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궁 금메달과 현대그룹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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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의 연속...


지난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여론의 예상대로 23일의 사전경기부터 한국의 양궁이 1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4일 열린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는 대한민국의 도쿄 올림픽 첫 메달이자 첫 금메달, 신설된 양궁 혼성 단체전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제덕 선수는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 대한민국 남자 금메달리스트로 알려졌다.

그 뒤에도 25일의 양궁 여자 단체전, 26일의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각각 9연패와 2연패 기록을 달성했다. 양궁 남자 단체전의 오진혁 선수는 역대 하계 올림픽 최고령 대한민국 남자 금메달리스트로, 최연소인 김제덕 선수와 23년의 나이 차이가 화제를 모았다.


한국 양궁...


첫 출전인 최연소 선수와 베테랑 최고령 선수가 팀을 이뤄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한국 양궁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선수 육성 과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는 보통 9월에서 11월 사이 종합선수권을 통해 남녀 각 8, 16명을 선발해 동계훈련을 진행한다.

그다음 해에 평가전을 거쳐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선발된 16명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종합선수권과 평가전 모두 보통 3회 이상 치러지는데, 전년도 대표선수가 떨어지는 일도 허다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철저히 실력만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매년 새 선수가 나타나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그간 40번의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 23, 은메달 9, 동메달 7개를 따내며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한국 바로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는 미국은 금메달 8, 은메달 5, 동메달 3개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양궁 금메달리스트는 국내에서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생겼다. 실제로 한국 양궁이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보임에 따라 외국에서 한국의 양궁 감독을 스카우트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올림픽 출전 각국의 양궁 감독이 대체로 한국인인 점도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각국 양궁 대표팀 감독의 단체 사진이 SNS상에서 화제가 된 적 있는데, 8개국 10명의 감독이 모두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과 대한양궁협회...


대한양궁협회의 초대 정몽준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다. 그 이후로도 정몽구, 유홍종, 이중우, 정의선 회장 모두 현대그룹과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초대 회장을 제외하면 전부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한국의 다른 스포츠협회에 본보기가 될 정도의 공정함을 자랑한다. 위에 적은 평가전을 치를 때 선수 한 명이 한 해 동안 쏘는 화살이 4천 발을 넘는다고 하며, 과거 수상 기록 등이 새로운 선발전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 올림픽보다 선발전이 어렵다는 얘기가 아예 없는 말은 아닌 셈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8연패 달성 후 인터뷰에서 외신이 한국 양궁의 건재 이유를 물었다. 이에 장혜진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 역시 사교육 없는 국내 유일 스포츠라는 점에서 한국 양궁의 건재 이유를 짐작한다.

당시 서거원 인천계양구청 감독은 전국 초등학교 양궁 선수가 900명에 달한다며, 양궁을 시작하고 1년간 모든 장비와 대회 출전 비용을 대한양궁협회에서 지원함을 언급했다. 사교육이 없으니 파벌도 존재할 수 없고, 자연히 선수 선발에 부정부패가 발생할 환경도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운영이 가능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현대가의 안정적 경제 지원을 꼽았다. 양궁 관계자들은 현대그룹 출신 협회장이 장기집권하길 바란다고 할 정도니,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공정한 시스템 마련을 위한 자체적 노력과 맞물렸을 때 스포츠협회의 건강한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건강한 운영이 도쿄 올림픽에서 충분히 빛을 발하길, 또 다른 스포츠에도 이런 긍정적 문화가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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