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수업 중단 및 축소…학원 대체
-저소득층 학생 피해↑…“전면 등교 시 방과 후 수업 정상화해야”

코로나의 영향으로 학교 문을 닫는 날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더 쪼개어 아이의 학원비를 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코로나의 영향으로 학교 문을 닫는 날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더 쪼개어 아이의 학원비를 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자녀의 학업을 위해 주변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말이다.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공부에 대한 인류의 열정은 언제나 뜨거웠다. 코로나 시대에도 교육열은 식을 줄 몰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 올해 2분기 가구당 교육비 지출액은 15만원.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다. 소비지출 항목별로는 정규 교육비 지출이 42.4%, 사교육비는 27.6% 각각 늘었다.

반면 가계 살림살이는 어려워졌다. 2분기 가구당 평균 소득은 4287000원으로 0.7% 줄었다. 2분기를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308000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기 4% 늘어난 수치다.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힘든 상황이지만 교육비 지출은 도리어 늘리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방과 후 학교 수업이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간 방과 후 학교 수업에서 진행했던 예체능 수업들이 중단되면서 개인 강습이나 학원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 달 사교육비 지출이 이전보다 2~3배 늘었다. 특히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에서 사교육비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을 웃돌았다.

학원발 코로나 감염도 속속 등장하지만 학원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원의 영업 금지 조치가 덜했던 영향이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수도권에서도 학원은 밤 10시 이전까지 문을 연다.

학부모들은 등교 수업도 이뤄지는 만큼 아이들의 교육권을 위해서라도 방과 후 학교 수업이 이뤄지길 바라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 내 초등학교 3분의 2가량이 방과 후 수업을 하지 않거나 축소 운영하는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돌봄을 못 받는 이들에게 그 공백의 피해가 컸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도 중요하지만 교육 격차 줄이기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두 가지 과제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교육 당국의 고민과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수도권, 방과 후 학교 수업 중단 또는 축소 운영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1500~2000명대로 치솟았지만, 여전히 가라앉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 2학기에는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등교수업 대신 원격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습 결손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더는 등교를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지방의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수업 운영은 많이 정상화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등교가 이뤄졌기 때문에 방과 후 학교 수업 재개를 해야 하지만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한 곳이 많다. 결정은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은 수도권의 학부모들의 인식을 파악하고자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초등학생 학부모 1058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학부모의 52.4%방과 후 수업을 전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방과 후 수업 중단 및 부분 운영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무려 71.4%에 달했다. 학부모들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 참여율은 저조할 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답변한 학부모 중 89.7%방과후수업 운영이 전면 재개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과 방역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학교 운영이 학원 쏠림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력 격차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뒤처진 수업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 다시 보내고 있다. 비대면으로 학교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며 발생한 한계 상황이다. 또 코로나19에도 직장을 나가야 하는 부모가 많다는 점도 돌봄 공백에 따른 학원 의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학생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초학력저하 및 교육격차가 커지면 교육경쟁력이 하락은 물론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심리 불안도 가중교육격차의 간극을 채우는 방법은?


이런 가운데 코로나 장기화로 학생들이 느끼는 우울감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등교가 중단되면서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고 우려했지만, 정신건강마저 소득에 따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공개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서울학생들을 중심으로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의 돌봄 상황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특히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학생, 불규칙한 식사를 하고, 게임·온라인 활동이 코로나 전보다 후에 늘어난 집단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방과 후 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돌봄은 물론 다양한 특기 적성수업을 통해 학습격차 해소는 물론 정서적·심리적 결손을 채워나가고 있다전면등교 시 방과 후 학교도 정상화하는 것이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문제는 교육 당국이 시급히 해결할 사안이다.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가 심해지지 않도록 정부도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공정하게 하고, 기초학력을 다치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사교육비 증가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우울, 불안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격차의 간극을 줄일 때 우리나라의 100년을 내다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반의 미래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아이들이 커서 직업을 구할 때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경쟁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체 불가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더욱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 단순 암기나 공식 등 기본 지식을 학습하는 건 토대가 된다. 거기에 창의적인 사고와 통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공부 못한다고 혼내지만 말자. 그 대신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갈 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