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세계 경쟁력 확보, 회복 추세에 RG발급 문제 등 제반 문제 해결 시급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올해 초만 해도 일반에서는 한국 조선 산업의 세계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팽배했었다. 소위 한국 조선 산업의 빅 3인 현대 중공업, 대우 조선 해양, 삼성 중공업이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대우 조선 해양의 경우 분식회계가 발각되어 관련자들이 기소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결코 박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2015년의 경우에는 조선 산업의 빅 3, 모두 조 단위가 넘어가는 손실을 기록하였고, 2016년에 와서야 손실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조선 산업의 역동적인 모습을 상실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또한 지난해 대우 조선 해양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대우 조선 해양뿐 아니라 전체 조선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한 것도 사실이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 더해 기업 경영진들이 보여준 불법적 경영 방식은 국민들의 시선을 더욱 더 싸늘하게 변하게 했던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조선업은 더 이상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산업이 아니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사양화될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받을만한 산업이 아니라는 주장이 대두되게 되었다.

최근 조선 빅 3의 실적 개선으로 인해 이런 주장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과연 한국의 조선 산업은 세계 경쟁력을 잃었는가?”에 대한 검토는 지금도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국가의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세계 경쟁력을 잃은 산업이라면 향후 국운을 걸고 국가가 조선 산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본 그래픽은지난 10월 17일자로 보도된 '국내 조선산업 벼랑끝에 내몰렸다 회복중인가?'라는 기사의 그래픽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 사용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 한국 조선 산업은 여전히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5년, 2016년에 기록한 한국 조선 산업의 적자는 한국 조선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상실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 한국 조선 산업이 기록한 적자와 매출 감소는 세계적인 불경기와 저유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감소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 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5년에 3962만 CGT, 2016년에는 1115만 CGT를 기록하였는데, 특히 2016년의 발주량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최저 발주량인 1708만 CGT보다 저조하였다. 따라서 최근 한국 조선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한국 조선 산업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 시장에 관련한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클락슨 리서치가 발표한 최근 국가별 선박 수주량을 보아도 한국 조선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잃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 10월 11일, 2017년 9월 선박 수주량을 발표하였는데 한국이 146만 CGT을 수주하며 수주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기간 중국은 89만 CGT, 일본은 26만 CGT을 수주했기 때문에 한국은 비교적 큰 차이를 내며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각에서 싱가포르의 ‘셈코프 마린(Sembcorp Marine)’이라는 회사가 국내 조선 3사를 제치고 해양플랜트를 수주에 성공한 것을 두고 한국 조선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근거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셈코프 마린 사는 심해 유정 산업에 참가한 적은 별로 없지만, 선박 개조, 보수 그리고 연안 플랜트 산업으로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또한 셈코프 마린 사가 입찰한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약 4억 9천만 달러에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저가 입찰이라고 비판받는 대우 조선 해양의 5억 7천500만 달러보다 낮은 금액이기 때문에 출혈 입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셈코프 마린 사의 해양 플랜트 수주는 한국 조선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한 결과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전통적인 강호 조선사가 출혈 경쟁을 무릅쓰고 계약을 따내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사업 축소가 최선인가?

최근 전 세계적인 선박 발주 축소로 인해 한국 조선 산업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주위 조선 강국인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볼 때 과연 “그 방법만이 최선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이 질문에 대해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반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970년대에 국가 차원에서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설비와 기술 인력이 퇴출되었다. 이후 일본의 조선 산업은 중형 조선업체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었다.

그러나 중형 조선소는 대규모의 투자와 설계 능력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은 크기와 내부 구조가 동일한 표준 선박을 대량으로 건조하여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였다. 결과 설계 기술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일본은 1970년대 이후 조선 산업의 선두 자리를 우리에게 내주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도 국가적 차원에서 조선 산업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책은행이 일본 조선회사에 발주하는 해외 해운사에 간접적인 금융지원을 단행하여 차츰 대형 조선사의 경쟁력을 되찾고 있는 실정이다.

▲ 자료 출처: 클락슨 리서치

일본이 은밀하게 조선 산업에 국가적 지원을 퍼붓고 있다고 한다면, 중국은 좀 더 노골적으로 자국 조선 산업에 막대한 지원을 퍼붓고 있다.

중국은 자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자국 해운사에 20% 내외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해외 해운사라도 중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경우 금융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적인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자국 조선사에 대한 직간접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즉 세계적인 선박 발주량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선 산업을 지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2017년 흑자 유지와 RG 발급 문제

조선 빅 3는 2017년에 흑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분기를 기준으로 현대 중공업은 매출액 3조 8044억 원, 영업 이익 935억 원을, 대우 조선 해양은 매출액 2조 4206억 원, 영업 이익 2065억 원을,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1조 7519억 원, 영업 이익 236억 원을 기록하여 3사 모두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조선 3사는 최근 전 세계 조선 산업을 강타한 수주 절벽에서 조금씩 회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 업계에서는 조선 산업의 빠른 회복을 위하여 금융계와 정부에 대해서 RG문제를 비롯한 제반 문제에 대한 지원책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로 RG 발급을 들고 있다.

RG는 Refund Guarantee의 약자로 선수금 환급보증을 의미한다.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을 발주할 때 발주인은 선박 대금의 일정 비율을 조선사에 미리 지급하는데, 선박 인도가 불가능해지는 경우 발주인은 조선사에 선수금 회수를 요구하게 되고, 이를 보증하는 것이 바로 RG라고 볼 수 있다.

RG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발주 자체가 취소될 수 있어 기껏 영업력을 집중해서 수주에 성공해도 RG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수주를 확정 짓는데 있어서 RG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조선사에 RG를 발급하는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지만, 최근 조선업계에 불어온 불황으로 인해 국내 금융사들은 조선사에 대해 RG를 발급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 업계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 자료 출처: 금융감독원

최근에는 STX와 같은 중소 조선소뿐만 아니라 현대 중공업, 삼성 중공업과 같은 빅 3 조선소도 국내 금융사의 RG를 발급받지 못해 해외에서 RG를 발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중공업의 경우 기존의 국내 은행권 보증료율의 두 배가량인 1% 수수료를 물면서 해외 보험사로부터 RG를 발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내의 많은 은행과 보험사가 대규모로 RG를 발급했다가 수조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RG 발급 요건과 심사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 금융권의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이나 서울보증보험 등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해주는 등의 고려가 없는 이상 RG 발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RG 발급이 선박 수주 계약 확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기 때문에 처리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금융권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등의 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요청은 흘려 들을만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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