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동서남북] ‘하와이 핵 대피훈련’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김영욱의 동서남북] ‘하와이 핵 대피훈련’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 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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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미국 하와이 주(州) 섬 전역에 지난 1일 오후 1시 45분(현지시간)쯤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1분여 동안 울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해 핵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하와이에서의 이번 대피 훈련은 1980년대 냉전시대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기존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활용한 사이렌은 50초간 평온한 톤으로 이어졌고 10초 간격을 두고 요동치는 파장으로 1분간 비상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오아후 섬에 있는 180개를 비롯해 하와이 주 전역의 385개에 달하는 사이렌 장비가 동시에 가동됐다.

하와이 현지 언론도 오는 7일 공습 76주년을 맞는 진주만에 정박한 애리조나 메모리얼 미 항모에도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북한의 가상 핵미사일 공격을 알리는 경보 사이렌에 주민들은 대피 훈련을 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도중에 교실 문을 잠그고 학생들이 숨는 훈련도 실시했다.

▲ 시사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주관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최근 미사일 발사로 북핵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하와이뿐 아니라 미 본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일단 사이렌 테스트 위주여서 사람들의 큰 동요는 없었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대피 사이렌 소리에 마음이 불편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냉전시대 핵 대비 사이렌을 들은 적이 있는 주민 로레인 고디(75)는 폭스뉴스에 “세계가 더는 안전하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것 같다. 특히 여기 하와이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달 1일(영업일 기준) 핵공격 경보 훈련을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7천200㎞ 떨어져 있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않지만, ICBM급이라면 충분히 사거리 안에 놓일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은 정상 발사 각도라면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와이 주 정부는 100킬로톤(kt)급 핵폭탄이 1천 피트(305m) 상공에서 터질 경우 반경 8마일(13㎞)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며,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12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앞서 경고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사이렌이 울리면 주민들이 실제로 핵 공격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딱 13분 남았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주 정부 홈페이지에는 30쪽 분량의 지침에서 핵 공격 시 필수적인 물품도 안내했다. 14일치 물과 음식, 의약품, AM·FM 라디오, 무전기, 랜턴, 비닐백, 호루라기, 담요, 방수포, 구급약 키트 등을 준비하라고 주 정부는 권유했다.
 
잇따른 북핵 위협 속의 우리나라 대처는 어떨까.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거듭 들먹이고 북한도 미사일 보복 위협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만큼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을 어느 때보다 엄중한 분위기에서 실제 상황을 상정해 진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민방위훈련은 언제부턴가 훈련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만큼 시늉만으로 전락했다. 고작 20분의 훈련을 못 참고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훈련 실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국민이 대다수다. 민방위훈련을 요식행사쯤으로 여기고 그나마도 이런저런 이유로 툭하면 거른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뒤늦게 사재기 소동을 벌이는 호들갑은 이제 자제해야 한다. 경주와 포항 지진 당시 불티나게 팔리다 사태가 끝나자마자 관심이 시들해진 ‘생존배낭’이 좋은 사례다. 지금은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민방위훈련에 적극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생존배낭보다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담판하려는 것이지만 실제 사용한다면 미국에 앞서 우리가 목표가 될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2006년부터 북한이 5차례 핵실험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상공에서 북한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것을 전제로 전 국민 대피 훈련을 한 적이 없다. 그런 훈련을 한다고 하면 반대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북핵과 ICBM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김정은의 도박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대한민국 운명이 미·북에 의해 결정되는 어이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와이에서는 매달 북한 핵미사일 대피 훈련을 하는데, 북과 지척인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렇게 태평스럽다는 사실은 비정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전 국민의 성숙한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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