지역 학교장들도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포항 지역 14개 시험장을 점검한 결과 10개 학교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고는 체육관 뒤편 돌이 떨어지고 1층 기둥에 금이 갔으며, 포항여고는 교실 벽 철판 뒤편이 균열이 생겼다. 포항중앙고의 경우에는 운동장 곳곳에 금이 갔다.

따라서 김상곤 부총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8시 20분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포항 지역 학생・시민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수능 시험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늘 오전 9시 2분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전날 있었던 본진의 여진이 16일 오전 9시 2분 현재 총 41회 발생했다.

◆ 포항 피해가 얼마나 크길래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5.4로 경주 5.8 규모보다 작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주에서 발생한 15km 깊이보다 9km 깊이의 얕은 곳에서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 경북도와 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가 파악한 16일 오전 10시까지의 피해상황을 종합하면 중상자 2명을 포함해 62명이 부상당하고, 153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부상자 중 51명은 병원치료 후 귀가 했으나 11명은 이틀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라 포항지역 도로 11곳과 상수도시설 45곳에서 균열 등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학교 32곳, 면사무소 등 34곳, 공원시설 등 8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시는 현재까지 주택, 상가, 공장, 차량, 도로, 공공건물 등 민간・공공시설 1347곳의 피해액을 69억1100만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집계가 아직 안된 곳도 있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다음 주는 안전할까?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교육부는 ‘수능시험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수능이 열리기 전인 오는 21일까지 수능시험 고사장 안전점검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설안전전문가가 포함된 민관합동점검단은 17일까지 우선적으로 수능 고사장에 대한 점검을 하는 동시에 대체 고사장 10여 곳도 섭외한다는 계획이다.

기상청도 연기된 수능날에 큰 지진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기간은 약 1주일 전후이기 때문에 23일로 미뤄진 수능날에는 큰 지진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다만 전국을 뒤흔든 강진으로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사고 위험이 많아졌고, 약한 지진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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