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유산 유도약 합법화, 낙태죄 관련 사회적 논의 결과 따라 달라질 듯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의 뜨거운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서명에 대한 의견은 지난달 29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글이 답변일 기준 20만 명이 넘어섬에 따라 28일 만에 공개된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홈페이지와 청와대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등을 통한 공식 영상 답변을 통해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라며 그동안의 여론에 수렴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답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낙태죄 폐지에 대한 유보적 태도에 아쉬워하는 입장도 있는 반면 여론에 수렴된 기대 이상 답변이라는 의견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상반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靑, 낙태죄 청원 답변 “새 논의 이뤄질것”

정부가 내년 2018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낙태 관련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제도 개선과 자연유산 유도제 합법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23만 명이 청원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26일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문제로 낙태란 단어는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다”며 “오늘은 낙태라는 용어 대신 모자보건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라며 낙태 관련 이슈가 민감한 주제인 것을 전제해 답을 이어갔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 관련 법 제도 현황 및 그동안 이뤄졌던 논의를 비롯해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 합헌과 위헌 주장 근거를 소개했다.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시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또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제는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의 논의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프란체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소년 피임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가능한 법부터 시범적으로 전문 상담을 시행해 막막한 당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구체화될 것”이라며 “해당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여 그간 여론에 수렴한 답변을 내놓았다.

◆ 정의당, “靑 답변, 새로운 균형점 확인 긍정적이다”

정의당은 26일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입장 발표를 내놓은 데 대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확인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성의 자기 신체결정권과 건강권 보호가 이번 청원의 근본적 취지라는 점. 남성과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임신중절 등이 현행법상 범죄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추 수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등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라 말했다”며 “출산은 여성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청와대와 정부 역시 여성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추 수석 대변인은 “OECD 34개국 중 29개 국가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권리’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익’ 수준으로 치부한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판결을 기준으로 많은 여성을 범죄자로 만드는 제도를 고수해왔다”고 지적하며 “낙태 실태 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는 일견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재 OECD 회원국 35개국 중 본인 의사에 의해 인공 임신중절이 가능한 국가는 25개국이며 예외적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한 국가는 4개국으로 전 세계적인 추세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으로 80%인 29개국은 임신중절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 청와대 답변에 상반된 네티즌 의견, 기대 이상 VS 실속 없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에 네티즌들의 의견이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포털사이트 및 SNS에 거론된 의견에 따르면 “어렵고 예민한 문제임에도 기대 이상의 답변을 내놓았다”는 긍정의 일색이 비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 jt*****씨는 “이번 청와대 답변은 여성의 목소리에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며 “낙태죄 폐지에 대한 답변이 현행 법제가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고 남자와 국가의 책임은 빠져있다라는 문제점을 되짚어 준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네티즌 dw****씨는 “ ‘비혼’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여론에 가장 수렴된 이슈에 답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여성을 위해 진정한 소통을 실현하기 위한 답변이 아닐까”라며 “낙태죄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정말 좋았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청와대 답변이 유보적 태도를 취해 실속이 없고 속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qw*****씨는 “애매모호한 답변이다. 2012년 헌재도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반의 입장을 취하지 않았나”라며 “이번 헌재에서는 위헌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결단력 있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실속이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생존권과 안전권 문제를 둘러싼 낙태죄 폐지 이슈가 청와대 답변에 의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낙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여성 자율권 침해를 간과하고 책임을 지우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 아닌 낙태죄 폐지를 위한 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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