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알코올,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 수입의 폭발적 성장, 하지만 국산 와인 소비의 실종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최근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서 술 소비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접대 혹은 회사 내부의 회식과 같이 모임 문화를 중심으로 술을 소비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퇴근 후에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방식으로 술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

바이어를 접대하거나, 동료들 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 마시는 술과 혼자서 식사에 곁들이거나 식후에 마시는 술의 소비 패턴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향은 와인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바이어 접대를 위해서 와인의 소비가 고가의 제품에 집중되었던 반면, 현재는 혼자 간단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중저가의 와인, 특히 낮은 알코올 함유량, 상대적으로 단맛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의 소비량이 폭증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혼술족들이 늘어가면서 국내에서 와인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국내산 와인들은 그 갈 길을 잃어버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국내산 와인의 대표주자격 ‘마주앙’으로 국내산 와인의 소비가 수입산에 밀리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임 <그래픽_진우현 기자>

◆ 뜨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주입한 후 당분과 효모를 첨가한 와인이다. 이때 병 안에서 효모가 2차 발효를 일으키면 자연적으로 탄산가스가 발생하여 와인 속에 용해되고 병 안에 남아있게 되는데, 와인 병의 마개를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탄산가스가 분출하기도 하여 축하행사에 종종 쓰이는 와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샴페인을 들 수 있다. 샹파뉴 지방은 연평균기온이 매우 낮아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기후조건이 좋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기후조건 덕분에 신맛이 강하고 세심하고 예리한 맛의 와인이 제조될 수 있어서 현재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처럼 굳어졌을 정도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상파뉴 지방 양조자 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샴페인 수입량은 2014년에 58만병, 2015년 71만병을 기록했으며 2016년에도 82만5000병으로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의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편 스파클링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샴페인과 같은 고급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중저가 제품에 있어서도 무서울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통적인 와인 제품인 레드나 화이트 와인의 소비는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스파클링 와인 제품의 소비는 폭증세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액은 2015년에 화이트 와인의 수입액을 추월하였고, 레드 와인의 수입액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작년을 기준으로 약 11% 정도의 고속 성장률을 기록하여 와인 소비의 주력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것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업계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로 여성 구매자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대략 5도 내외로 12에서 15도를 기록하는 레드, 화이트 와인에 비해서 도수가 낮은 특징이 있고, 또한 ‘모스카토(Moscato)’라는 포도품종을 사용하는 경우 달콤한 맛까지 가미될 수 있어서, 강하지 않고 달콤한 맛을 내는 술을 좋아하는 여성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1인 가구의 성장과 김영란 법 등으로 인해 회식문화나 접대문화 대신, 퇴근 후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스파클링 와인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출처_관세청

◆ 혼술 문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유통업계

혼자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에 발맞추어 유통업계도 그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내어 놓고 있다.

유명 편의점 기업인 ‘세븐일레븐’은 혼자 술을 마시는 구매층을 겨냥하여 ‘세븐바(Bar) 시그니처’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세븐바(Bar) 시그니처는 와인과 양주 등 다양한 종류의 소용량 상품 18종으로 구성돼 있어 구매층들이 간편하고 부담 없이 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세븐바(Bar) 시그니처는 스파클링 와인 미니(275ml), 기존 용량의 절반으로 양을 줄인 와인 하프(375ml)등을 포함한 상품으로 세븐일레븐은 이 상품을 일정기간 테스트 운영 후에 전국 매장으로 확대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미 지난 6월 신세계백화점은 모든 점포에서 750ml의 용량을 가진 기존의 와인 대신 절반 크기인 375ml의 와인과 100ml 소용량 와인, 한 잔 용량으로 마실 수 있는 종이팩 와인 등을 선보였고, 다른 업계들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세븐일레븐, 신세계백화점 뿐 아니라 와인 유통업 전반에 있어서 용량을 줄이는 마케팅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와인 용량을 줄이는 것 외에도 주류업계는 중저가의 와인을 새롭게 출시하여 혼술 문화로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이트 진로는 CU와 협업으로 ‘에스타 상그리아’ 하프 보틀(375ml)를 최근 출시한 바 있는데, 이 제품은 병당 3000원 대로 공급돼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그리아는 레드 와인에 잘게 썬 달콤한 과일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스페인 전통 와인 칵테일로 알코올 도수는 7도로 낮기 때문에 여성들의 선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고급 제품에 판매 역량을 집중하던 업계는 혼술 문화의 정착으로 인해 점차 중저가의 와인, 용량을 줄인 와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국산 와인의 실종

국내 와인 소비 시장은 성장을 하고 있지만 국산 와인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규모 양조업체를 중심으로 국산 와인의 보급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산 와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그는 우리 기후에 맞는 양조용 포도 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현재는 한국 포도 농가는 양조에 적합한 품종보다는 식용 포도 품종을 재배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와인 양조장에서도 와인을 제조하는데 식용 포도 품종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국내 와인 생산량이 적어 양조용 포도 품종만을 생산하다가는 포도 농가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좋은 양조용 포도의 존재가 필요 불가결하기 때문에 국산 와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기후에 맞는 양조용 포도 품종의 개발과 농가의 수익 보전 방안을 강구해 양조용 포도 보급이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국산 와인의 마케팅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보다 경제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태국산 와인이 팔리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에 의하면 태국은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와인을 제조하고 있는 것에 더해 여행 상품과 결합해 와인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도 한국만의 특색이 있는 와인을 제조하는 것에 더해 여행 상품과 결합해 판로를 개척한다면 고가의 와인을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내 와인 소비 시장의 성장에 발맞추어 국산 와인 산업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국내 와인 시장은 외국 제품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흘려들을 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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